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걷기좋은 산책로

by 약산진달래

"엄마 저기 저 사람 얼굴이 까맣지 흑인이야?"

길을 건너기 위해 건널목에 서 있는데 아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건너편을 보니 얼굴을 선탠 한 듯한 사람이 서있었다.

여름과 너무 어울리는 얼굴색이라는 생각을 했다. 외국 사람 느낌보다 일부러 선탠을 너무 많이 한 사람 말이다. 이제 외국인을 보아도 아이처럼 신기하거나 낯설지 않은 나이가 되었다.


학교 앞을 지나가는 아이들을 스치며 남의 집 아파트 입구로 들어섰다. 집을 나서는 학생들의 서두르는 모습을 뒤로하고 산책길로 통하는 아파트 쪽문으로 나갔다.


혼자 걷기에 딱 좋은 산책로는 흙을 밟으며 걸어갈 수 있는 길이다. 녹음이 짙은 이 산책로는 두 해 전 가을 나에게 위로를 주었다. 지금은 땅속 깊은 곳에 꼭꼭 숨어있지만 꽃무릇이 9월이 되면 솟아 나 산책을 나선 사람들의 눈과 마음을 즐겁게 해 줄 것이다.

도로 바로 옆에 있는 산책로이지만 촉촉한 비를 동반한 다음날이어서인지 공기마저 안정적이다.

좀 더 걷고 싶다는 마음에 다음 산책길로 넘어가려고 하다가 집에 손님이 올 시간이 다 되어가 도로 바로 옆 메타세콰어길로 들어섰다.

이곳은 아직 새로운 보도블록으로 깔지 않았다. 길이 울퉁불퉁해서 산책을 즐기는 사람들의 사랑을 받지 못하는 길이다.


한 그루의 메타세쿼이아 나무 옆에서 오래된 낙엽을 갈퀴로 긁어내고 있는 여자를 보았다. 퇴비를 걷어내고 있는 건지, 걷어가려 하는 건지 물어보고 싶었지만 실례될 듯하여 그냥 걷기에 집중했다.


집사와 함께 강아지 한 마리가 산책을 나왔다. 꼬리를 연신 흔들어 대며 걷고 있다. 눈망울이 초롱초롱한 것을 보니 아침 집사와의 산책이 무척 즐거운 모양이다.


정돈된 것 하나 없이 개망초꽃이 여기저기 막무가내로 피어나 있는 도시의 공원을 이제는 무표정하게 바라볼 수 있다.


건널목 전봇대에 붙어있는 아르바이트 구함 전단지가 내 눈을 사로잡는 아침 시간이다.

2500보 이쯤에서 딱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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