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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참아서 병난 여자 Oct 24. 2021

누구나 좋은 글을 쓸 수 있다

  직업이 방송작가라고 말하면 약속이나 한 듯, 자주 묻는 질문은 두 가지로 정해져 있습니다. ‘글을 잘 쓰려면 어떻게 해야 돼요?’와, ‘글쓰기는 타고나는 재능 아닌가요?’ 이 두 가지 질문입니다. 사실상, 이 두 가지 질문은 뿌리가 같습니다. 이 질문에 대답하기에 앞서, 묻고 싶은 질문이 있습니다. 

  어떤 글이 잘 쓴 글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대답에 따라 글을 잘 쓰기 위한 방법도, 재능 여부에 대한 대답도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사실 ‘좋은 글’에 대한 정의는 저마다 다릅니다. 작가들이 얘기하는 좋은 글이 갖춰야 할 요건에도 조금씩 차이가 있습니다. 물론 당연한 일입니다. 저는 딱 두 가지만 이야기합니다. 좋은 글에는 주제가 있어야 한다. 쉬워야 한다. 이렇게 얘기하니까 글쓰기에 대한 부담이 조금 덜어지지 않나요? 


  그러면 두 번째 질문에 대한 답도 쉽게 내릴 수 있습니다. 주제가 있고 쉬운 글을 쓰는 데 있어서 재능이 필요하진 않습니다. 노력만으로 누구나 좋은 글을 쓸 수 있다는 거죠. 굳이 따지자면 저는 글쓰기에 있어서 재능이 더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51대 49 정도의 미묘한 차이로 말이죠. 그나마 재능이 크게 영향을 미치는 분야는 문학 쪽이고, 우리가 흔히 접하는 실용적인 글은 후천적인 노력만으로 얼마든지 잘 쓸 수 있습니다. 앞서 말한 주제가 있고, 쉬운 글을 목표로 한다면 누군가 다다를 수 있습니다. 


  다만, 여기에도 ‘재능’의 영역은 작용을 합니다. 똑같은 목적지까지 걸어가느냐, 자전거를 타고 가느냐, 자동차를 타고 가느냐에 따라 차이가 나는 것처럼, 재능의 존재 여부에 따라 도착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저마다 다를 겁니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누구나 다 그곳에 이를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럼 좋은 글의 두 가지 요건에 대해서 조금만 자세히 다뤄볼까요?


  우리가 국어 수업 시간에 제일 많이 한 것 중에 하나는 ‘주제 파악’이었습니다. 그 얘기는 반대로 모든 글에는 주제가 있다는 뜻이 될 겁니다. 말과 글은 서로가 비슷하지만 일상 속 대화에서는 반드시 주제가 있을 필요는 없습니다. 때로는 딱히 주제가 없는 이야기를 그저 주고받는 것만으로도 즐겁고 의미가 있습니다. 글은 다릅니다. 글은 주고받는 대화라기보다는 한 방향으로 진행됩니다. 독자의 입장에서는 이 글을 읽음으로써 얻는 그 무엇이 반드시 필요하고 그게 바로 주제라고 보면 됩니다. 


  ‘주제’라고 말하면 사실 뭔가 거창해집니다. 주제는 바꿔 말하면 ‘독자에게 전하고 싶은 한 줄’입니다. 글쓰기 수업을 진행할 때도 보면, ‘주제가 있는 글’이라고 했을 때 많은 엄마들이 감을 잡지 못했습니다. ‘독자가 이 글을 읽고, 이런 걸 느꼈으면 좋겠다. 아니면 나는 이런 얘기를 해주고 싶다 하는 한 줄을 정해 보세요’라고 하면 주제가 무척 명확해지곤 합니다. 글쓰기 초보 단계에서는 ‘독자’를 배려하지 못합니다. 그러다 보니, 글이 자기 안에 머무는 경우가 많습니다. 주제를 이렇게 해석하면, 독자를 데리고 왔다는 데 큰 의미가 생깁니다. 글을 쓰면서 계속해서 독자와 ‘한 줄’을 의식하면 된 겁니다. 주제를 정했으니, 이 주제를 쉽게 쓰는 일만 남아 있는 거죠. 


  문제는 ‘쉽게’입니다. 좋은 글의 기준을 대폭 낮췄음에도 좋은 글을 쓰기가 어려운 이유는 이 ‘쉽게’ 때문입니다. ‘쉽게 쓴다’는 말은 독자가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쓴다는 말이고, 글을 써보면 알겠지만, 이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독자가 쉽게 읽기 위해 작가는 어렵게 글을 써야 하는 거고 여기에서 갖가지 글쓰기의 기술이 적용됩니다. 


  좋은 글은 ‘드라이브’와 같습니다. 우리가 드라이브를 간다고 하면서 강남사거리를 가지는 않을 겁니다. 멈추지 않고 달릴 수 있는 쭉 뻗은 길, 옆으로 펼쳐지는 풍경까지 좋은 길이라면 금상첨화겠죠. 좋은 글은 한 줄을 향해 쭉 내달려야 합니다. 이 길인가? 저 길인가? 헷갈리지 않고, 가다 서다를 반복하면서 짜증 나지 않고, 같은 곳을 다시 되돌아가지 않고, 그저 달리는 그 행위와 풍경에 오롯이 집중할 수 있는 길처럼 말입니다. 


  결국 ‘좋은 글’은 ‘쉽게’에 달려 있습니다. 어떻게 쉽게 쓸 것인가. 그것을 터득하고 내 것으로 만들면, 쓰는 사람도 읽는 사람도 쉬운 글쓰기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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