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너무 보고 싶은 지호, 지수, 지영이에게
오늘은 아침부터 배가 내리는구나.
창밖에 파릇파릇한 연둣빛 나뭇잎을 바라보다가
문득, 너희가 생각났어.
잘 지내지?
이제 많이 컸겠구나.
네가 1학년 때.
지수 언니는 4학년, 지영이 언니는 6학년이었지.
셋이 붕어빵처럼 닮았고,
'지'자 돌림이라
선생님은 단박에 자매인 줄 알았지.
지호랑 지수 언니는 배가 자주 아팠고,
그림을 잘 그리던 지영이 언니는
다쳐서 보건실에 자주 왔지.
지호야, 1학년 때 기억나니?
배 아프다고, 엄마보고 싶다며
보건실 침대에서 '앙앙' 울었잖아.
선생님이 "이제는 초등학생이 잖아요. 울지 말아요."하고 달래줬지.
지호는 이렇게 말했어.
"그래도 엄마가 보고 싶은데, 어떻게 해요?"라고.
학교 옆이 너희 아파트였어.
엄마가 집에 계신 걸 선생님은 알고 있었단다.
그래서 엄마에게 전화를 드렸고,
엄마가 잠깐 학교에 오셨지.
엄마 얼굴을 본 지호는
금세 얼굴에 미소가 번졌고,
10분 정도 엄마랑 있다가 교실로 갔지.
지영이 언니 6학년 때였어.
교실 바닥에 엉덩이를 붙이고 움직이는 게임을 하다가
나무 마룻바닥의 가시가 엉덩이에 박혀서 보건실에 왔었지.
그날도 엄마가 바지를 가져왔고
선생님은 조심조심 엉덩이에 박힌 커다란 가시를 뽑아주었단다.
지수언니를 떠올리면 지금도 마음이 아파.
그때 지수는 6학년, 지호는 3학년이었지.
어느 날 지호가 보건실 문을 열고 들어오자마자 울기 시작했어.
지수언니가 갑자기 쓰러져 대학병원에 입원했고.
엄마가 밤새 울어서 집에 있는 엄마가 걱정된다고 했지.
너는 집에 가서 엄마를 위로하고 싶다고 했지만
선생님은 엄마는 혼자 있을 시간이 필요하다고
보건실에서 선생님이랑 있자고 했어.
너는 고개를 끄덕였지.
선생님은 "지수언니, 괜찮을 거야. 걱정하지 마."라고 말했는데
지호는 울먹이면서 말했어.
"선생님, 근데 의사 선생님이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했대요..."라고.
지수언니는 웃는 모습이 참 예뻤지.
친구들에게 인기도 많았고.
지호도 지수언니를 참 좋아했지.
지수언니는 병원에 입원한 지 2주 정도 지나서
믿기 어려운 일이지만......
하늘나라로 떠났어.
지수언니가 하늘나라에 갔다고
엄마가 언니가 보고 싶어 매일 울어서 걱정된다고
보건실을 찾아와 털어놓았지.
그때 선생님이 이렇게 말해주었지
"세상에 태어난 사람은 절대 사라지지 않는단다.
몸은 사라져도, 그 사람은 우리 마음속에서 영원히 살아."
지호도 지수도 지영이도
선생님 마음속에 이렇게 살아있어.
지호의 마음속에도 분명 선생님이 살아 있을 거야.
어느 날 지호가 꽃반지를 선물해 줬지.
선생님이 그때 말했어.
"이렇게 멋진 반지는 처음이야, 결혼반지보다 더 예쁘다!"
지호는 그 말을 듣고 수줍어했지.
그 반지를 사진으로 찍어 두기를 정말 잘한 것 같아.
그 사진을 볼 때마다, 멋진 지호가 떠오르거든.
지호는 선생님에게
사탕, 마이쭈, 레모나를 자주 건넸어.
방과 후, 집에 가는 길에 이렇게 말하며 말이지.
"선생님, 이거 드세요. 그리고 힘내세요."
선생님은 그럴 때마다
"지호야, 고마워. 근데 너 먹을 것 있어?"
그러면 지호는 씩 웃으면서
"선생님, 저희 엄마가 항상 집에 잔뜩 사놓으세요.
제가 아침에 선생님 생각나서 챙겨 왔어요.
내일도 드릴게요.!"
지호 1학년 때 엄마가 학교에 오시면서
직접 담근 유자차를 주셨던 일도 기억나.
세 자매가 보건실 자주 가는데 갈 때마다 잘해줘서 고맙다고 하셨지.
당연히 선생님은 할 일을 한 건데
그 말이 참 고맙고 따뜻하더라.
너희 세 자매는 엄마의 착한 심성을 그대로 닮았어.
지호야. 잘 지내지?
지호 4학년 될 때 선생님이랑 헤어졌는데...
지호가 잘 자라고 있을 거라 믿어.
선생님은 언제나 지호 가족이 늘 행복하라고 기도한다.
지호야, 너의 맑음, 선함. 영원히 간직하길 바래.
보고 싶다. 지호야,
세 자매는 여전히 내 마음속에 살아 있어.
선생님은 그 소중한 기억을 오랫동안 품고 살아갈 거야."
사랑한다.
1학년 때부터
배가 자주 아팠던 3학년 학생이
오늘은
활짝 웃으며
"선생님!" 한다.
언제 저렇게 자랐나!
대견스럽다.
나에게 슬그머니 다가와
명품 반지를
새끼손가락 끼워줬다.
꽃반지 끼고
오늘 하루
룰루랄라~~
오랜만에
꽃반지 찬 내 손을
들여다보며 다짐한다.
학생들에게 잘해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