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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 Feb 28. 2024

줄 수 있는 글쓰기

16화 서평 쓰기

학생들의 공동 책(문집)을 발간할 때, 서평만을 가지고 책을 만드는 것은 책의 질과 내용면에서 좋은 선택일 수 있다. 너무 무겁지도 않고 가볍지도 않으며, 글을 쓰는 학생의 입장에서 충분히 쓸 수 있는 가능성도 있다. 또한 읽는 독자의 입장을 고려해도 효용성이나 흥미성에서 가치가 있다.


그러나 막상 학생들에게 서평을 쓰자고 하면 막연하게 어려움을 느낀다. 또 책을 읽고 쓰는 글이라는 점에서 독후감은 무엇인지, 서평은 무엇인지, 독후감과 서평의 차이는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에 빠진다.


독후감은 '책을 읽고 난 후의 느낌, 그것을 적은 글'이다. 서평은 '책의 내용에 대해 평함, 또는 그 뜻'이라고 사전에 적혀 있다. 서평을 다른 말로 책리뷰라고도 한다. '리뷰'는 책이 아닌 영화나 드라마 공연 등을 보고 평하는 모든 행위를 말한다. '리뷰'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대상에 대하여, 미추, 선악, 장단, 시비, 우열 등을 평가하여 논함' 또는 '전체를 대강 살펴보거나 중요한 내용이나 줄거리를 대강 추려 냄'이라고 나온다.


리뷰는 본격 평론은 아니다. 리뷰가 평론이 되는 순간 리뷰가 갖는 재연의 즐거움, 교양적 재미는 사라지고 분석과 논리에서 헤매다 이도저도 아닌 글이 되기 쉽다.


리뷰는 시각이 중요하다. 인물, 사건, 콘셉트, 트렌드, 비교 가운데 하나를 골라 그것들을 중심으로 주요 내용을 짠다. 나머지는 가볍게 덧붙이는 정도면 좋다. 거기에 독특한 문체와 남다른 통찰력이 더해지면 좋은 리뷰가 된다.


서평이 책을 읽을 것인지 말 것인지를 판단하는 자료를 독자에게 제공하는 것이라면, 비평은 같은 책을 두 번 세 번 읽게 하는 글이다. 서평은 일독을 제안한다면 비평은 재독을 권유하는 글이다. 서평이 아직 글을 읽지 않은 사람을 위한 글이라면 비평은 이미 읽은 사람을 위한 글이다.


누군가는 비평은 지는 글, 서평은 뜨는 글이라고도 말한다. 비평을 읽는 독자층은 점점 엷어지고 있다.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우선 많은 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어 독자층이 분산되는 게 당연하고, 다음은 책과 경쟁하는 다른 문화적 소비재로 사람들의 관심이 이동하는 것도 이유라고 할 수 있다.


서평의 기능은 어떤 책을 읽고 싶도록 하거나, 읽은 척하게 하거나, 안 읽어도 되도록 해주는 것이다. 당장 읽을 책인지, 당장은 아니지만 리스트업 해놓았다가 언젠가 읽도록 도움을 준다. 좋은 책이라도 관심이나 수준에 맞지 않아 읽지 않을 책으로 분류할 수도 있다. 서평은 여러 모로 읽기에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우리의 독서량과 시간을 보완해 준다.


그러나 서평을 쓰는 것 읽는 것과는 사고의 깊이에 있어 다른 차원의 문제의식을 보여준다. 서평을 쓰는 사람들은 보통 책을 두세 정도 읽은 후 서평의 주제를 잡는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서평은 어떻게 쓸까?


모든 독자는 잠재적 서평가다.

서평의 기능은 '읽을지 말지를 판단하게'하는 게 관건이다. 그런 점에서 서평은 남을 위한 글이다. 궁극적으로 독자지향적일 수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서평 쓰기는 서로가 서로를 위해 해 줄 수 있는 글쓰기다.


서평의 분량은?

정해진 양은 없다. 한 문장으로도 존재감을 발휘할 수 있다면 적은 분량일수록 유리하다. 서평은 나라마다 문화가 다른데 분량에도 차이가 있다. 한국에서는 20매(200자 원고지) 가량을 최대로, 잡지라면 10매 내외를 일반적으로 잡는다.


어떻게 쓸까?

서평은 누구나 쓸 수 있다. 어떻게 써야 한다는 노하우도 따로 없다. 독자에게 도움이 되고 반향을 끌어낼 수 있다면 객관적 서평이든 주관적 서평이든 상관없다. 서평은 책을 읽고 소화한 것을 글로 적는 것이다. 따라서 기본적으로 독서력이 필요하다.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안다는 것을 서평에도 적용할 수 있다. 아는 만큼 이해하고 이해한 만큼 알게 된다. 그리고 그만큼을 쓰게 된다.

읽은 책의 요지와 핵심적인 내용을 3, 4가지 추린다.
이를 위해 메모하며 읽기를 권한다.

인물 중심, 사건 중심, 콘셉트, 트렌드, 비교와 대조 가운데 하나의 시각을 정해 쓴다.


무엇을 쓸까?

어떤 주제의 내용을 어떤 시각에서 다루었는지, 주요 메시지는 무엇인지, 메시지의 의의는 무엇인지를 써야 한다.

저자의 맥락을 짚자. 저자는 어떤 사람이며, 그 책이 그에게 어떤 의미인지, 전작과의 연관성, 대표작이 있다면 언급하기 등.

시의성이 있으면 좋다. 오래전 발표된 책이라면 그 시대가 가졌던 의의와 편재적 의의를 비교한다. 비슷한 시기에 나온 다른 책과의 연관성도 살핀다.

주제를 살핀다. 같은 주제를 다룬 다른 책과의 변별성, 저자의 의도는 어디에 있는지 살펴 같은 주제를 다룬 책 두어 권과 함께 언급하면 된다.


첫 문장 쓰기

독자의 환심을 살만한 인용문, 자신의 경험, 사회적 이슈 등으로 시작해도 좋다. 무난하게 저자를 소개하거나 책이 출간되었음을 알리는 글로 시작해도 좋다. '000의 새 책이 출간되었다'라고 시작해도 무방하다.

서평 몇 권을 준비해서 첫 문장만 읽어보는 것도 첫 문장 쓰기에 도움이 된다.

글을 쓰다 중간에서 막혔다면 그건 책을 충분히 소화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서평은 흐른다. '불멸의 고전'이 서평에는 통하지 않는다. 그러니 지나치게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을 필요는 없다.

나만의 서평 매뉴얼을 만들어보는 것도 좋다.


이전 회차에서도 언급한 바 있는 것처럼 글의 첫 문장은 글을 완성한 후 천천히 다시 생각해도 된다. 서평의 첫 문장이라고 해서 다르지 않다. 일단 글을 쓰고 완성한 글 중에서 처음에 적합한 문장을 선택하면 된다.





* 위의 글은 '브런치 글쓰기(김영문)' 수업 내용 중에서 발췌하거나 참고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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