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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안테스 Oct 27. 2024

가끔은 져주자

어른이 다니는 학교(21)

그날의 상담 이후,

나랑 이야기를 하면서 서럽게 울었던,

그날 밤 이후....

매일 아침 나는 드립커피를 내리고,

네 몫의 커피 한잔을

너와 내가 약속한 장소에 올려두었다.


그리고 종이컵으로 건네던 커피 한잔은,

어느새 네가 올려놓은 텀블러에

커피를 담아주는 것으로 바뀌었다.


1회 고사(중간고사) 기간이 되면서,

갑자기 너의 텀블러가 사라졌다.

무슨 일이 있나?

하루하루... 시간이 지나도

너의 텀블러는 나타날 기미가 안 보인다.


스승의 날... 포스트잇이 잔뜩 붙은

포스터에서 작은 글씨로 빽빽하게

쓴 너의 메모를 발견한다.

'그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학교에 들어온 저였지만,

MSMP 초반에서는 제가 의존하고 있던,

여러 가지 외적 요소들로부터

홀로서야 된다는 것 때문에

이곳에 오는 길을 선택한

과거의 저를 후회했던 날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때 선생님께서

저를 다방면으로

위로해 주시고 응원해 주셨기에

제가 누구보다

밝은 모습으로 지금 있을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물론 그것이 목표하던

성적을 받았다는 것이 아니라,

지금의 저희 학교 생활에

만족하고 행복감을 느끼며,

입시를 준비하던 때의 열정을 되찾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긍정적인 지금을 생각하다 보면

선생님의 도움이

없었을 때는 부정적인 상황도

생각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아마 방황하며 우울한 학교 생활을 하다가

진지하게 자퇴에 대해

고민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들어가는 매 교시마다

이곳이 제가 있어야 할 곳임을

느끼는 요즘인 것 같습니다.

드리고 싶은 말을 적다 보니

두서없이 쓰게 된 것 같아

정리해 보면, 저의 고등학교

시작을 함께 해주시고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올해를 넘어 앞으로의 학교 생활 중에도,

졸업하는 순간에도

항상 밝게 인사드릴 수 있는

제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며칠 시간이 지난 후, 점심을 같이 먹자고

메시지를 보냈다.

3층 교직원 식당에서 마주 앉아 밥을 먹으면서

이야기를 나눈다.


"깨알 같은 글씨로

편지를 열심히도 적었더라. 잘 봤다"

" 음... 쓰다 보니... 주저리주저리 적었더라고요"

"네가 어떤 마음인지는 잘 알겠어.

내가 너한테 힘이 되었다니 다행이네.

그런데 요즘은 텀블러 왜 안 올려놔.

커피 이제 안 먹기로 했어?

그때 그렇게 서럽게 울더니만.."

"요즘 시험기간이라 카페인음료 먹고 있어요.

아... 걱정은 하지 마시고요.

예전처럼 고카페인 음료 하루에

 2~3개씩 먹는 거 아니에요.

시험기간에만 먹고,

평소에는 고용량 비타민으로 버텨보려고요."

"아 그랬구나...

난 또 선생님의 드립커피 맛이 별로라서 그런가 했지"

"아니에요. 흐흐. 요즘도 가끔 생각나요"


"너와 나만의 신호 하나 정할까?

너무 힘들 때 텀블러를 올려놔.

그러면 이 녀석 요즘 힘들구나 하고 선생님이 생각할게.

그리고 텀블러에 따뜻한 커피 넣어둘게.


너무 이겨내고, 참으려고 하지 마.

너무 힘들 때는 너한테 그냥 져줘...

가끔은 아니 자주 그래도 돼.

자기한테는 가끔 져줘도 된다.

나라도 나한테 좀 져주고 살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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