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그라운드 밖에서 닿은 그라운드

터치라인 밖에서 시작된 플레이

by 피치에이터 Pitchator

포기하지 않았다. 다음 축구산업아카데미 인재 모집 공고를 대비해 제안서를 미리 준비하기 시작했다. 처음엔 이전 아이디어를 재활용해 발전시키려 했지만, 준비할수록 내용이 부족하고 주제에 맞는 근거도 약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첫 번째 아이디어로 만든 제안서는 심폐소생에 실패했다.


아이디어를 끊임없이 고민하던 중, 문득 K리그와 한국 축구가 현재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것이 무엇일까 생각하게 됐다. 그렇게 떠오른 것이 바로 유소년 시스템 운영. 이 주제로 방향을 정리하고, 제안서의 뼈대를 다시 세우기 시작했다.


주제가 정해지자 제안서도 순조롭게 나아가기 시작했다.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한 내용인지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며 수정하고 또 수정했다. 주변 사람들에게 피드백을 받으며 몰랐던 부분을 계속 보완했고, 마침내 두 번째 축산아 모집 공고에 맞춰 제안서를 제출할 수 있었다.


그리고—감사하게도!


두 번째 지원 결과, 합격이라는 기쁜 소식을 받았다.


그토록 애타게 바라던 축구산업아카데미 교육을 들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솔직히 내 아이디어가 특별한 건 아니었다. 어쩌면 남들도 생각할 수 있는 흔한 아이디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제안서에는 내가 K리그에 얼마나 관심이 많고, 얼마나 알고 있는지를 진심으로 담았다. 그 진심이 통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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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 유소년 시스템에 대한 제안서를 준비했던 경험이 결국 내가 울산에 오게 된 계기 중 하나였던 것 같다.)

“안녕하세요, 프로축구연맹 교육지원팀입니다.

먼저 K리그 축구산업 아카데미에 지원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제출서류를 검토한 결과, 축구산업 아카데미 12기의 수강생으로 선발되셨습니다. 선발을 축하드리며, 아래 아카데미 일정을 확인해주시기 바랍니다 “.


첫 번째 탈락 이후 두 번째 도전에서 얻은 합격이었기에, 메일을 받았을 때 너무 기뻐서 혹시 잘못 온 건 아닌가 싶어 수차례 메일함을 들락날락했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내 꿈을 향한 첫걸음이 시작되었다.


15주라는 길지만 짧은 시간 동안, 축산아에서는 주차별로 현직에서 활동 중인 전문가들을 통해 다양한 이론 교육을 들을 수 있었다. 구단 현장 투어, 발표 및 토론을 통해 K리그뿐만 아니라 스포츠 산업 전반에 대해 깊이 있게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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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새로운 주제와 강사들을 통해 스포츠가 점점 더 좋아졌고, K리그에 대한 나의 꿈은 매주 커져갔다.

특히 10주 차, 대구 FC 구단을 방문했던 날은 절대 잊지 못할 경험이었다.


축구전용구장 건립 이후 성적, 관중, 브랜드 등 모든 면에서 시민구단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보여주고 있던 대구 FC는 나에게 큰 충격을 안겨주었다.


하늘색으로 물든 경기장, 관중석을 가득 메운 팬들, 유럽 못지않은 응원 열기—그날의 현장은 내 인생 두 번째 K리그 직관이자, 기억에 남는 경기 Top 3 안에 무조건 들어가는 순간이었다. 그 현장감은 내 마음속에서 다시금 불을 지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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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이후, 나는 매일 상상하기 시작했다.

축구 구단에 입사해 그라운드 위에서 일하는 나의 모습.

그라운드의 열기 속에서, 팬들과 함께 호흡하며 K리그를 만들어가는 나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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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모든 시작은, 포기하지 않았던 두 번째 제안서에서 비롯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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