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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 Mar 06. 2024

+ 디자인

17화 내지와 표지의 정렬, 책등 디자인

지난 학기 학생들의 책이 완성되고 난 후 뒤늦게 북디자인을 담당하는 사람의 책을 읽을 기회가 있었다. 책에는 한 분야를 오래 들여다본 사람의 안목, 보이지 않는 부분을 볼 수 있는 눈, 그런 사람이 생각하는 책디자인의 방향에 대해 쓰여 있었고 그 의미를 조금 이해하게 되었다. 


이번 17화의 내용은 그런 이해를 바탕으로 나중에 다시 책을 만들게 되었을 때를 고려해서 정리한 것이다. 책에서 말하는 타이포그래피의 기본 목적, 방향에 대해 어렴풋한 이해를 바탕으로 정리해 보았다.


표지


내지 편집이나 표지 디자인의 폰트와 정렬에 대해 깊이 고민하지 않고 빠르게 완성하는 방향으로 학생들과 함께 선택을 했다. 무엇보다 전문가가 아니기도 했고, 책의 모양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보이지 않을 정도로만 완성하는 것이 목표였다. 책을 만드는 전문가의 입장에서는 황당하고 대책 없는 생각이었을지 모르겠지만, 가진 역량의 범위 내에서 최선을 다했던 것 같다. 결과적으로 디자인적인 안목이나 시각과는 무관한 책이 만들어졌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타이포그래피는 각종 출판물에 사용되는 글자체를 선정·운용·배치하는 것을 말한다. 타이포그래피의 목적이 되는 정렬은 보이지 않는 축이 지니는 의미의 질서를 세우고 타자에게 그것을 강제하는 행위라고 한다. 북디자인의 정렬은 미적 선택을 위한 고민의 결과이며, 책을 고르는 이에게 흡수되게 하는 것이다. 


본문의 정렬은 페이지당 적게는 17행, 많으면 28행 정도의 글줄이 하나의 축을 기준으로 도열해 있다. 표지의 글줄 수는 짧으면 2행, 많아도 10행을 넘지 않는 것이 보통이다. 우리가 서점에서 흔히 접하는 책표지의 타이포그래피는 대부분 이 범주에 속한다.


정렬의 보통은 가운데 맞춤이 강세다. 글줄 가운데에 맞추어 글줄을 배열하는 문자 정렬 방식은 대칭이 주는 위엄과 우아한 느낌이 있다고 말한다. 라틴 알파벳 문화권 도서 표지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정렬이며, 지면 전체에 에 수직적 구도를 형성하며 존재감을 드러낸다고 말한다.


그러나 책 표지는 글자만 있는 것이 아니다. 특히 요즘은 사진, 일러스트레이션, 색 등의 요소가 더 중요하게 생각되는 경향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해서 글자 이외의 것들 만으로 표지가 완성될 수는 없다. 그것들과 함께 글자의 역할은 책의 인상을 구성하는 중요한 일부가 된다. 따라서 타이포그래피 중심의 디자인 콘셉트는 편집자의 고집스러운 선택의 결과일 수 있다.


여러 디테일이 조화를 이루기 위해 여러 개의 축을 동시에 사용하는 방법이 있다. 요즘의 표지 디자인은 여러 축을 하나의 지면에 실행하여 입체적인 인상을 준다. 익숙하고 안정적인 느낌을 가져갈 것인지, 관습적인 느낌을 피하고 직관적이고 인상적으로 배치할 것인지는 또한 편집자의 몫이다.


표지는 작은 공간이지만 그곳에도 재미있는 요소들이 많다. 뭔가 달라 보이는 느낌, 다시 돌아보게 만드는 이끌림, 눈에 띄는 차이를 드러내는 요소는 취향과 감정을 담을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글의 장르는 고려되어야 할 중요한 요소가 된다. 


학생들의 책은 A6 용지에 20행 정도의 글줄이 배치되도록 폰트의 크기를 조정했다. 일반적인 정렬, 문단 들여 쓰기 정도를 실행했고 문단과 문단의 구분할 때 행의 간격을 별도로 조절하지는 않았다. 표지의 경우는 여러 개의 축을 사용했지만 섬세하게 조절하지는 못했다. 다시 만들 경우에는 축을 감각적으로 다양화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책등


책표지가 책의 얼굴이라면 책을 책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책등이다. 인간의 몸은 인체를 곧게 지지하는 척추가 중심축을 받쳐주고 있다. 책의 구조를 지탱하는 것 역시 책등이라고 말하는 것은 적절한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책등에는 제목과 저자 이름, 출판사 로고가 표시된다. 그러나 이러한 표시가 당연시된 것은 17세기 이후라고 한다. 워낙 귀하고 일부 계급의 귀중품으로 취급되었던 책이 지금과 같은 책등의 형식을 갖게 된 것은 책의 대량 생산이 가능해지면서부터라고 한다. 


책이 늘어나면서 도서관에서는 공간 부족을 고민하게 되었고, 이는 개인이 보관하는 서재에서도 다르지 않았다. 교양과 부의 상징으로 개인이 장서를 갖추는 경우가 늘어가게 되며 책을 빠르고 쉽게 찾을 수 있는 효율적인 관리 방법이 필요하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책등에 제목과 저자, 연도 등의 정보를 써넣는 것이 해결법이 되었다고 한다. 


책등의 배치는 '제목, 저자 이름, 출판사'외에 '일인일저 책 쓰기 프로젝트(작가번호)'를 명시했다. 시에서 지원되는 예산을 사용해서 만들어진 책이며 해당 도서관에서 쉽게 구분할 수 있도록 고려한 것이다.


PPT디자인


표지 디자인을 만들 때 쉽게 접근하는 것이 'PPT 디자인'이다. 실제로 학생들에게 표지 디자인을 권할 때에도 PPT 디자인으로 편집하도록 했다. 이미 접해본 학생들이 많아 쉽고 간단하게 자신만의 개성 넘치고 독특한 표지 디자인을 완성할 수 있었던 것 같다. 


PPT 디자인은 디자인 요소를 대담하게 다룬다. 여러 디자인 요소가 시각적으로 충돌하도록 주의 깊게 배치한다든가, 글자가 잘 보이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이 드러나지 않는다. 즉 과감하게 디자인 요소를 사용할 수 있다. 


PPT 디자인은 원근법의 표현이 어렵다. 전경도 배경도 단일한 굵기로 표현되어 공존한다. 따라서 미묘한 색상의 변화보다는 기하학적 그래픽에 가까운 단순한 스타일이 선호된다. 또한 형태적 어울림만을 위해 변형되고 가공된다. 


이렇게 얘기하면 PPT 디자인에 대해서 부정적인 인상이 있을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 PPT 디자인은 기본 설정을 바탕으로 한다. 준비된 색상들과 무료로 제공되는 기본 서체는 좋은 재료다. 이를 잘 활용하면 날 것 그대로를 무심하게 드러내는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 


PPT 디자인은 의도적으로 만들 수 없다. PPT 디자인은 디자이너가 만드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다. 따라서 누구나 할 수 있을 것 같은 디자인이다. 소비자로 하여금 '나도 할 수 있다'는 마음을 불러일으키지만 실제 만드는 과정이 그렇게 간단치는 않다. 때문에 디자인의 질을 고민하지 않고 사용해도 무방하다고 한다. 



* 위의 내용들은 김동신 외, <하필 책이 좋아서>에서 발췌하거나 참고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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