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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안테스 Oct 27. 2024

더 마음 쓰는 사람이 약자다

어른이 다니는 학교(23)


2학기가 시작되었다. 

이번 여름은 정말 더웠다.

내가 배웠던 고등학교 지리 교과서에 

4계절이 뚜렷한 온대기후에 대한

설명은 30년이 지난 지금도 그대로다.

이러다가 갑자기 추워지겠지.

긴 여름과 긴 겨울만 남겨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다가,

그래서 봄을 타고, 

가을을 타나 하는 생각이 든다.

너무 더워서, 너무 추워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기에는

당장의 시급이 우선 되다가,

봄이 오고, 가을이 오면...

평소에 묵혀두었던 쓸쓸함이, 

외로움이 마음을 두드리나 보다.


뉴스 보도에 의하면 역대 무더운 날이 

가장 많았던 여름으로 기록된 해다.

그런데 누군가 이 뉴스를 빈정대듯이,

이런 글을 남긴다.

'멀지 않은 미래에, 2024년 이후 20년 동안 

2024년이 가장 시원한 해로

밝혀졌습니다'

세상에는 번득이는 재치가 넘치는 사람이 많다.


2학기가 시작되었고, 

아이들과 나는 일상으로 복귀했다.

여름방학이라고 해봤자 4주 정도의 시간이었고,

아이들은 저마다 학교 방과 후, 

학원을 다니며 바쁜 시간을 보냈다.

수행평가, 학교 수업에서 잠시 벗어난 거지,

1학기의 성적을 만회하기 위해,

2학기 내신 준비, 

수능 준비, 과목별 선행을 하느라

더 바쁜 시간을 보낸 아이도 있을 거다.


며칠 전에 학생부 과세특 학생대사가 있었다.

방학하는 날 본인의 과목별 

등급은 이미 확인을 했지만,

각 과목별 수업에 들어오신 

선생님들의 기록을 보며

아이들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아이들의 과목별 과세특을 하나하나 읽어본다.

종례시간, 학급별 단합활동, 

학급 활동, 상담 때 보았던

아이의 모습이 전부가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수업시간에 이런 모습도 보이는 구나하고

놀라게 되는 아이도 있고,

그러면 그렇지 하며, 

내가 생각했던 모습

그대로인 아이도 있다.

내가 알고 있다고 생각한 것은 

어쩌면 아이의 작은

단면중 작은 조각은 아닐까.


내 자식조차 대화를 나누다 보면,

이런 생각을 했었어하고 놀라곤 하는데,

어찌 보면 너무 당연한 얘기인가 싶다.

아이들의 생기부 내용을 바탕으로 

학생 상담을 시작했다.


성적이 좋은 학생은 그 학생대로

조금 더 높은 곳을 바라보게 하고,

그렇지 않은 대 다수의 학생들에게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한다.

"일단 평균 4, 5 등급을 만들어 놓고 이야기하자.

고민과 선택은 그다음에

해도 늦지 않는다"


일부 몇 명의 아이들에게는 조심스럽게

한번 더 해보고, 겨울방학부터 

정시 준비를 생각해 보자는 이야기를 꺼낸다.


십 년 후 아이들의 모습을 그려본다.

아이들이 30살이 되었을 때의 동창회를 생각해 본다.

그때의 아이들의 성공의 기준은,

행복의 척도는 분명 다를 것이다.


단순히 내신 등급과 모의고사 등급으로 규정할 수 없는

아이들 각자의 삶과 행복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강자와 약자는 상대적이다.

더 많이 사랑하는 사람이,

더 걱정하는 사람이, 

항상 약자이다.


1학기 내신 결과와 생기부 기록을 바탕으로 

2주간에 걸쳐 상담을 하고 난 뒤 머리가 복잡하다.


열심히 하지 않은 것이 아닐 텐데,

더 열심히 해야 한다고,

그동안 노력이 부족했다고 말하는 것처럼 

들렸을까 봐 걱정이다.


하나만 알아주었으면 한다.

너희들을 걱정하고, 

너희들의 미래를 응원한다.

더 마음 쓰는 사람이 약자라면

너희들에게는 항상 약자이고 싶다.


2학기도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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