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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빛구슬 Dec 10. 2019

무엇이 행복을 만드는가?

쓸모없는 곳의 쓸모를 찾고 행복도 찾았다.

쓸모없이 버려진 공간이 있었다.


쓸모없다 여겼기에 돌보지 않았고, 돌보지 않으니 낡아만 갔다. 그런데 그 공간에 살짝 눈길을 주었더니 변화가 일어났다. 마치 이름을 불러 주니 누군가의 꽃이 되어준 것처럼 나에게 의미가 되어 주었다.


쓸모없다 여겼던 그 공간은 바로 내 방 앞의 마루다.

방안에 놓아두기 불필요한 물건, 지저분한 물건은 방에서 나와 바로 마루에 쌓였다. 물건 하나가 나오니 그 옆으로 또 다른 물건이 딸려 나왔다. 결국 방 앞 마루는 계륵처럼 여겨진 물건들의 집합처가 되었다.


그런데 그 마루를 조금 손 봤더니 거대한 수납장이  생기고 나만의 공간도 생겼다.

넓은 마루 밑은 거대한 수납공간이고, 마루는 나만의 카페다.

세상에는 강아지 똥만 쓸모 있게 쓰이진 않는다. 누가 그 쓸모를 만들어 주느냐에 따라 그 쓸모는 달라진다. 쓸모없다 여기고 방치하면 영원히 쓸모없는 존재로 남을 거지만, 쓸모 있다 여겨 손길을 주면 그 자체로 의미 있는 존재가 되어 가치를 발휘한다.

마루 앞 문을 통유리로 바꾸고 그 앞에 책상을 놓으니, 밖을 보며 글도 쓰고 차를 마실 수 있는 공간이 생겼다.

만약 눈이라도 온다면 이 곳은 그동안 상상으로만 꿈꿔왔던 공간을 연출해 줄 것이다. 뜨거운 커피 한 잔의 여유가 전과는 다르다는 걸 느끼게 해 줄 것이다.


이곳의 변화는 사소한 일이었다.

그저 유리를 바꾸고, 마루를 손 봤으며, 좁은 책상 하나를 올렸을 뿐이다. 그러나 거기서 느끼는 행복은 집안 전체를 리모델링한 것과 동격이 되었다. 만약 처음부터 이런 공간이 존재했다면 지금의 행복은 없었을지 모른다. 이 공간은 그저 멋진 공간의 하나로 존재했을 뿐 특별한 의미를 가진 공간이 되지는 않았을 것이란 말이다. 그러나 쓸모없다 여겼던 공간이 변화하니 그 변화는 더 새롭고 의미가 생겼다.


행복 역시 이와 같은 원리로 작용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처음부터, 아니 지속적으로 유지되는 행복은 행복으로써의 가치를 점점 잃어가게 된다. 남에게는 행복으로 비줘질지 모르나 늘 행복 속에서 그것을 만끽하며 사는 사람에겐 그것은 이미 행복이 아닌 일상일 뿐이다. 그 상태에서 행복하다 느끼게 되려면 더 큰 강도의 행복이 찾아와야 하고, 웬만한 일에선 행복을 느끼지 못하는 행복이 불행을 강화시키는 아이러니가 발생하게 된다.


생각이 여기에 미치니 결핍이 결코 나쁜 것만은 아니란 생각도 든다. 결핍은 조금만 채워줘도 큰 만족과 행복을 선물하니 그저 배척하고 미워만 할 존재가 아니다.


행복은 거창하고 화려한 일이 만들어주는 게 아닌 것 같다. 일상의 사소한 변화가 행복을 만들어 준다. 작은 행복 하나하나가 모여 긴 인생의 행복을 완성시켜 준다.


그래서 난 미래의 큰 행복을 바라며 지금의 작은 행복을 저당 잡히는 어리석은 행동을 하지 않으려 한다. 지금처럼 사소한 일에 행복을 느끼며 작은 행복 하나하나씩 쌓아갈 것이다. 그리하여 뒤돌아본 나의 삶이 미소로 답하는 삶을 만들 것이다.


무엇이 행복을 만드는가?

나는 그 행복을 일상의 작은 변화에서 찾았다.  

이 작은 것들이 쌓여 나의 인생을 빛나게 할 것이다.

사소한, 보잘것없어 보이는 이 작은 것들의 이름 역시 행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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