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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 Feb 21. 2024

플롯 바꾸기

15화 좋은 글이란

스토리는 구성의 기초가 되는 사건(위인전, 동화, 다큐멘터리, 뉴스, 광고, 역사, 사건, 삶)이고 플롯은 스토리를 지연, 제동, 이탈시키거나 우회시켜 낯설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미하일 바흐친)


글을 이루는 요소가 단어와 문장, 표현, 구성이라고 할 때, 이들 각 요소가 독자와의 관계에서 제 역할을 하면 좋은 글이라고 할 수 있다. 표현이 유려하고 마음을 움직이면 좋은 글이다. 정확하고 적절한 단어와 문장을 정연하게 구사해 주장을 논리적으로 펼쳐 놓았다면 또한 좋은 글이다.


글의 요소 가운데 국내에서 가장 덜 거론되는 요소가 구성이다. 구성이란 글의 재료를 어떻게 배치하고 전개하는지를 뜻한다. 문학 작품에서 구성은 플롯이라고 불린다. 같은 이야기이더라도 재료를 어떻게 구성하는지에 따라서, 무엇으로 시작하고 어떻게 풀어놓은 어떻게 마무리 짓는지에 따라서 독자에게는 다르게 전달된다.


잘 알려진 설화 <선녀와 나무꾼>의 스토리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홀어머니와 노총각 나무꾼이 살았다.

2. 나무꾼이 어느 날 깊은 숲 속으로 나무를 하러 갔다.

3. 나무꾼 앞에 상처 입은 사슴이 한 마리 나타나 도움을 요청했다.

4. 나무꾼은 사슴을 숨겨 주고 사냥꾼을 따돌린다.

5. 사슴은 고마움의 표시로 아무도 모르는 선녀들의 비밀을 알려준다. (날개옷의 비밀)

6. 사슴이 알려 준 대로 나무꾼은 선녀들이 내려와 목욕하는 연못으로 간다.

7. 나무꾼은 사슴이 알려 준 대로 가장 예쁜 선녀의 날개옷을 감춘다.

8. 날개옷을 잃어버려 하늘로 오르지 못한 선녀는 나무꾼을 따라 산을 내려온다.

9. 나무꾼은 선녀와 결혼해 아이 둘을 낳고 행복한 생활을 한다.

10. 나무꾼은 행복한 생활에 방심한 나머지 아이 셋을 낳기 전에 날개옷을 절대 돌려주지 말라는 사슴의 경고를 잊어버리고 날개옷을 돌려준다.

11. 선녀는 날개옷을 입고 하늘나라로 올라간다.

12. 아이 둘도 어머니가 내려 준 두레박을 타고 하늘나라로 올라간다. (단서를 둔다 : 두레박의 정원은 2명)

13. 나무꾼은 후회하며 슬피 운다.


<선녀와 나무꾼>의 플롯은 다음과 같이 바꿀 수 있다.

1. 1번부터 차례로 13번까지 시간 순으로 쓴다.

2. 2번이나 3번 혹은 6번에서 첫 장면을 시작한다.

3. 1번부터 13번 어느 장면에서라도 시작할 수 있다. 가령 영화의 시작을 13번의 후회하며 울고 있는 나무꾼 얼굴에서 시작해 거꾸로 회상을 통해 1번이나 2번으로 갈 수도 있고 다시 13번으로 왔다가 4번 5번으로 갈 수도 있다.

4. 3, 4, 5번 이야기는 리얼리티가 떨어진다고 판단해서 과감하게 생략할 수도 있다.

5. 나무꾼이 선녀들이 나누는 말을 엿듣고 안다든지 아니면 사슴 대신 산신령으로 바꾼다든지 하는 생략이나 변형을 줄 수도 있다.

6. 이중 일부를 생략하는 것도 가능하다.

7. 이야기를 삽입할 수도 있다. 나무꾼의 어머니와 선녀의 갈등 구도나 나무꾼의 성격을 새롭게 설정하는 것도 가능하다. 사슴이 주도한 음모로 인해 선녀가 어려움에 처한 것으로 상황을 바꾸거나, 선녀를 착한 것이 아닌 진취적인 여성으로 바꿔 열린 결말로 끝낼 수도 있다.


플롯은 자신이 전달하고자 하는 주제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글 전체의 전략이다. 글은 작가가 쓰지만 독자의 입장에서 써야 한다. 읽는 사람의 입장에서 끝까지 읽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다. 이러한 이유로 플롯의 선택은 작가마다 나름의 방식이 있으며 독자들에게 작가의 이름을 분명하게 각인시키는 방법이기도 하다.




플롯을 바꿀 때는 글의 방향(주제)을 명확하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주제가 명확하면 글의 관점과 입장이 선명해진다. 또한 글쓰기를 통해 말하고자 한 것이 무엇인지 명료해진다.


글의 여러 방향 중에서 어떤 플롯을 선택하든 하나의 메시지를 담아야 한다. 메시지는 문제의식이다. 문제의식 없이 미사여구만 나열한 글은 공허하다. 반대로 문제의식이 넘치는 글은 글의 방향성을 해칠 우려가 있다.


글은 소통이 목적이다. 소통은 울림이다. 울림이 있어 누군가에게 가 닿는 글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알 수 있는 좋은 글이다. 따라서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가 스스로 설득해야 한다. '내가 지금 하고자 하는 말은 바로 이것이다'에 대한 답이 플롯의 설정이라고 할 수 있다.




학생들에게 이러한 활동은 단순한 이야기구조를 가져오는 것이 좋다. 잘 알려진 그림책, <아기돼지 삼 형제>나 <심청전> 같은 이야기를 가져오면 다양한 방향으로의 이야기 재구성이 가능하다.


<아기돼지 삼 형제>의 스토리는 다음과 같다.

1. 엄마돼지와 함께 아기돼지 삼 형제가 살았습니다.
2. 엄마돼지는 삼 형제에게 독립하라 일렀습니다.
3. 집을 짓기 위해 삼 형제는 길을 나섰습니다.
04. 늘 잠만 자는 게으름뱅이 첫째는 볏짚으로 집을 지었습니다.
05. 먹기만을 좋아하는 둘째는 통나무를 사용해 통나무집을 지었습니다.
06. 똑똑한 셋 재는 벽돌을 이용하여 아주 튼튼하게 벽돌집을 지었습니다.
07. 이 모습을 지켜보던 늑대가 돼지들을 잡아먹으러 왔습니다.
08. 늑대가 입으로 바람을 불자 첫째의 지푸라기 집이 날아갔습니다. 첫째는 둘째의 집으로 도망가 숨었습니다.
09. 둘째 돼지의 집조차도 늑대가 입으로 부는 바람에 날아갔습니다. 첫째와 둘째는 셋째의 집으로 도망쳤습니다.
10. 늑대는 다시 입으로 바람을 불었으나 튼튼한 벽돌로 지어진 셋째 돼지의 집은 날아가지 않았습니다.
11. 늑대는 지붕으로 올라가 굴뚝을 통해 집으로 들어가려 합니다.
12. 그 모습을 본 아기돼지 삼 형제는 굴뚝 밑 큰 솥에 물을 끓였습니다.
13. 뜨거운 물에 빠진 늑대를 놀라서 도망갔고, 다 같이 힘을 모아 큰 벽돌집을 지은 후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여기서 돼지를 포기하지 못한 늑대의 잔꾀가 등장한다. 벽돌집을 부수지 못한 늑대가 삼 형제를 속여 잡아먹기 위해 꾀를 내는 과정이 다른 판본에는 나온다.

원래의 이야기와는 다르거나 새로운 내용을 삽입하여 이야기를 재구성하게 하는 것학생들이 참여하는 활동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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