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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날씨’ 흐림

내가 결정하는 날씨

by 네네

40도를 넘는 두바이의 태양


구름이 낀 흐린 날이면

오늘 날씨 너무 좋다!

기뻐하는 두바이 동료들을 보며 나는 갸우뚱

아, 흐린 날이 날씨가 좋은 날이구나


30도가 넘는 자카르타의 태양


구름이 낀 흐린 날이니

오늘 날씨 너무 좋다!

기뻐하는 나를 보며 자카르타 동료들은 갸우뚱

아, 구름이 아니라 대기 오염이었구나


20도가 넘는 서울의 태양


매연이 아닌 구름 낀 흐린 날이니

오늘 날씨 너무 좋은데!

기뻐하는 나를 보며 해가 안 보인다며 친구들은 갸우뚱

아, 해가 보여야 좋은 날이구나


날씨가 흐리다

‘흐리다’라는 단어는 긍정 단어일까 부정 단어일까?

구름은 자신의 존재를 긍정적으로 생각할까 부정적으로 생각할까?


오늘은 날씨가 흐리다 :)

오늘은 날씨가 흐리다 :(


선택에 옳고 그름이 없듯이

날씨에 옳고 그름이 없구나


내가 선택한 길을 옳은 길로 만들면 되고
오늘 선택된 날씨를 옳은 날씨로 만들면 되고


그나저나, 오늘은 날씨가 맑다. ^^;



2년 후


드디어 고민 끝에 피부 재생 주사를 맞았다. 첫 방문 에만 주어진다는 한정 할인이라는 뻔한 마케팅에 솔깃 해서 3회 치나 결제를 해버렸다. 시술 직후 화장지처럼 오돌토돌해진 얼굴을 보니 돈이 아까웠지만 안 맞은 것 보다 낫겠지 생각하며 경련의 미소를 파르르 지었다.


점심은 고심 끝에 바비큐 파니니를 선택했는데, 유일 하게 싫어하는 후추 맛이 너무 강했다. 안전한 크로크 무슈를 먹을 걸 후회를 하다가 떨어진 입맛이 가져다줄 다이어트 효과를 기대하며 자신을 위로했다. 하지만 저 녁까지 소화불량으로 배가 부풀어 있었고, 다음날 피부 과에 환불을 문의하느라 시간과 에너지를 쏟았다. 세상 에 나쁜 선택은 없다며 계속해서 괜찮은 ‘척’하는 나다. 실제로는 빵 하나도 후회가 된다.


선택에는 옳고 그름이 없을지 몰라도, 좋고 나쁨은 있 었다. 날씨도 마찬가지다. 이틀 뒤 떠날 홍콩 날씨를 보니 3박 4일 내내 장마다. 아무리 생각해도 나쁘다. 자기 위로 그만. 안 좋은 건 안 좋은 거다.


그렇다면 아예 처음부터 좋은 선택을 할 수는 없을 까? 좋음은 지극히 주관적이기에 결국 자신의 가치관과 목표와 연결되어야 한다. 친구에게 피부과 얘기를 들려 주었더니 자기는 제일 효과가 좋은 시술이었다고 했다. 곧 결혼을 앞둔 그녀에게는 일시적으로라도 뽀송뽀송한 피부를 가지는 것이 가장 중요했기에 돈이 아깝지 않은 것이다.


결국 선택의 옳고 그름, 좋고 나쁨을 애써 긍정적인 마음가짐으로 되돌리기보다 내 기준을 가지고 제대로 선택하는 자신감부터 필요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척 그만하고, 자기 위로에 그만 빠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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