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ever , wherever, whatever
2017년 7월 14일
마크마놉은 두리안을 로비 냉장고에 넣어두는 건 허용했지만 방으로 가져가는 건 허락하지 않았다. 눈을 뜨자마자 로비로 내려와 두리안을 먹으며, 영국인들이 주섬주섬 짐을 가지고 내려와 체크아웃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들을 대할 때는 어딘가 쩔쩔매는듯한 마크마놉을 보고 있자니 슬슬 화가 난다. 사람을 가려가면서 태도를 바꾸는 간신배 같은 마크마놉의 모습, 그리고 그가 나와 은정에게는 대담하고, (수건을 무료로, 무제한 제공해줄 수 있는) 능력 있는 사람처럼 굴기로 결심했다는 게 믿을 수 없었다.
마크마놉을 피하고자 우리는 바깥으로 나간다. 나는 후각과 미각이 예민한 편이지만 비위가 좋아 아무 음식이나 잘 먹는 반면, 은정은 여러 번의 시도에도 현지 음식들과 가까워지지 못했다. 현지 음식체험 또한 여행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생각하는 나는 그가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고 주장할 때처럼 그를 또 다그쳤다. 물론 나의 욕심이었다. 그럴 때마다 은정은 내가 자신에 대해 일말의 책임감도 느끼지 않아도 되며, 자신은 이미 충분히 행복하다고 말하며 나를 안심시켰다. 이에 설득당해 현지 체험이라는 강박을 버리자 어느새 망고빙수를 먹고 있는 나다.
늦은 저녁. 여느 날과 다름없이 맥주를 잔뜩 사서 백팩에 숨겨 돌아오는 길이었다. 마크마놉은 불을 끄고 퇴근한 시간이다. 가방 어딘가에 있는 열쇠를 찾을 수 없었고 하는 수없이 호스텔 입구에서 맥주를 죄다 꺼내자 가방 바닥에서 열쇠를 찾아낼 수 있었다.
다음 날 아침, 마크마놉은 우리를 불러다 비상 열쇠가 숨겨져 있는 곳을 알려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