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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약산진달래 Jul 05. 2021

시골 여름 아침 산책

시골의 여름 아침은 밭메기 좋은 온도

시골에서의 여름 아침 산책은 어떤 느낌일까?

긴 시간 먼 거리 자동차 여행의 피로 탓인지  새벽까지 깨지 않고 단잠을 잤다.


다섯 시 반 벌써 동이 텄는지 닭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일어날까 말까 망설이다 다시 잠을 청하려 하는데 방문을 열고 자서인지 냉장고의 기계 울음소리가 윙윙거린다. 연이어 천장에서 들리는 쥐 생원의 발자국 소리 다시 잠을 이룰 수 없어 일어나고 싶지 않은데 일어나야만 했다.


문을 열고 나서니 시골의 새벽 공기는 가을날의 바람처럼 선선하다. 새들이 바람소리에 놀랐는지 휙휙 날아다니는 모습에 금방 무슨 큰일이라도 날성싶은 아침이다.

감나무 밑으로 걸어가 코스모스를 잠시 살피고 아랫집 고롱개나무에 앉은 바람 소리도 느껴본다.


큰길로 나서니 미네 엄마가 벌써 밭에 나와계셨다.

"왔냐! 차가 없어서 갔나 했는데, 엄마는 잘 묵지야 자식이 돌보는데 얼마나 잘하겠냐 너가 고생이다."

"아그들이 하지 말라고 하는데  밭 놔두고 남의 것 얻어 먹을 수는 없잖냐. 고추를 올해는 한 줄밖에 안 심었다. 자식들 오면 주고 해야제"

"비가 온다고 하니 단속하러 나왔다. 고춧대를 더 단단히 묶어야 겄어야"

"풀이 뽑아도 뽑아도 또 생겨야"

건너편 깨꽃이 피어 있는 밭에도  빈땅에 팥 씨름 심고, 싹이 나오는 밭의 풀을 뽑고 계시는 어르신들이 계신다.

시골의 여름 아침은 어르신들이 일하기 가장 좋은 시간이다. 밭매기 딱 좋은 온도의 시간이다.

짧은 산책을 마치고 집안으로 들어오니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새들이 안전하게 비를 피할 곳을 찾기 위해서 나무위에서 파드닥 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여름 장마가 시작하기 직전 새벽 아침 산책은 큰비가 내릴 조짐을 알려주는 바람을 느끼며 장맛비를 대비해야 하는 걱정이 드는 시간이다.

1700보 게으른 산책이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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