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잘 지내기를 바라는 현성이에게
검정고무신 기영이 얼굴에
왠지 슬퍼 보이는 큰 눈.
우리 현성이, 잘 지내지?
보고싶다.
넌 4학년 때 매일 배가 아팠어.
'저 녀석은 왜 맨날 배 아플까?'궁금했는데
식습관이 잘못돼서 아프다는 걸
너와 몇 번 이야기하고 알았지.
넌 아빠랑 빌라에서 단 둘이 살았어.
아빠는 언제나 밤늦게
들어오셨고.
넌 평일에는
아침은 결식, 점심은 급식,
저녁은 아동센터에서 해결했어.
주말엔 대부분 인스턴트 음식을
먹었고.
난 네가 너무 짠했어.
네가 보건실에 오면
젤리 한 봉지를 줬어.
고작 젤리 한 봉지.
어느 날 네가 말했어.
엄마가 초 1 때 베트남으로 가버렸다고.
엄마가 보고 싶다고.
어른되면 베트남에 갈 거라고도 했지.
초등학교 4학년.
엄마가 당연히 보고 싶을 나이지.
아니 어른이 되어도
엄마는 늘 보고 싶은 존재야.
선생님은 "보고 싶겠다. 엄마가 베트남 분이구나. 베트남 문화와 한국 문화를 동시에 배우며 자랐겠구나. 와! 엄마가 베트남분이라 좋겠다."
너는 잠시 고개를 기우뚱기우뚱거렸어.
선생님은 너에게 베트남 어머니 밑에서 자라
대학에서 베트남어를 전공하고
베트남에서 사업하려고 하는
한 청년의 이야기를 해줬어.
너는 엄마가 베트남분이라는 것이
좋은 건 줄 그날 처음 알았다고 했어.
그날 이후 너는 엄마가 베트남 분이라고
친구들에게 자랑했지.
선생님은 네가 베트남 문화에
관심을 갖기 바랬지.
그래서 함께 도서관에서
베트남에 대한 책을
찾아보기도 했었어.
근데 베트남 문화를 이해하고
역사를 알기에 적절한
책이 거의 없었어.
5학년 학부모 공개수업을 앞두고
다른 친구들은 엄마가 오는데
넌 아무도 오지 않는다고 슬퍼했어.
그런 네가 안쓰러워 선생님이 대신 가주기로 했지.
선생님이 너희 교실에 갔어.
넌 선생님을 보고 활짝 웃었지.
선생님은 너에게 손을 흔들었어.
10분 정도 너희 교실에
머물렀던 것 같다.
그날 너희 반 서너 명이 수업 끝나고
너랑 함께 보건실에 와서
선생님은 도대체 누구 엄마냐고 물었어.
선생님은 '비밀'이라고 했지.
애들이 막 알려주라고 야단이었어.
우린 그냥 웃고만 있었어.
6학년말에 너는
공부를 잘하고 싶다고 했어.
그런데 학원에 다닐 형편이 안된다고 했지.
선생님이 ebs 중학교 강의를
들어보라고 했어.
너는 몇 번 듣고 어렵다고 했지.
사교육 없이 기초를 다지는 게
보통 학생들에게는 정말 어려운 일이더라.
불평등이 계속 불평등을
불러일으키더라.
스카이를 자신의 힘으로
가는 학생이 얼마나 있겠니?
자기 힘으로 간 줄 알고 우쭐거리는 어리석은 이들.
참 많기도 하더라.
너는 주워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했을 거야.
분명 최선을 다했으리라 믿어.
남들은 1만 하면 되는 것을
너는 어쩌면 10을 해야 했을 거야.
어린 너에겐 너무 가혹한 세상이었어.
그래서 늘 널 생각하면 안쓰러워.
지금쯤 너는 어떻게 지낼까?
다른 아이들은 중학생이 되면
첫 스승의 날엔 약속이라도 한 듯
초등학교를 찾는데 너는 오지 않았어.
초등학교 졸업 후 한 번도 본 적 없다.
보고 싶다.
우리 현성이 잘 지낼 거야.
베트남에 가서 그리운 엄마도
만났을 거야.
베트남어도 유창하게 하겠지.
멋진 청년이 되었을 거야.
학교에서 다문화 학생을 볼 때마다
우리 현성이 생각 많이 한다.
현성아, 보고 싶다.
현성아, 늘 응원한다.
항상 네가 행복하기를 바란다.
건강하게 잘 지내라.
-현성이를 사랑하는 보건샘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