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로 힘들어하던 윤주에게
하필이면 1형 당뇨*가 왜 우리 윤주에게 왔을까?
수술하고 낫는 병이었다면, 몇 달 앓고 낫는 병이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평생 인슐린 주사를 맞아야 하고, 맛있는 것도 많은데
일생을 식이조절 해야만 하는 1형 당뇨.
어린 너에게는 너무나 가혹한 질병이지.
네가 초등학교 3학년 때였어. 유난히 배가 자주 아파서 보건실에 왔었지.
그러던 어느 날 소변검사에서 케톤*이 나왔었어.
이미 당뇨가 시작되고 있었던 것 같아.
선생님이 소변검사 결과가 적힌 가정통신문을 너에게 주려고 너희 반에 갔었지.
담임선생님께서는 윤주가 갑자기 살이 빠져 병원에 갔는데 당뇨 진단을 받았다고 했어.
담임선생님은 어린아이가 무슨 당뇨냐며 안타까워했지.
선생님은 병원에서 간호사로 근무할 때 당뇨 환자를 보긴 했지만 학교 현장에서 당뇨를 앓고 있는 학생을 만난 건 네가 처음이었다.
그날 선생님은 100페이지가 넘는 당뇨병 학생 지원 가이드라인*을 집으로 가져갔어. 형광펜으로 중요 부분에 줄을 긋고 공부를 했단다.
아마 널 만나지 않았다면 그렇게 열심히 공부하지 않았을 거야.
당뇨진단을 받고 너랑 엄마랑 보건실에 왔었어.
너는 해맑게 웃고 있었고 너희 엄마는 선생님이 생각했던 것보다는 담담했었지. 네가 보건실을 잠깐 나간 사이에 너희 엄마는 학교에서는 선생님이 너의 인슐린 주사를 놓아주면 좋겠다고 하셨어.
선생님은 너희 엄마에게 네가 주사 놓는 시간에 옆에서
네가 주사를 잘 놓을 수 있게 지도하겠다고 했지.
네가 주사를 맞을 수 있는 편안한 공간을 제공하겠다고 했어. 또 교직원들에게 1형 당뇨에 대해 알려주고
응급상황에 대처할 수 있게 하겠다고 했지.
어쩌면 엄마는 섭섭했을지도 모르겠다. 주사를 놓는 것은 힘든 일은 아니었어. 다만, 네가 스스로 주사 놓는 것을 익히는 것이 선생님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했기에 그렇게 단호하게 거절했지.
그날 이후, 너는 하루 평균 4-5번 정도 보건실에 왔었지.
올 때마다 혈당을 측정했고 매일 점심시간에는 인슐린 주사를 배에 놓았어. 선생님은 늘 네 옆에 있었어.
연속혈당측정기*를 네가 사용하면 좋았을 텐데 가정 형편이 그리 넉넉하지 못해 너는 매번 손가락을 채혈침으로 찔러야만 했어.
어느 날 너는 말했어.
"선생님, 이제 손가락을 너무 많이 찔러서 감각이 없어진 것 같아요."라고.
그 말은 내 가슴을 저리게 했지.
어떻게 너처럼 어린아이에게 국가가 연속혈당측정기* 하나 제대로 지원해주지 않고, 인력하나 지원해주지 않는지. 늘 개탄스러웠어.
1형 당뇨는 분명 희귀 질환이고 중증 난치성 질환인데 왜, 아직도 희귀 질환이나 난치성 질환으로 지정되지 않는지 모르겠어.
1형 당뇨 환아를 위한 지원이 절실한데 사회는 외면하고 있어. 때때로 1형 당뇨 환아에 대한 사회적 무관심이 폭력으로 느껴지기도 해.
윤주야, 너는 혈당이 제일 많이 떨어졌을 때 39mg/dl였어.
혈당이 떨어질 때마다 너는 주스를 마셨지. 그때마다 쉽게 혈당이 오르지 않았어.
혈당이 떨어져 축 늘어진 너의 모습을 볼 때마다 너무 안쓰러웠다.
혈당이 제일 높았던 적은 380mg/dl였던 것으로 기억해.
고혈당도 널 괴롭혔지. 배가 아프고 컨디션이 다운 됐었어.
너의 혈당이 요동 칠 때면 너는 너대로 축축 늘어져 힘들었고, 선생님은 선생님 대로 긴장했지.
너는 6학년 때 "선생님 저 4학년부터 6학년까지 교실이 2층, 3층, 4층 엘리베이터 앞이에요. 너무 신기하죠."라고 말했어.
실은 선생님이 혹시 생길지 모를 응급상황과 하루에 3-4회 보건실을 들락날락거려야만 하는
너를 위해 학교에 요구해서 너의 교실이 언제나 엘리베이터 앞이 되었던 거야.
네가 했던 말 중 가장 마음 아팠던 말은
"선생님, 저는 오히려 당뇨에 걸려서 좋아요. 학교 선생님들이 잘해 줘서요."
선생님은 그때 알았어. 학교의 대다수인 평범한 학생들도 교사들의 관심이 지극히 많이 필요하다는 것을.
초등학교 때 너는 거의 하루에 한 시간은 저혈당이 왔었기 때문에 네가 중학교 갔을 때 선생님은 네가 너무 걱정스러웠어.
중학교 보건선생님께 전화했더니 그 선생님께서는 네가 인슐린 펌프를 사용하면서 혈당조절이 초등학교 때보다 잘 된다고 하더라.
참 다행스러운 일이었어.
3학년 때는 수영체험학습 가서 수영하고 싶은데 고혈당이라 수영 못한다고 너는 한 시간 넘게 울었었지.
4학년 때는 학교축제에서 친구들과 간식들을 먹고 혈당이 팍 오른 적도 있었어.
5학년 때는 연극 동아리에서 주연도 했었고 너의 단짝 칠공주들이랑 방송댄스도 하며 즐겁게 지냈지.
6학년 때는 사춘기가 와서 감정기복이 엄청 심해졌었어. 그때 너도 힘들었고 그런 너를 바라만 봐야 하는 선생님도 힘들었지. 지금 생각하면 우리 둘 다 정서적으로 지칠 대로 지쳐있었던 것 같아.
너는 엄마랑 갈등이 깊어질 때면 얼굴에 검은 그림자가 그려져 선생님한테 인사도 하지 않았지.
그럴 때 선생님은 일부러 재미있는 이야기도 했는데 너는 거의 반응하지 않았어.
너는 선생님한테 혼도 많이 났었어. 아침 먹지 않고 등교해서 혼났고. 혈당을 측정해야 하는 시간에
측정하지 않아서도 혼났지.
참, 저혈당인데 주스가 너무 먹기 싫어 반쯤 먹고 선생님 몰래 버리다가 들켜서 혼나기도 했었다.
한 번은 손이 너무 따끔해서 혈당측정을 하지 않고 인슐린 주사를 놓다가 선생님한테 걸려 엄청나게 혼났었지. 그지?
윤주야, 지금은 건강이 어떤지 모르겠다.
너도 이제 많이 자랐으니 초등학교 때보다 혈당관리도 잘하고, 잘 지내리라 믿는다.
너의 곁에는 강아지 봄이도 있고, 너의 친구들인 칠공주도 있고, 보건선생님도 있다는 것 잊지 마.
너는 연기 정말 잘하고, 방송 댄스도 정말 잘해. 참 한 번도 말한 적 없는데 목소리도 너무 고와.
윤주야, 잘 지내라. 나중에 네 꿈인 연예인 꼭 되거라. 윤주를 텔레비전에서 볼 그날을 기대한다.
보고 싶다. 사랑한다.
*1형 당뇨
일반인은 혈당을 일정하게 유지해 주는 호르몬인 인슐린을 합성하고 분비하는 췌장베타세포가 손상되었을 때 면역세포가 손상된 베타세포만을 선택하여 제거합니다. 일부 소아청소년의 경우 면역세포가 비정상적으로 작동하면서, 정상 베타세포도 파괴합니다. 정상세포가 90% 이상 파괴되면 인슐린이 부족해서 형달이 올라가며, 이를 제1형 당뇨병이라고 합니다.
*케톤
인슐린이 심하게 부족한 경우에는 고혈당임에도 불구하고 세포가 혈중 포도당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할 수 없으므로, 대체 에너지원인 지방을 분해하여 케톤이라 불리는 산성 부산물을 만들어 이용하고 체내에 축척됩니다. (출처교육부, 당노병 학생 지원 가이드라인)
*당뇨병학생 지원가이드라인
교육부, 보건복지부, 대한소아내분비학회에서 2019년 9월에 만든 당뇨학생 지원 가이드라인. 전반적인 당뇨학생 지원을 위한 가이드라인. 보건실 보조인력 없이 가이드라인대로 보건교사 1인이 하기에는 업무가 너무 벅참. 당뇨학생을 위한 보조인력지원이 학교 현장뿐만 아니라 방과 후, 방학 중 학생 관리를 위해서 필요함. 특히 취약계층 또는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에게 매우 절실함.
*연속혈당측정기
연속혈당측정기는 피하에 삽입된 센서를 통해 간질액의 포도당 농도를 반복적으로 측정하기 때문에 따로 손가락을 찌를 필요가 없이 24시간 동안 전체적인 혈당의 흐름을 확인할 수 있고, 30분 후 혈당 범위를 예측해주기도 한다. 자가혈당측정이 당뇨병 관리에 있어 '나침반과 지도'라고 한다면, 최근에 나온 연속혈당측정기는 '네비게이터' 라고 할 수 있다.(출처:고려대학교의료원 웹진 KUMN)
https://www.kumc.or.kr/seasonPress/KUMM_vol19/kumm33.jsp)
https://www.womaneconom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297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