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마음

by 약산진달래

다시 떠나야 할 날이 되었다.
아침에 일어나 텃밭의 채소들을 둘러보았다. 밤사이에 오이는 또 자라 있고 어제까지 보이지않던 큰 호박이 한 개 보인다. 웬만한 것들은 한주의 반찬거리가 되어주니 모두 따서 챙겨둔다. 이제 상추밭은 오이와 토마토에 가려버렸지만 여전히 무성한 잎사귀를 올려 보내고 있다. 그대로 둬 버릴까 고민하다 자란 상추는 모두 뜯어 비닐봉지에 담았다. 가지고 올라가면 누군가 나누어 줄 이웃이 있을 것이다.

남은 음식으로 아침을 챙겨 먹었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집 정리 시간이다.
먼저 냉장고 반찬 정리를 한다. 싱크대에 나와있는 그릇들도 어느 정도 그릇장으로 옮겨 놓는다. 태울 쓰레기는 태우고 재활용 쓰레기는 분리를 한다. 음식물 쓰레기는 땅에 묻고, 먹다 남은 음식은 누렁이에게 갖다 주러 갔다. 정을 알아버린 녀석은 먹을 것보다 사람이 주는 온기를 먼저 찾아든다.

가지고 올라갈 짐들을 마루에 내놓고 집안 구석구석 정리를 하며 혹시 놓고 가는 물건을 없는지 다시 확인을 해본다. 화장실 문에서부터 뒷문까지 집안의 문들이 잘 닫혀 있는지 점검을 한다. 마지막으로 가스밸브를 잠그고 전기코드를 모두 빼놓는다.

이제 정리한 짐을 차에 옮겨 실을 시간이다.

한 번 더 닭장을 돌아보며 도둑고양이에게 빈틈을 주는 곳이 없는지 확인하고 물과 먹이를 부족하지 않게 채워 놓는다. 방문과 현관문을 닫으면 떠날 준비가 되었다.

"내 존 집을 놔두고 또 어디를 가야?"
엄마의 안타까운 목소리를 들으며 차의 시동을 건다. 이제 떠날 시간이다. 다시 돌아올 때까지 지금 그대로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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