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거울을 보다가 눈가에 자리 잡은 주름을 발견했다. 웃을 때마다 그 선이 조금 더 뚜렷해졌다. 순간, 낯선 얼굴이 거울 속에서 나를 바라보는 것 같았다. 나는 시선을 거두지 않고 한참 들여다보았다.
주름은 단순히 나이가 들었다는 신호가 아니었다. 웃음과 울음, 고민과 한숨, 지나온 시간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그렇게 내가 살아온 모든 순간을 조용히 간직하고 있었다.
언제부터 그 흔적이 내 얼굴에 자리 잡았는지는 알 수 없었다. 한낮의 밝은 웃음 속에서, 혹은 깊은 밤의 침묵 속에서 서서히 만들어졌겠지. 나를 웃게 했던 것들, 나를 힘들게 했던 것들, 그리고 그 모든 것을 견디며 살아온 내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시간은 천천히 나를 바꿔놓았다. 그 변화는 낯설었고, 때로는 피하고 싶었다. 그러나 시간을 되돌릴 수 없다는 건 너무도 분명했다. 내 얼굴에 새겨진 자국들은 내가 지나온 날들에 대한 가장 솔직한 증거였다.
다시 들여다보니 그 흔적은 약함의 표시가 아니었다. 그것은 내가 견뎌온 시간들이 만든 단단함이었다. 오래된 나무의 나이테처럼, 내 얼굴에도 내가 걸어온 길의 무늬가 새겨져 있었다. 그것은 내가 지나온 시간들을 따라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떨어지는 꽃잎이 아름다운 건, 그 순간이 자연스럽기 때문이다. 내 얼굴 위의 이 흔적들도 다르지 않았다. 내가 걸어온 길 위에 남은 자국들은 결코 부끄러운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내가 지나온 시간을 증명하는 작은 지도였다.
앞으로 더 많은 흔적이 늘어나겠지. 그럴 때마다 나는 그 안에 담긴 시간을 떠올리기로 했다.
감추거나 부정하지 않고,
오히려 자랑스럽게 여길 것이다.
그것들은 내가 살아온 날들의 증거이고,
내가 지나온 시간을 보여주는 가장 정직한 기록이니까.
거울 앞에서 천천히 눈길을 거두며 깨달았다. 내 얼굴 위의 주름은 끝난 이야기가 아니었다. 그것들은 지금도 쓰이고 있는, 끝나지 않은 시간의 흔적이었다. 앞으로도 내 얼굴은 내가 살아갈 날들의 이야기를 담아갈 것이란 생각이 들어 미소가 번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