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영원한 제제

말썽꾸러기, 그러나 속은 깊은 정우에게

by 민들레

나의 영원한 제제, 정우야

너와 나의 첫 만남

기억나니?


그때 네가 4학년이었지.

넌 복도에서 담임선생님한테

엄청 혼나고 있었어.


너는 너희 학년에서

제일 유명한

말썽꾸러기였어.


그날 오후 너는

손에 가시가 박혀

보건실에 왔었지.


가시를 뽑고

소독을 해주니

예의 바르게

"고맙습니다.'라고 말했지.


나는 너에게 선생님이랑

희망을 찾는 희망교실 동아리를

해보자고 제안했지.


너는 너무 좋아했어.

너는 윤성이와 선희도

함께 하면 안 되냐고 물었어.

나는 당연히 된다고 했지.


너는 그 자리에서

윤성이와 선희에게 전화해

보건실로 오라고 했어.


그렇게 너와 나, 그리고 너의 친구들은

하나가 되어

희망을 찾는 동아리 활동을 시작했지.


학교 뒷산은

진성이랑 너랑 나랑 셋이 갔었어.

너는 자주 가는 산이

선생님이랑 가니까 특별하다고 했어.


그렇게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특별하지 않지만

특별한 사람이 되었지.


산에서 진성이가 그랬어.

정우는 할머니랑 살아서 흑백 집이

자기는 엄마, 아빠랑 살아서 칼라 집이고.


넌 흑백 집도

할머니가 계셔서 좋다고 했어.

아빠가 언젠가는 집으로 돌아와

칼라 집을 만들어 줄 거라고 했지.


선생님이 너희들을 데리고

00대를 구경시켜 주고

대학 후문에서 스파게티랑 필라프를 사줬어.


넌 말했어.

대학을 처음 구경한다고.

또 밖에서 스파게티랑 필라프를

처음 먹는다고.


너는 동아리에서

처음인 것이

너무 많았어.


진성이가 승우는

엄마, 아빠가 없어서 그렇다고 했어.

너는 씨익 웃었지.

맘 좋은 녀석, 너는 진짜 맘이 좋은 사람이야.


선생님이랑 맥도널드에서

햄버거도 먹고 아이스크림도 먹었었지.

분식집에서 치즈돈가스도 먹고.


너는 참 맛있게도 먹었어.

언젠가는 맛있는 것을

사줘서 고맙다고 했지.


다시 만나면 선생님이

스파게티, 필라프, 맥도널드 햄버거, 짜장면 다 사 줄게.

그때도 맛있게 먹어 줘.


5학년 스승의 날

너는 용돈을 모아

카네이션을 사고 편지를 가져왔지.


선생님은

"너 과자나 사 먹지."라고 말했어.

너는 또 씨익 웃었어.

정 많은 녀석, 너는 진짜 정 많은 사람이야.


태어날 때부터

엄마가 없었던 우리 정우.

너는 엄마가 보고 싶었던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고 말했어.

그것도 씨익 웃으면서.


네가 5학년 후반에

아빠가 개 한 마리 데리고

집으로 돌아오셨지.


아침 일찍 보건실 문 열고 들어와

아빠가 돌아왔다고 방방 뛰었었어.

칼라 집이 곧 된다고 했어.

정우야. 아빠 지금도 잘 계시지?


정우의 원 픽은 할머니지.

할머니 건강하게 잘 계시지?

정우는 늘 할머니 나이가 많아서

걱정했었는데.


그렇게 우리 삼 년을

즐겁게도 놀았다.

똘망똘망한 너의 눈이 생각난다.


졸업식 다음 날 기억나니?

선생님이 졸업식엔 짜장면이라고

보건실로 너, 진성이, 선희를 불렀지.


방학 첫날이라

학교가 조용했어.


선생님이 너희들에게 주려고

책표지에 편지를 쓰고 있는데

밖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지.


너, 진성이, 선희만 오기로 했는데

너는 윤호랑 종식이도 학교 오는 길에 만났다며

데리고 왔어.

사람 좋은 녀석. 진짜 너는 좋은 사람이야.


너희가 오는 시간에 맞춰

선생님이 미리 배달시킨

짜장면 네 그릇을

여섯이 나눠 먹었지.


그날 헤어질 때 생각나니?

선생님이 너희들에게

'나의 라임오렌지 나무'책을 주면서

선생님은 너희들의 영원한 뽀루뚜까 아저씨가

되어줄 거라고 말했어.


그러자 진성이가

어떻게 아저씨냐고 했어.

아저씨면 어떠하고 아줌마면 어떠하리.


헤어질 때 너랑 나랑 조금 울었어.

너는 '나의 라임오렌지 나무'의

제제였어.

선생님은 뽀루뚜까아저씨였고.


중학교 1학년 때 눈 오는 날

중학교에서 산 타고 초등학교까지

선생님 만나러 왔던 일 기억나니?


그날 나는

웬 눈사람이냐고 했어.

너는 눈사람이 된 모습을 선생님께 보여주려고

일부러 눈을 맞고 왔다고 했지.

재미있는 녀석. 너는 정말 재미있는 사람이야.


중학교 2학년 때는 선생님 전근 간

학교까지 버스 타고

찾아왔었어.


키도 많이 컸더라.

하지만 눈은 여전히 똘망똘망했지.

그때가 우리의 마지막이었어.


온 세상의 따뜻함을 다 품은

우리 정우야.

너는 참 따뜻하고

참 좋은 아이였어.


지금도 어딘가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너의 따뜻함을 주고 있겠지.


너를 생각하면

선생님 마음도 언제나 따뜻해진다.


고맙다. 나의 제제.

사랑한다. 나의 제제.

보고 싶다. 나의 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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