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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영미 Oct 21. 2020

함께 해요 동지

결혼 생활의 제2 챕터가 열리다

결혼 생활 연차가 길어질수록 친구들은 남편을 ‘동지'라고 칭하곤 했다. 동지? 남편에게 어떤 느낌이 들 때 표현할 수 있는 단어지? 근데 아기가 태어난 지 70일이 된 지금에서 보니, 남편은 동지다. 누가 가르쳐주는 것 없이 스스로 한 사람을 키워야 하는, 매일 새로운 과제를 헤쳐가야 하는 육아 동지.


동지) 사전적 의미 : 지난날, 어려운 과업을 이루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함께 싸워 나가는 사람을 이르던 말.


그리고 최근 남편과 나는 일 동지도 됐다. 40대 중반의 남편은 최근 회사를 그만두면서, 비슷한 구조의 회사로 다시 들어가지는 않겠다 다짐했다. 지금까지 해온 일을 바탕으로 본인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갈 준비 중이었다. 그러다가 내가 운영해온 디자인 스튜디오에서 함께 일하는 것은 어떨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게 됐다. 내 경우에 사실 작년에 동업자가 스튜디오를 나간 후, 직원을 채용할지, 함께 할 파트너를 찾아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 대신 서두르지 않고 신중하게 스튜디오 운영 방법을 정하고 싶었다.


그러던 중 임신을 하게 됐고, 코로나 19가 발생했고, 디자인 관련 글을 쓰는 일을 하게 되면서 당분간은 혼자 일하는 조건을 유지하는 것이 맞았다. 그런데 출산 이후 육아를 하면서 일을 계속하려면 혼자는 무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많은 부분을 함께 의논하고, 각자가 메인이 되는 프로젝트에서는 서로가 리드하면서도 할 수 있도록 구조를 만들어보기로 했다.

남편과 나는 사실 이전 직장에서 선후배로 만난 사이기 때문에 함께 만들어갈 수 있는 일이 많을 것이다. 부부가 함께 일을 하는 것이 도움이 될까 싶어서 예전에는 함께 사업을 해보자는 얘기를 진지하게 해보지 않았다.


이제 뉴 노멀 시대로 오면서 재택근무가 일상이 됐고, 가족 외에 외부 사람과 예전만큼 만나지 않게 됐다. 남편이 나와 함께 일하게 됐으니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시간이 나는대로 어디서나 일을 할 수 있다. 지난 9월 말에 함께 디자인 공모전을 준비했는데, 우리는 아기가 자는 시간 틈틈이 아이디어 미팅을 하고, 한 사람이 분유를 먹이면 나머지 한 사람은 미팅에서 나온 아이디어를 디벨롭했다. 산욕기 6주가 지나고 그렇게 첫 일에 착수할 수 있었다. 물론 무리하면 안 되는 시기여서 시간은 조절하면서 했다. 외부 파트너와 함께 하는 일이었다면 시간 활용 등에서 양해를 구해야 할 것도 많았을 것이고, 일의 진도도 더뎠을 것이다.


출산 전에 걱정한 것 중 한 가지가 경력 단절, 스튜디오의 유지였는데 남편이 일 동지가 되면서 고민을 해결할 수 있게 됐다. 육아 동지에서 나아가 일 동지까지 되고 나니, 남편과의 결혼 생활이 확실히 달라지고 있다. 그야말로 인생에서 제2 챕터가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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