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은 누구나 쓸 수 있지만, 아무나 쓸 수는 없습니다.
글쓰기가 갖고 있는 여러 가지 특성 때문인데요.
오늘은 그 중 이 이야기를 해볼게요.
‘글쓰기는 친절한 작업이다’
제가 말하는 글쓰기는 늘 ‘독자’를 염두에 둔 ‘공개적인’ 글쓰기입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혼자서 쓰고, 혼자만 보는 일기는 ‘친절할’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생각나는대로 쓰면 되고, 대충대충 이야기해도 독자인 나는 다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일기를 쓰다 보면, 종종 ‘설명하기 귀찮다’는 이유로
‘어쨌든 그랬다’
‘아. 몰라. 몰라’
‘그건 걔 마음이고. 내 마음은 아니니까’
와 같은 말들을 쓰곤 합니다.
내 마음이 흐르는 방향.
어떠한 일이 생긴 원인과 결과.
등장인물의 성격과 행동대한 설명.
그 과정을 따라가는 나의 마음 등등.
이 모든 것들을 일기에서는 그냥 쓰면 됩니다.
설사 오류가 있다 해도 ‘뭔 상관?’
이렇게 해도 된다는 거죠.
그래서 나중에 시간이 흐른 후 읽어보면
‘도대체 이게 무슨 말이야?’ 하고 나조차도 모르는 암호같은 글이 되고 맙니다.
공개적인 글쓰기에서는 다르죠.
어떤 결론을 도출해내기까지의 과정을
독자가 잘 따라올 수 있도록, 친절~하게 설명해줘야 합니다.
나는 이미 다 알고 있는 일이어도 말입니다.
그 과정은 생각보다 귀찮고. 어렵습니다.
독자의 입장이 되어야 하고, 논리적이어야 하고.
무엇보다 적당~해야 합니다.
옷가게에 갔다고 생각해 보기로 해요.
점원이 지나치게 친절한 겁니다.
‘어머. 고객님. 그 옷은 이번에 나온 신상으로 특히 색감이 예술이죠.
고객님 같은 쿨톤의 분들에게 어울릴 거에요.
한 번 입어보시겠어요? 사이즈가 어떻게 되시죠?‘
라는 말을
내가 옷을 골라 들 때마다 한다고 생각해 보세요.
우리는 제발 ‘나 좀 놔뒀으면......!’ 하는 마음이 절실해질 겁니다.
결국, 마음에 드는 옷을 두고 점원의 그 과한 친절 때문에
‘다음에 다시 올게요’ 라는 말을 남기고 떠날 수도 있습니다.
글쓰기도 마찬가지입니다.
손님이 오든 말든, 점원이 있나 두리번거리든 말든
관심 없이 나의 일만 해서도 안 되고요.
요구하지 않은 정보까지 줘가면서 과도한 친절로
손님을 지레 질리게 해서도 안됩니다.
손님이 편하게 옷을 고르도록 살짝 빠져있다가,
자꾸 들었다 놨다 하거나, 몸에 대고 거울을 본다 싶은 적당한 타이밍에
‘그 옷 한 번 입어보시겠어요?’ 하고 묻는 센스있는 친절!
이게 바로 글쓰기에서도 필요한 법입니다.
분명 나의 이야기지만 ‘나 한 사람만’의 이야기가 되지 않게.
그 이야기 속에서 ‘또다른 나(독자)’를 발견할 수 있게 하는 글쓰기의 기술.
적당한 친절은 그 글을 매력적으로 만들어 줄 겁니다.
글을 쓸 때는
꼭 필요한 과정을 불친절하게 건너뛰고 있지는 않은지,
이 문장이 과도한 친절은 아닌지,
한 번씩 꼭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