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나의 친구 성호에게
'외배엽 이형성증'*
이것이 너의 질병이었지.
선생님은 너를 만나기 전에도
'외배엽 이형성증' 학생을 지도한 적이 있었어.
처음엔 네가 나에게 부담스러운 존재가 될 줄 알았어.
너는 보기와 다르게 정말 정말 정말로 튼튼했지.
아파서는 보건실에 단 한 번도 오지 않았어.
아무렇지 않게 틀니를 빼서 보여주며
하하 호호 웃던 우리 성호.
잘 지내지?
쌩쌩, 싱싱, 휙휙, 획획
너는 학교에서 걸어 다니는 법이 없었지.
사서샘은 너보고 학교에서 날 뛴다고 했어.
도서관, 복도, 운동장을 달리던 너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우리 희망교실* 했었잖아. 기억나지?
토요일 보건실에서 짜장면도 먹고
영화관에서 영화도 보고
꽃집에서 꽃꽂이도 했었지.
아, 참 공방 가서 카드지갑도 만들었다.
학교 밖에서 영화 보고 오는 날
선생님 차 안에서 네가 말했지.
"선생님, 우리 친구 해요!"
선생님은 너무 좋아서
"그래. 우리 이제부터 친구다. 아싸!"라고 외쳤어.
그때 같이 차에 있던 진성이가
"나이가 다른데 어떻게 선생님이랑 친구 하냐? 바보야!"
라고 했지. 너는
"나이가 달라도 친구 할 수 있어. 멍청아. 뭘 모르네."
라고 대꾸했어.
결국 우리는 학교에서 둘도 없는 친구가 되었지.
언제나 너는 나에게 따뜻한 미소를 보냈고
선생님도 너에게 따뜻한 미소로 화답했지.
선생님은 삭막했던 학교에 친구가 있어
행복했단다.
네가 중학교 일 학년 스승의 날
선생님을 찾아왔었지.
멋진 교복을 입고 보건실 문을 열고 들어와
"스승의 은혜는 하늘 같아서~" 노래를 큰소리로 끝까지 불렀어.
지금도 스승의 날이면
그날의 네 노래가 귓가에 맴돈다.
중학교에서도 네가 잘 지내는지 궁금했어.
중학교 보건 선생님께 전화해
우리 성호 잘 지내냐고 물었었지.
그 선생님은 성호 잘 지낸다고
아픈 아이가 정말 밝다고 했어.
선생님은 우리 성호는 그런 아이라고 자랑도 했지.
정말 좋은 아이라고 잘 부탁한다고 했었어.
우리 성호 지금도 잘 지내지?
이젠 대학생이나 직장인이 되었겠지.
성호는 어떤 일을 하고 있을까?
피아노도 잘 치고, 일본어도 잘했었는데.
애니메이션과 게임을 좋아했지.
수학만 싫어했었어.
너는 방학 때마다 엄마랑 일본여행을 다녔었지.
형은 공부 잘하는데
너는 왜 못하냐며 한숨을 푹푹 쉬기도 했어.
아빠가 사업 하셔서 늘 바빴지만
너의 집은 항상 행복했었지.
가족들도 잘 있지?
선생님 애들도 인자 다 컸단다.
둘 다 선생님보다 키가 크단다.
한 번씩 성호오빠 이야기를 하더라.
자기들 귀여워해 주고
같이 잡기놀이 하면서 놀아줬다고.
우리 가족도 다 잘 지낸단다.
학교 앞 편의점에서
진성이랑 너랑 나랑 셋이서
컵라면도 먹고 추억의 테이프 과자도 먹었지.
길이 30cm, 너비 2-3cm 정도 되는 젤리를 사서
뱀 혀를 만들며 입에 물고 놀기도 했었어.
너랑 있으면 선생님도 아이가 되곤 했지.
성호야, 우리 서로 연락하지 않고 지내지만
선생님은 가끔 네 생각한다.
너도 선생님 생각하니?
보고 싶다.
내 마음속에 언제나 네가 있단다.
잘 지내고
언제나 초등학교 때처럼
밝은 에너지 뿜뿜거리며 살아가거라.
선생님이 응원할게.
참, 초등학교 때처럼 튼튼하고. 알았지?
사랑한다.
from 너의 나이 많은 친구가
*외배엽 이형성증(Ectodermal dysplasia) : 외배엽 이형성증(ED)은 선천적으로 피부, 모발, 치아, 손발톱, 땀 선, 두개안면구조 등과 같은 외배엽 구조에서 적어도 두 가지 이상의 결함을 보이는 유전질환. (출처: 네이버)
*희망교실: 교육청의 사제동행 프로그램( 한 교실 당 50만 원 예산을 지원해 줌). 교육감이 바뀌고 없어짐.
*이름은 모두 가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