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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 속마음을 읽다

초등학교 5학년 사춘기 마음의 변화 수업이야기

by 민들레

사춘기, 마음에도 바람이 분다

사춘기는 몸만 자라는 것이 아니다. 마음도 쑥쑥 자란다.


누군가는 아주 혹독한 사춘기를 겪는다. 또 누군가는 사춘기가 온지도 모르게 지나간다.


사춘기 아이들이 자신의 사춘기를 스스로 알아차리기 쉽지 않다. 자신이 사춘기임을 알아차리는 순간, 마음에 태풍이 몰아쳐도 침몰하지 않고 버틸 힘을 찾을 수 있다. 내가 사랑하는 아이들이 사춘기라는 태풍에 휘청이지 않기를 바란다. 혹여 잠시 주저앉더라도, 다시 일어서는 과정이 너무 고통스럽지 않기를 바란다.


꽝 닫힌 방문

'백설이와 피노키오'의 마음이야기 속에는 바람이 불어 방문이 '꽝' 닫히는 장면이 나온다. 그 순간 백설이의 아빠와, 피노키오의 할머니는 아이들을 혼낸다. 하지만 아이들은 억울해한다. 사춘기 아이들은 직접적으로 불만을 표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럴 때 방문을 세게 닫으며 마음을 드러낸다. 물론 때로는 진짜 바람 때문인 경우도 있다.

방문을 꽝 닫은 경험 설문조사 결과 판서


나는 학생들에게 물었다.

"피노키오나 백설이처럼 바람이 불어 방문이 '꽝'하고 닫힌 경험이 있는 사람? "

아홉 명이 손을 들었다.

"그럼 화가 나서 의도적으로 방문을 '꽝'하고 닫은 경험이 있는 사람?"

스물세 명 중 열일곱 명이 손들었다. 그중 여덟 명은 "바람 때문이에요."라고 변명한 경험이 있다고 했다.

교실은 웃음으로 가득 찼다.

"너도? 나도 그랬는데."

사소한 경험 하나가 학생들을 서로 연결해 주는 순간이었다.


아이가 나에게 했던 말

나는 학생들에게 말했다.

"여러분이 방문을 '꽝'하고 닫은 건 사실, 여러분 마음에 바람이 분 것이기 때문에 양육자에게 거짓말을 한 것은 아닙니다."

이 말에 학생들은 폭소를 터뜨렸다. 은유가 마음에 와닿았던 모양이다.


큰 아이 중 1 때의 일이다. 무슨 일인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아이와 이야기하는 중 아이가 방문을 '꽝' 닫았다. 나는 곧장 아이에게 쫓아가 다그쳤다.

"어디에서 그런 버릇없는 행동을 배웠니?"

그러자 아이가 말했다.

"엄마, 좀 그러려니 해주면 안 돼요. 저도 모르게 문이 세게 닫힌 거예요. 저도 알아요. 방문을 꽝 닫는게 나쁜 행동인 거요. 그냥 좀 저를 지켜봐 주세요."

그때 알았다. 사춘기 아이에게 모든 걸 일일이 가르칠 필요 없다는 것을. 아이는 스스로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지금 이렇게 말하고 싶다.

혹시 자녀가 방문을 세게 닫는다면, 나무라기보다는 이렇게 생각하라고.

'그래, 우리 아이 마음에 바람이 불었구나.'


마음의 변화도 성장이다

사춘기에 일어나는 마음의 변화들을 미리 알면, 자신의 마음에 바람이 불었을 때 변화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나는 학생들에게 말했다.

"사람의 마음에 바람이 유독 많이 부는 시기가 있습니다. 바람정도라면 괜찮지만, 때때로 태풍이 휘몰아치기도 합니다. 그 시기가 바로 사춘기입니다.

키가 크고 몸무게가 늘어나는 것은 눈에 잘 보입니다. 그러나 마음의 변화는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보지 못하고 지나칠 수가 있습니다."


학생들은 이야기 속 피노키오와 백설이의 마음을 분석해 사춘기에 나타나는 마음의 변화 열 한가지를 찾았다. 그리고 4학년과 비교하여 5학년 때 자신에게 생긴 변화를 워크북에 체크했다.


각 항목별로 해당하는 학생은 손을 들게 했다. 학생들은 친구들 변화를 확인하면서 웃음을 터트렸다. 친구도 자신과 비슷한 변화를 겪고 있다는 것이 학생들에게 위안이 되었고, 함께 성장하고 있다는 공동체 의식을 느끼게 했다.

사춘기 마음의 변화 알아보기

특히 많이 생긴 변화는 다음과 같다.

자기주장이 생김: 20명

이성에 대한 관심증가: 18명

가족보다 친구가 좋아짐: 15명

반항적인 성향증가: 15명

감정의 변화가 심함: 13명

미래에 대한 두려움: 10명

외모관심증가: 10명

열 가지 이상의 변화를 겪고 있는 학생도 두어 명 있었고, 여덟 가지 이상의 변화를 겪고 있는 학생도 여섯 명이나 됐다.


나는 말했다.

"많은 학생들의 마음에 지금 사춘기 바람이 불고 있네요. 때로는 태풍이 몰아칠 수도 있겠죠. 그럴 때 친구가 힘들어할 수 있습니다. 사춘기려니 생각하세요. 그리고 친구를 이해하고 존중하면 좋겠습니다. 특히 변화가 많은 친구들 기억하죠? 잘 챙겨줍시다."

학생들이 일제히 "네"라고 대답했다. 그 목소리에는 서로를 챙기고 존중하겠다는 아이들의 다정한 마음이 담겨 있었다.


믿어주는 어른

혹시 자녀가 또는 지도하는 학생의 마음에 바람이 분다면, '갱년기가 이기는지, 사춘기가 이기는지 보자.'라며 싸우지 말고 너그럽게 품어주면 좋겠다. 사춘기 아이들을 믿어주는 것, 그것이 어른들의 역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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