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 시절에 배운 ‘은유법’ 기억하시죠? 비유에는 대표적으로 직유와 은유가 있고, ‘~처럼’, ‘~같이’라는 표현도 없이 ‘A는 B다’라고 말하는 은유는 한 차원 더 높은 것으로 여기곤 했습니다. 글을 조금 더 세련되고 풍성하게 쓰고 싶다면 글에서 말하는 전체 주제가 하나의 은유처럼 보이게 하면 좋습니다. 사실상 내가 말하고 싶은 내용은 B입니다. 그런데 B부터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A를 얘기하는 겁니다. 그리고 언뜻 보면 전혀 상관없는 A속에서 B를 발견하고 그에 대한 얘기를 본격적으로 해 나가는 형식이죠.
B를 얘기하기 위해, B부터 시작하는 건 좀 재미없습니다. 너무 정직하다고 해야 할까요? 우리가 흔히 들었던 주의 환기, 또는 흥미 유발을 위해서라도 예상치 못한 무언가로 시작하는 것이 좋습니다. 물리학자인 정재승 교수가 한 말이 무척 인상적이었는데요. ‘A와 B의 거리가 멀수록 좋은 비유다’라는 말에 ‘아하!’ 하면서 고개를 크게 끄덕였습니다. 이게 바로, 글쓰기가 연결이라고 말하는 이유입니다. 전혀 연결이 될 것 같지 않은 것들을 연결하는 힘 바로 거기에 글을 쓰고, 읽는 재미가 있습니다.
글쓰기는 연결입니다.
우선 형식적인 면에서 그렇습니다. 가장 작게는 단어와 단어가 연결이 되어서 문장을 만들고, 문장과 문장이 연결되어서 문단을 이룹니다. 다시 그 문단과 문단의 연결을 통해서 하나의 글이 완성됩니다. 내용적인 측면에서 마찬가지죠. 글쓰기는 자신의 생각과 에피소드와 그걸 받쳐주는 소재가 하나의 주제를 향해 연결되어 있습니다.
무엇보다 글쓰기가 연결이라고 이야기하는 가장 큰 이유는 글쓰기가 갖고 있는 의미 자체입니다. 글은 나와 나를 연결하고 나와 타인을 연결하고 타인과 타인을 연결하고, 결국 나와 세상을 연결시킵니다. 누구나 글을 써야 한다고 강조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글쓰기는 자신을 알아가는 데 무엇보다 중요한 수단이 됩니다. 머릿속으로는 어렴풋한 것들이 글을 쓰는 순간, 명확해지는 경우가 무척 많습니다. 오히려 그동안 잘못 생각해왔던 것들도 깨닫게 되죠. 글이 갖고 있는 논리성 덕분입니다. 그래서 글을 쓰는 행위를 통해서 나 자신에 대해 다시 생각하고 새로운 면을 발견하기도 합니다.
오로지 나를 위한 치유의 글쓰기를 하고 나면, 이 글을 통해 세상에 말을 걸고 싶어 집니다. 아이가 걷고 나면 뛰는 것과 같은 당연한 수순처럼 그런 생각이 들게 됩니다. 이게 또 글쓰기의 매력일 겁니다. 처음에 글을 공개하는 과정이 조금 힘들지 몰라도 익숙해지면 세상에 말을 거는 나만의 방식, 나만의 무기가 생긴 거고, 나중에는 글을 쓰지 않고는 못 배기는 나를 발견하게 될 겁니다.
형식, 내용, 그 의미 면에서도 모두 ‘연결’이라고 봐도 무방한 글쓰기. 결국 연결만 잘 지어도 좋은 글을 쓸 수 있다는 가정이 나옵니다. 연결을 잘 지을 수 있는 방법에는 관찰만 한 것이 없습니다. 글을 잘 쓰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눈은 관찰하는 눈일 겁니다.
관찰을 잘하는 사람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