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학년 학생 간 성폭력 예방 수업 후 학생들의 활동자료를 이용해 게시물로 만들어 6학년 복도에 전시했다.
행복추구와 성적 자기 결정권
6학년 학생들에게 물었다.
-여러분들은 왜 사나요?
너무 추상적인 질문일까? 학생들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날 바라봤다.
-선생님은 행복해지려고 삽니다. 선생님은 행복하기 위해 보건선생님도 하고 책도 읽고 글도 씁니다. 집에서는 요리도 하고 청소도 합니다.
헌법 제10조를 보여주었다.
헌법 제10조 모든 인간은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인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지닌다.
- 내가 나에 대해 아무것도 스스로 결정하지 못한다면 과연 행복할 수 있을까요? 행복을 추구하려면 타인의 간섭 없이 자기 스스로 판단하고 선택하고 결정하는자기 결정권이 필요합니다.
나는 말을 이어갔다.
-우리는 사랑, 연애, 결혼, 출산, 성 정체성등에 관해서도 스스로 판단하고 나는 누구이며 무엇을 언제 어떻게 할지, 또는 하지 않을지 스스로 결정할 수 있습니다. 이것을 성적 자기 결정권이라고 합니다. 어린이든 어른이든, 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 부자든 가난하든 모두가 존엄한 인간으로서 성적 자기 결정권은 존중받아야만 합니다. 성적 자기 결정권을 침해하면 성폭력이 될 수 있습니다.
-학교 내에서 친구들 사이에 성적 자기 결정권이 존중되지 못하고 침해받게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사이가 안 좋아집니다.
-피해를 입은 친구가 힘듭니다.
-학교폭력이 될 수 있습니다.
-성폭력이 될 수 있습니다.
- 반 분위기가 안 좋아집니다.
-선생님께 혼납니다.
-그렇습니다. 모두가 행복하게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친구들 사이에도 성적 자기 결정권이 존중되어야 합니다.만약 친구가 여러분의 성적 자기 결정권을 침해한다면 어떤 감정이 들까요? 감정카드에서 찾아봅시다.
학생들은 속상하다, 슬프다, 불안하다, 겁난다, 짜증 난다, 혼란스럽다, 당황스럽다, 불편하다, 괴롭다, 우울하다, 좌절스럽다, 지친다, 무섭다, 화난다, 억울하다 등의 감정을 학생들이 찾았다.
학생 간 성적 자기 결정권 침해 유형
초등학생들은 성적 자기 결정권침해의 구체적인 사례를 제시하지 않으면 무엇이 타인의 성적 자기 결정권을 침해하는 것인지 잘 모른다.
학생들은 미디어를 통해 타인의 성적 자기 결정권을 침해하는 영상들을 보고 자란다. 예능에서는 이것을 웃음코드로 사용한다. 자신들이 선망하는 연예인이 하는 행동이니 아무렇지 않게 친구에게 하게 된다.
학교폭력으로 성폭력이 사안이 신고되었을 때 대부분의 가해 학생들은 자신이 한 행동이 장난이었다고, 그렇게 나쁜 일인지 몰랐다고 한다.
학생들 사이에 많이 발생하는 성적 자기 결정권 침해 유형이다.
1. 성적 행위를 한 적이 있냐며 묻고 놀리는 행동
- 너 키스해 봤어?, 너 성관계 해봤어, 너 거기 만져봤어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2. 성적행위를 하라고 강요하는 행동
- 너 누구랑 섹스해라, 너 누구 가슴 만져라. 너 거기 만져 봐.
3. 성적 행위를 묘사하는 행동
- 신음소리를 내기, 성관계를 묘사하는 행동, 자위행위를 흉내 내는 행동, 자위행위를 흉내 내거나 친구의 몸에 올라타 성관계를 묘사하는 행동
4. 성적 행위가 나오는 영상이나 링크, 이미지를 보내는 행동
- 혼자 우연히 자신에게 날아온 링크를 클릭했는데 음란한 영상들이 나온 것을 보고 신기해서 그것을 친구에게 보내는 사례
5. 신체의 일부를 훔쳐보는 행동
- 남학생들이 화장실에 가서 소변보면서 친구의 생식기를 훔쳐보는 행동
6. 신체의 일부를 만지는 행동
- 남학생들이 서로 장난치며 생식기를 만지는 것, 남학생이 여학생의 신체의 일부를 만지는 행동
7. 자신의 신체나 성적행위를 친구에게 보여주는 행동
- 한 자신의 생식기를 교실 또는 화장실에서 만지며 자위를 하는 행위, 자신의 생식기를 친구들에게 보여주는 행동
8. 성적인 소문을 퍼트리는 행동
초등학생들은 누구랑 누구랑 사귀고, 누구랑 누구랑 헤어지고, 누구랑 누구랑 키스하고 이런 류의 소문을 퍼트리는 경우
9, 사진이나 영상을 성적 이미지에 합성하고 유포, 공유하며 협박하는 행동
10 신체의 일부 또는 성적행위를 불법으로 촬영하는 행동
- 자신의 생식기를 촬영하여 다른 친구에게 보내는 행동, 자신의 자위행위를 촬영하여 보내는 것, 타인의 신체 일부를 몰래 촬영하는 것
대부분 예능 프로그램에서 나오는 웃음코드다. SNL 몇 개만 봐도 이런 장면을 우리는 쉽게 찾을 수 있다. 프로그램을 만드는 사람들의 성가치관이 의심스럽다.
성적 자기 결정권 침해의 가해자라면? 피해자라면? 친구라면?
내가 가해자라면 어떻게 해야할까?
내가 가해자라면?
내가 친구의 성적 자기 결정권을 침해했다면?
-진심으로 사과한다.
-나의 잘못을 인정한다.
-변명하지 않는다.
-잘못을 숨기지 않는다.
-보호자나 선생님에 도움을 받는다.
-반성한다.
-두 번 다시 그런 행동을 하지 않는다.
피해를 입은 친구에게 진심으로 사과한다는 학생들이 가장 많았다. 초등학생들은 담임선생님이 자신이 잘못된 행동을 지적해 주면 쉽게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피해자에게 사과한다.
수업시간에 학생들의 포스트잇을 보고 감동했다. 어른들은 타인의 성적 자기 결정권을 침해하고도 변명하기 바쁘고, 같은 행동을 반복하는데 학생들은 어느 누구도 변명한다거나 자신의 잘못을 숨긴다는 이가 없었다.
-가해자가 되었을 때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피해자에게 사과한다면 피해자가 피해를 극복하는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사과한다고 적은 학생들 중에 많은 학생들이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적었는데요. 보호자가 시켜서, 담임 선생님이 시켜서 하기 싫은 사과를 한다면 피해자가 알까요? 모를까요?
-알아요
-그래요. 진심으로 자기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고 같은 행동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여러분들의 다짐이 선생님을 감동시키네요. 선생님은 여러분들이 정말 멋진 학생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처럼 멋진 학생들과 함께 이 시대를 살고 같은 공간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너무 행복합니다. 땡반 멋져요.
내가 가해자의 친구라면 어떻게 해야할까?
내가 가해자의 친구라면?
내가 가해자의 친구라면?
-가해자 사과하라고 한다.
-가해자 친구에게 반성하고 한다.
-가해자 친구에게 잘못을 인정하라고 한다.
-가해자 친구에게 가해하지 말라고 한다.
-그런 일을 보고는 모르 척하지 않는다.
-하지 말라고 한다.
-이를 바로 잡는다.
-가해친구와 손절한다.
여기에서도 피해자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게 한다는 의견이 가장 많았다. 역시 멋진 학생들이고 용기 있는 학생들이다. 어른들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학생들처럼 하지 않았을 것이 분명하다.
학생들에게 내가 가해자의 친구였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주었다.
- 여러분 의견처럼 여러분이 가해자의 친한 친구라면 가해자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피해자에게 진심으로 사과할 수 있게 도와주어야 합니다. 여러분이 가해친구의 행동이 성폭력인지 아닌지 판단하지 않아야 합니다. 이는 용기 내어 자신의 피해 사실을 말한 피해자에게 오히려 상처를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 운 안 좋게 너만 걸렸네.', '어쩌다 한 실수잖아.'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그럼 가해한 친구가 자신이 한 행동을 아주 가볍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또 가해자의 책임을 덜어주려고 '피해자가 오해할 만한 행동을 했네.', ' 피해자가 원래 예민하고 이상한 애야.'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피해자에게 가서 ' 가해자가 원래 그런 행동을 하는 사람이 아니다. 그날 실수했다', ' 가해자가 지금 힘들어한다. 용서해 줘라'라고 말하면서 가해자의 심정을 피해자에게 전달하지 않습니다. 우리 끼리끼리 논다는 말 있죠? 친구들도 대부분 성향이 비슷한 사람끼리 친구 합니다. 친구가 가해행동을 했다면 나도 나는 혹시 책임질 부분이 없는지 생각해 봐야 합니다. 가해친구와 손절하거나 거리를 둔다는 친구가 있었는데 손절하거나 거리를 두면 가해친구는 자신의 행동에서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모르고 같은 행동을 반복해서 다른 사람의 행복추구를 방해하게 됩니다. 또 언제 나에게 가해 행동을 할지도 모릅니다. 가해행동을 하는 친구가 있는데 너무 무섭거나 두렵다면 어른들에게 도움을 요청하세요. 선성님이나 보호자는 언제나 여러분을 도와줄 것입니다.
자식이 학생 간 성폭력으로 학교폭력 가해자가 되었을 때 많은 보호자들이 자녀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자녀의 행동을 사소화하고 피해자 탓을 하는 경우를 많이 본다. 무엇이 자녀를 위하는 것인지 보호자는 생각해봐야 한다.
내가 피해자의 친구라면 어떻게 해야할까?
내가피해자의 친구라면?
-선생님게 말한다.
-피해자에게 괜찮냐고 물어본다.
-피해자는 잘못이 없고 가해자에게 잘못이 있다고 말한다.
-피해를 입은 친구를 위로하고 격려한다.
-피해 입은 친구에게 힘내라고 말한다.
-ㅍ해 입은 친구에게 잘못이 없으니 당당하라고 말한다.
-그냥 있는다.
-신고한다.
그냥 있는다는 의견은 단 한 장이었다. 우리 주변에 성적 자기 결정권 침해를 당한 친구가 있다면 학생들처럼 하면 좋겠다.
- 주변에 피해를 입은 친구가 있다면 친구를 믿고 경청해 줍니다. 피해를 입은 친구에게 '그동안 고생 많았구나. 나에게 말해줘서 고마워. 네 탓이 아니야'라고 말해줍니다. 선생님도 예전에 친구가 성희롱을 당했다고 말했을 때 그냥 듣고 믿어주면 되는데 선생님도 모르게 '네가 잘못들은 것 아니야.'라고 말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그 친구에게 너무 미안해서 나중에 사과한 적 있습니다. 선생님이 진심으로 사과했더니 친구가 용서해 주었었습니다. 성폭력 피해를 입은 친구를 의심하지 말고 믿어줍니다. 여러분이 어떤 말하는데 아무도 안 믿어주면 어떤가요? 속상하잖아요. 친구가 용기 내서 여러분에게 말한 겁니다. '걔 원래 그런 애잖아. 네가 이해해.'라고 말하면서 피해를 입은 친구에게 가해자를 이해하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이것은 2차 피해입니다. 친구에게 지금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함께 찾아줍니다. 피해를 입은 친구를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나 기관이 있는지 함께 꼭 찾아주세요. 여러분 주변에 담임선생님, 학교 선생님들, 보호자들이 여러분의 행복 추구를 위해 언제나 도와줄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성폭력 피해를 입은 친구에 대한 고정관념이 있습니다. 성폭력 피해자는 슬프고 일상도 망가져 학교도 못 올 거라고요. 그러나 피해자는 무엇이든 할 수 있습니다. 저번에 다른 학교에서 학교폭력 피해를 입은 학생이 등교도 잘하고 체육도 잘하고 급식도 잘 먹으니까 같은 반 학생들이 '저 애 피해자 맞아? 무슨 피해자가 저렇게 행동해. 피해 입었다는 것 거짓말 아니야.'라고 말해서 피해자입은 학생이 슬퍼했던 일이 있습니다. 피해자가 괜찮아도 괜찮고 괜찮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피해를 입은 친구를 그냥 평상시처럼 대해주는 것도 좋습니다.
내가 피해자라면 어떻게 해야할까?
내가 피해자라면?
내가 피해자라면
-선생님에게 도움받음
-보호자에게 알림
-주변 사람에게 도움 받음
-117에 신고함
-매일매일 기록해서 나중에 신고할 거다.
-그냥 있는다. 이해한다. 참는다
-소문낸다.
-피해사실을 주변에 알리지 않고 그냥 있는다고 적은 이유가 무엇일까요?
-주변에 소문나서요.
- 여러분 그렇다면 친구들 사이에 성적 자기 결정권을 침해하는 사건이 발생했을 때 소문을 내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합니다.
-하면 안 됩니다.
-네. 피해자가 소문으로 인해 2차 피해를 받게 됩니다. 절대 소문을 내는 일은 있어서는 안 되겠습니다.
-참는다는 의견에 대해 혹시 의견 있는 사람 있나요?
한 남학생이 손을 들었다.
-제 생각에는 참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왜냐면 피해자는 잘못한 것이 없으니까 당연히 사과를 받아야 마음이 풀릴 것 같습니다. 또 참으면 가해를 한 친구가 다른 친구들에게 성적 자기 결정권을 침해하는 행동을 지속해서 피해자가 더 많아질 수도 있습니다.
또 한 남학생이 손들었다.
-엄마가 참으면 병 된다고 했어요. 피해 입은 것도 서러운데 참으면 병들어요.
학생들이 이 답변에 모두 웃었다. 맞다 참으면 병 된다.
-매일매앨 기록해서 나중에 신고하는 것에 대해서는 의견 있는 사람 있나요?
-매일매일 기록하는 것은 좋은데요. 기록하다가 피해를 더 입을 수 있을 것 같아요. 피해 즉시 선생님께 말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이번 답변도 남학생이 했다. 학생들은 정말 순수하다. 이런 학생들이 왜 어른이 되면 달라지는 걸까? 사회가 도대체 학생을 어떻게 교육하고 있는 걸까?
-소문낸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요?
학생들의 답변이 없었다.
-소문내는 이유는 뭘까요?
-가해자를 부끄럽게 하려고요.
-너무 화나서요.
-다른 학생들에게 너도 당할 수 있으니까 조심하라고 소문내는 것 같아요
-아 그렇군요. 그런데 소문내다가 오히려 피해자가 곤란한 입장에 처할 수도 있습니다. 소문내는 것보다 보호자나 담임선생님께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나는 학생들에게 피해자가 되었을 때 마음속에서 생기는 여러 가지 걱정과 의문을 살펴 보고 원하는 해결방안을 찾아보라고 했다. 특히 학생들은 아직 미성년자이기에 보호자나 선생님께 도움을 요청하라고. 그럼 보호자나 선생님이 도와줄 거라고 했다. 보호자도 선생님도 모두 도움을 주지 않을 때는 117이나 112, 1366,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를 이용할 수 있다고 알려주었다. 선생님과 보호자에게 가해자에게 요구할 것을 정리하여 전달하거나 가해자에게 사과를 받는 방법, 가해자를 교육받게 하는 방법 등을 제시하는 것도 괜찮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피해자가 요구하는 대로 다 되는 것은 아니지만 나의 행복추구를 방해한 사람이 있다면 요구할 것들은 요구해야 한다.
게시 자료를 만들 때 부연 설명을 적어서 게시했다.
성적 자기결정권 침해시 대처에 대한 참고자료
이번 수업내용의 대부분은 2개의 도서를 참고하였다. 정확히 말한다면 참고라기보다는 길잡이가 된 책이라고 해야 맞을 것 같다. 이 책들의 내용으로 수업을 구상했다. 책의 내용대로 학생들에게 말하고 PPT자료도 만들었다. 이 도서를 학생들을 지도하는 모든 교사와 보호자들이 읽으면 좋겠다.
학생들에게 성교육을 하려면 나의 성 가치관부터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보호자나 교사가 올바른 성가치관을 가지고 있어야 자녀도 학생도 교육할 수 있다. 아무리 미디어가 성교육계의 일타강사일지라도 교사와 보호자의 말과 행동을 통해 학생들은 충분히 변화할 수 있다고 믿는다. 특히 초등학생은 더욱 그렇다.
수업내용의 행복추구권과 성적 자기 결정권 참고 자료: 한채윤. 모두를 위한 성평등 공부. 교육 프로젝트 P 198-237 페이지. 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