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약 누군가의
편을 들어야 한다면
어른이 다니는 학교(15)
시험을 앞두고 학습분위기를 잡아가는 주간이다.
7교시마다 잡혀 있던 창체활동(진로, 필수교육 등)이 뜸해졌다.
웬만하면 7교시 홈룸 학급시간에는 임장 해서,
학습에 집중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했다.
7교시 교사연수가 있는 날,
조용히 면학을 하고 있으라고 하고 연수를 받으러 갔다.
연수를 받고 학급 교실을 향해 가는데,
몇몇 아이가 복도에 나와있었다.
"왜 나와있어? 홈룸에서 공부하고 있으라고 했잖아?
"네.. 그런데 교실이 너무 시끄러워서,
나와서 책 좀 읽고 있어요."
교실로 갔더니...
1/3 정도는 공부를 하고,
절반 이상은 신나게 수다를 떨고 있다.
옆의 아이와 소곤소곤 얘기를 나누는 아이들도 있었지만,
친한 아이들 그룹 중에 가장
인원이 많은 그룹들이
단체로 얘기를 하고 있다.
아무래도 그룹원이 가장 많고,
인지도가 있는 아이들이 얘기를 하고 있으니,
다른 아이들은 딱히 불만을 제기하지 못하는 모양새다.
물론 내가 생각한 것보다 아이들은
별 문제가 없는 상황이라고,
대수롭지 않은 상황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래도 너무 시끄러워 교실밖으로 나가
공부를 하는 아이들이 있는 상황은
바로 잡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두 일어나.
모두 일어나라고..."
일어나는 일부 아이들...
무슨 영문이지 상황파악이 안 되는 아이들은 멀뚱멀뚱
나를 쳐다보는 아이들도 있었다.
"선생님 말 못 들었어?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라고"
그제야 모든 아이들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뭐 하는 거지...
시험 얼마 안 남았으니,
선생님 다녀 올동안 조용히 공부하고 있으라고 했는데...
반장... 뭐가 문제라고 생각해?"
"제가 조용히 시키지 않은 게 잘못입니다"
큰 잘못을 저지른 것 같은 표정으로 반장이 답한다.
"애들 조용히 시키라고 반장 뽑은 거 아닌데...
그런 거 하라고 반장이 있는 거 아니잖아.
반장이 조용히 하라고 하든 그렇지않든,
다른 친구들을 방해하면 안 되지 않겠어."
"모두 눈감아"
남은 종례시간 10분 동안,
눈을 감은 채 아무 말 없이 서있게 했다.
긴 잔소리보다는, 때로는 침묵이 필요하다.
납득이 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충분히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줬다.
아이들 입장에서는 너무 길고 긴
침묵의 10분이었을 것이다.
내일 종례 때 다시 이야기를 하자고 한 뒤,
교실을 나왔다.
다음날 종례 때 어떻게 말을 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었는데,
7교시에 강당에서 학생 대상 교육을 하고,
단체 종례를 한다고 한다.
오늘 이야기를 하지 않고,
하루를 더 보내면 안 될 것 같아,
학급게시판에 메시지를 올렸다.
'어제 선생님이 화내서 미안해요.
특히 놀란 친구도 있을 것 같고,
잘못한 한 것이 없는 친구도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선생님 있든 없든
반장이 말하든 안 하든...
다 같이 열심히 해야 하는 시간에
시간을 낭비하거나,
다른 친구들에 대한 배려 없는 행동은
없었으면 합니다.
이유 없이 우리 반 아이들을
괴롭히는 사람이 있다면,
선생님은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강구해서라도
가만두지 않을 것입니다.
너희들한테 어떤 일이 있든,
선생님은 항상 너희들의 편입니다.
만약에 우리 반에서
누군가의 편을 들어야 한다면,
더 간절한 사람의 편을,
더 열심히 해보려고 노력하는 사람의 편을
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