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5학년 이성교제 보건수업이야기
행복도, 연애도 오래 간직하고 싶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 순간을 영상으로 기록한다. 나 역시 연애할 때마다 주구장창 사진을 찍어댔다.
연애가 결혼까지 이어지면 모를까, 이별을 하게 되면 연애시절 영상기록을 모두 지워야 한다. 그것은 헤어진 연인과 새로 생길지도 모르는 연인에 대한 예의다.
수업 중 학생들에게 물었다.
“여러분이 이성과 헤어지게 되었습니다. 함께 찍은 사진이나 동영상을 어떻게 하기를 바라나요?”
대부분의 학생은 “삭제해 주면 좋겠다”라고 답했다.
“여러분이 이성과 사귀다가 헤어지게 된다면, 사귈 때 찍었던 사진이나 동영상을 어떻게 할 건가요?”라는 질문에는 삭제하겠다는 학생의 수가 확연히 줄고 일부는 보관하고 싶다고 했다.
그 이유를 물으니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삭제하기 아까워서요.'
'추억이라서요.'
'제 얼굴도 있잖아요.'
학생들의 마음이 이해되기도 했다. 하지만 상대의 입장에도 생각해 보면 영상기록은 삭제하는 게 맞다. 만약 내 옛 애인이 내 사진이나 동영상을 보관하고 있다면, 소름이 돋을 것 같다. 결코 유쾌하게 웃어넘길 수 없는 일이다.
그래서 나는 명확하게 말했다.
“사귈 때는 서로가 '함께'지만, 헤어진 뒤엔 더 이상 ‘함께’가 아닙니다. 조금 전 조사에서 대부분이 헤어질 때 이성이 영상을 삭제하기를 원한다고 했지요. 그렇다면 본인도 마찬가지여야 합니다. 함께 찍은 영상기록이 아깝더라도 삭제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그것이 헤어진 이성에 대한 예의이며. 앞으로 만나게 될지도 모를 이성에 대한 예의입니다."
또 덧붙였다.
"상대방이 보관을 허락했다 하더라도 그건 ‘보관’에 대한 허락이지, 유포나 공유에 대한 동의가 아닙니다. "
실제로 헤어진 뒤 딥페이크 성범죄 영상물을 만들거나 성적인 영상기록을 유포하고 협박하는 사례가 뉴스에 자주 등장한다. 학생들에게는 정확하게 그런 행위가 범죄이며, 처벌 대상임 알려주어야 한다.
그때 한 학생이 물었다.
“선생님, 사귈 때 받은 선물은 어떻게 해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다시 묻자, 대부분이 “그냥 가져요.”라고 말했다.
그래서 나는 말했다.
“너무 비싼 선물은 헤어진 뒤엔 돌려줘야 하나 고민하게 됩니다. 그러니 교제할 때는 부담되지 않은 작은 선물이 좋습니다.”
이전에 같은 이야기를 했을 때 학생들은 아우성쳤지만 이번엔 고개를 끄덕였다.
그 외에 이성과 헤어질 때 지켜야 하는 경계에 대해 설명했다. 악의적인 소문을 내는 것, 신체적 폭력이나 욕설을 하는 것, 헤어지자는 상대 말을 무시하고 따라다니고 협박하는 등의 행동은 절대 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나는 학생들에게 물었다.
"헤어질 때 필요한 미덕은 무엇인가요?"
초등학교 5학년 남학생이 이렇게 답했다.
“헤어지자는 상대의 의견을 존중하고, 마음을 이해하며, 친절하게 배려하면서 내 명예를 지켜야 해요.”
헤어지는 모든 사람이 이 학생의 말처럼 존중과 배려로 이별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다면 ‘헤어짐이 두려워서 이성을 사귀지 않겠다’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이별에 대해 배우지도 가르치지도 않았다. 만약 학창 시절 이런 교육을 단 한번 만이라도 받았다면 성숙하게 이별할 수 있었을 것이다. 어색하게 연락을 줄이다가 이유도 말하지 않고 답답하게 끝낸 경험을 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연애가 끝날 때 우리는 잘 헤어져야 한다. 영상기록이 없어도 마음속엔 따뜻한 기억이 남게된다. 특히 학창 시절 연애는 잘만 헤어진다면, 둘만의 아름다운 추억을 간직한 좋은 동창이나 친구로 남을 수도 있다.
이별교육, 더 이상 미루지 말고 지금 당장 시작해야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