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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 Feb 14. 2024

퇴고, 문장 고치기

14화 맞춤법과 문장부호의 사용

중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책 쓰기 수업에서 의외로 신경 써야 할 부분이 있다. 바로 문장부호와 관련된 것이다. 


문장부호는 문장의 뜻을 이해하기 쉽게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학생들의 경우에는 휴대폰 문자를 주고받을 때 문장부호의 사용에 대해서는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지나치는 경우가 많다. 성인들의 경우 책을 읽을 때 문장부호에 주의를 기울이며 읽는 사람은 없는 것처럼. 그러나 문장부호의 사용은 문장 전체, 나아가 글의 방향을 달라지게 하는 큰 역할을 한다. 


요즘 세대를 디지털 원주민이라고 일컫는다. 그만큼 컴퓨터를 비롯한 전자기기의 사용이 익숙하다. 그러나 컴퓨터 사용이 익숙하다고 해서 그들이 컴퓨터 자판을 사용할 줄 아는 타자가 능숙한 것은 아니다. 코딩이나 컴퓨터 관련 공부를 한 학생들은 글쓰기 수업을 듣는 학생의 10% 정도. 엄지를 사용하는 휴대폰 사용에 특화된 학생들이 거의 대다수다. 이른바 독수리 타법보다 조금 진화한 단계라고 말할 수 있다. 


책 쓰기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학교 컴퓨터실에서 수업을 진행하고 한글이나 워드 파일이나 메모장 등에 원고를 입력하도록 안내했어도, 한글 문서의 조작법이나 다양한 기능들의 사용법을 잘 아는 학생은 거의 없다고 보는 것이 맞다. 또 그때그때 문서를 저장하고 수시로 피드백이 가능하도록 밴드에 파일로 올리도록 안내하지만, 파일의 저장이나 전송도 아예 불가능하거나 어려워하는 학생들이 많다.


게다가 휴대폰으로 문자를 주고받는 데 익숙한 학생들이라서 기본적으로 문장의 맞춤법이나 띄어쓰기, 문장부호는 모두 무시하는 경우가 많다. 아예 염두에 없다고 보는 것이 맞다. 따라서 제일 먼저 주지시켜야 할 부분이 바로 이러한 것과 관련된 안내다.


수업의 흥미 유발을 위해 문장부호를 제목으로 사용한 책들을 몇 작품 소개한다. 그런 다음 제목의 의미, 표지에서 보는 등장인물들의 느낌, 분위기 등을 학생들이 직접 파악해 보게 한다. 가볍게 생각했던, 혹은 전혀 관심 없던 문장부호의 쓰임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시간이 된다.


다음의 두 책의 제목은 뒤에 붙는 문장부호에 따라 그 느낌이 달라짐을 알 수 있다. 



<도와줘, 나 좀 꺼내 줘!>에서는 누군가(늑대) 애원하며 외치는 절박한 목소리의 느낌이 잘 전달된다. 깊숙한 공간에서 울리는 짧고 강렬한 외침이 들리는 것 같다. <왜냐면...>은 누군가에게는 머리를 지끈거리게 하는 '질문'의 꼬리가, 누군가에게는 끝없는 의문의 세계가 길게 이어지는 느낌이다. 더불어 아이의 질문에 대한 엄마의 대답이 신중한 생각과 고민 끝에 이어지는 느낌과, 아이의 상상의 나래가 끝없이 펼쳐지는 것을 표지 제목을 통해서 충분히 느끼게 해 준다. 


그림책의 특성상 표지에 여러 장치들은 작가가 의도하는 특별한 효과를 내기 위한 것들이다. 제목에 문장부호 역시 그렇다. 등장인물의 감정을 잘 전달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사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본문의 글에서도 마찬가지다. 문장부호를 적절히 사용하면 문장의 의미, 인물의 감정을 더 효과적으로 드러낼 수 있다.




문장부호와 관련해서 다음 세 가지를 강조한다.


첫 번째로 문장이 끝날 때는 반드시 마침표(물음표, 느낌표 등의 문장부호)를 찍어야 한다. 학생들은 문장을 마감하는 부호 없이 단어만 죽 나열하고도 아무런 문제점을 인식하지 못한다. 한 문장, 곧 의미 단위의 완결로서의 표시는 반드시 있어야 한다. 책 쓰기를 위한 글쓰기를 하는 학생이라면 특히나 중요하다. 문장 부호는 이어지는 새로운 의미 단위의 시작을 알리는 표지로서의 역할도 수행한다.


두 번째는 문장부호의 과잉 사용이다. 모든 문장에 문장부호가 사용되는 데, 하나로 끝나지 않는다. 마침표와 물음표, 느낌표의 사용이 빈번하다 못해 차고 넘친다. 모든 문장에서 마침표나 느낌표, 물음표가 두 개, 세 개, 많은 것은 10개씩 이어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문장부호의 과잉은 마치 감정의 과잉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셋째, 모든 대화와 문장에 말줄임표를 쓰는 것은 옳지 않다. 학생들이 스마트폰 메시지를 쓸 때 말 줄임표를 대중없이 쓰는 현상이 글을 쓸 때도 그대로 연결된다. 규정상 말줄임표의 개수는 3개 혹은 6개로 정해져 있다. 이것도 모든 문장이나 대화에 나오게 되면 그 의미가 반감되거나 없어진다. 말 그대로 쓸데없는 사용이 된다는 것이다. 

말줄임표는 꼭 필요한 경우,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상황이거나,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마음속에 많은 의미를 담았다는 것을 나타낼 때만 신중하게 사용하는 것이 옳다. 모든 대화에서, 모든 문장에서의 말줄임표는 본래의 의미를 퇴색하게 만든다. 




학생들과 함께하는 17차시의 수업에서, 학생들이 글쓰기를 마무리하고 퇴고작업을 꼼꼼히 진행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교사는 마지막 순간까지 글을 쓰도록 학생들을 독촉해야 하고 분량을 채울 수 있도록 독려한다. 원고를 정상적으로 마무리하는 학생은 수업을 듣는 24명의 학생 중에서 둘셋 정도. 대부분의 학생들은 쓴 원고의 양은 턱없이 부족하거나 여전히 시작 단계에 머무르는 실정이다. 때문에 학생들은 쓰고 지도교사는 그때그때 원고를 점검하고 수정해야 할 부분을 지시하는 일을 반복하게 된다. 따라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책 쓰기의 퇴고 과정은 어수선하다. 


퇴고는 그동안 썼던 원고를 마음에 들 때까지 고치기를 반복하는 작업이다. 퇴고를 위해서는 원고를 모두 출력해서 확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퇴고의 과정

◊ 우선은 전체적인 흐름에서 더하거나 빼고 싶은 부분, 순서를 바꾸고 싶은 부분을 확인한다. 
◊ 다음으로 주제를 벗어나지는 않았는지, 글의 앞이나 뒤가 통일성이 있는지 확인한다. 
◊ 문장이나 어휘가 어려운 부분은 쉽게 풀어쓴다. 
◊ 문장은 너무 길지 않은 것이 좋다. 
◊ 짧은 문장은 문장이 주는 어려움을 해소하는 데 기여한다. 

◊ 문장과 문장을 이어주는 말이 적절한지 확인한다. 
◊ 웹툰이나 웹 소설에서 쓰는 표현 등이 지나치게 사용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다. 
◊ 적절한 말로 바꿀 부분을 확인하고, 좀 더 자세하게 쓸 수 있는 부분이나 다른 것에 빗대어 ◊표현할 수 있는 부분은 고친다. 
◊ 좀 더 실감 나게 표현할 수 있는 부분을 조금씩 바꾼다. 
◊ 마지막으로 띄어쓰기나 맞춤법 등을 살펴보고 퇴고 작업을 마무리한다.

◊ 할 수 있는 모든 점검을 끝낸 후 친구와 원고를 교환하여 읽어 본다.
◊ 마지막으로 표지 디자인, 제목, 목차, 저자 이름, 서지 정보(판권)를 확인하고 최종 원고를 제출하면 된다.


맞춤법 관련해서는, 학생들에게 맞춤법 규정을 세세히 알려주고 수정하도록 지도하는 것은 시간이 많이 드는 것에 비해 효율적이지 않다. 컴퓨터로 작업할 때는 한글 파일의 맞춤법 자동 교정에 맞추고 입력하거나 빨간 줄이 나오면 고쳐야 한다는 정도로 얘기한다. 그리고 인터넷 띄어쓰기 맞춤법 검사기를 활용한다. 우리말 사용에 관심이 있는 학생이라면, 또한 적어도 책을 쓴(쓰고자 하는) 저자라면 우리말 사전을 항상 옆에 둘 것을 권한다.


띄어쓰기 맞춤법 사이트

한국어 맞춤법/문법 검사기 http://speller.cs.pusan.ac.kr/

표준 발음 변환기 http://pronunciation.cs.pusan.ac.kr/

국립국어원 표준 국어 대사전 http://stdict.korean.go.kr/main/main.do

우리말샘 우리말 사전 https://opendict.korean.go.kr/main

네이버 국어사전 https://ko.dict.naver.com/#/m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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