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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 Apr 03. 2024

+ 작법서 등, 유용한 창작의 도구

21화 읽는 것이 쓰는 것이다(김초엽, <책과 우연들>에서)

글을 쓰면서 한계를 마주했던 같다. 여기까지가 전부라는 생각, 가진 밑천이 바닥난 느낌, 글을 쓰는 것을 계속할 있을까 하는 좌절감을 억지로 밀어내며 그야말로 근근이 버티고 이어오는 중이다. 이럴 때 읽기가 필요하다. 답답한 마음을 잠깐 숨통을 트이게 하는 효과가 있다.


습관처럼 도서관 홈페이지에서 도서 목록을 검색하고 대출을 신청한다. 마구잡이 검색에서 눈에 뜨이는 제목, 김초엽 작가의 에세이였다. 작가의 이전 소설 작품을 몇 권 아주 재미있게 읽었다. 그런 사람이 쓰는 에세이는 어떤 글일까, 제목처럼 우연히 만나 가볍게 읽어보자는 마음으로 책을 펼쳤다. 


쓰는 것에 한계를 느낄 때마다 나도 읽어야 했다. 목적의식을 갖고 체계적으로 자료에 접근하는 방식은 아니었다. 소설, 시, 에세이, 자연과학, 동화, 만화책과 칼럼, 기사, 서평 등의 투고 글까지 마구 읽었다. 읽으면 조금은 있었다. 읽어야 있다는 생각은 지금도 유효하다


김초엽 작가의 <책과 우연들>은 '읽기 여정을 되짚어가며 '쓰고 싶은' 나를 발견하는 탐험의 기록'이라고 되어 있었다. 책을 펼치기 전부터 작가가 말하는 읽기 여정과 쓰고 싶은 기록이 궁금했다. 과연 어떤 내용일까. 


책은 기대 이상이었다. 작가가 SF 작가의 길을 걷게 되면서 거친 각종 자료와 도움을 받았던 책, SF 작가의 길로 안내하거나 영감을 준 책들에 관한 내용이 작가의 경험과 어우러지면서 화려하게 펼쳐진 느낌이었다. 


솔직히 말하면, 글 쓰는 지인들과의 만남에서 작법서에 관한 얘기는 많이 들었지만 언제나 흘려버렸다. 그런 것에 기대어 책을 쓰는 게 필요한 것인지 생각조차 하려고 하지 않았다. 누군가가 권하거나 강조하면 의심부터 했다. 그렇게 해서 글을 쓸 수는 있는 걸까, 그렇게 쓰는 것이 맞는 걸까? 그렇게 글을 썼다고 해도 그 글이 가치는 있는 걸까. 글쓰기의 답은 아니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남의 스킬을 빌려와 흉내 내는 글쓰기, 일고의 가치가 없다고 판단했다. 




이번 학기에 책 쓰기 수업을 듣는 학생들 가운데는 추리소설, 판타지 소설을 쓰겠다는 학생들이 의외로 많다. 주제 잡기를 하면서 인물의 설정에 대해 얘기한 적이 있다. 


인물의 성격, 말투, 외모, 인간관계, 배경, 가족관계, 자주 쓰는 손동작이나 움직임 등의 습관 같은 것에 대해 미리 설정을 해 두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그 밖에도 인물의 미니 전기를 써보거나 배경에 따른 옷차림, 옷차림의 사회적, 경제적 맥락, 인물을 무엇을 소유하고 어떻게 집을 장식하고 어떤 차를 타는지 등의 인물 디테일에 대해서도 잡아보는 것이 좋다고 수시로 메모하고 정리할 것을 권했다.


실제로 <천 개의 파랑>을 쓴 천선란 작가는 이러한 인물의 디테일을 완벽하게 먼저 설정하고 소설을 쓴다고 했다. 

낸시 크레스가 쓴 <허공에서 춤추다>에도 인물의 디테일이 잘 설정되어 있다고 한다. 

로버트 맥키의 <Dialogue: 시나리오 어떻게 것인가 2>에는 감정보다 동기, 인물의 지식수준과 사용하는 어휘 인물의 대사를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가에 대한 상세한 도움을 받을 있다고 한다. 


작법서에 대해서도 김초엽 작가는 길게 얘기한다.

아이작 아시모프의 <아시모프의 과학소설 창작백과>와 오슨 스콧 카드의 <당신도 해리포터를 있다>는 제목은 그렇지만 SF 장르 창작에 관한 기본이라고 말한다. 

이경희의 <SF, 이 좋은 걸 이제 알았다니>는 SF 소백과 사전이라고 칭해도 좋을 정도라고 한다. 


제임스 스콧 벨 <소설 쓰기의 모든 것 5 : 고쳐쓰기>는 고쳐 쓰는 과정에 초점을 맞춘 책이다. 인물, 구조, 시점, 장면, 대화 등을 수정할 때 참고할 세밀한 기법, '고쳐쓰기 최종 점검 리스트'를 통해 점검할 사항을 하나씩 정리할 수 있다.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은 알지만 어떻게 잘못된 것인지 모르는 상황에서 도움이 된다고. 


소설 창작을 위한 사전도 있다.

<트라우마 사전> <디테일 사전>, <캐릭터 직업 사전>, <인간의 130가지 감정 표현법>, <캐릭터 만들기의 모든 것>, <딜레마 마전> 등 인물이 겪을 수 있는 트라우마 종류, 도시 혹은 시골의 각종 장소를 묘사할 때의 디테일, 감정을 서술할 때의 세부 사항을 다루고 있다.


외에도 마거릿 애트우드 <나는 왜 SF를 쓰는가>, 어슐러 K. 르 귄 <SF와 브라운 부인>, <우주 노파>, 배명훈 <SF 작가입니다> 등은  ‘삶’과 ‘소설’과 ‘SF’에 관한 이야기다. 




읽어야 쓸 수 있었다. 읽음으로 해서 쓰는 것에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누구나 반드시 읽어야 쓸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나에게만 주어진 특수한 상황, 부족한 대로 어떻게든 쓰고 싶은 마음으로 찾은 나름의 돌파구였던 것이다.  


그러나 김초엽 작가는 읽어서 쓰는 것이 작가라고 한다. 아는 걸 쓰는 게 아니라 쓰면서 알아가는 길이 소설(글)이라고 했으니, 오늘 이 글을 쓰는 것도 책 쓰기를 위한 준비로 당당하게 소개해 본다. '백지 위에 세계를 단숨에 휘갈겨 그려낼 수 있는 무한의 상상력이 나에게 없다면 적어도 다양한 재료를 가져와 그것을 섞고 다져서 토대로 쌓아 올려보자'는 작가의 생각에 감사한 마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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