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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약산진달래 Feb 15. 2024

엄마를 혼자 두고 나갈 수가 없다

엄마의 망상이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수위를 넘어섰다.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끝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현재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과거인지 현재인지 이곳이 시골인지 도시인지 모르는 것은 괜찮다. 내가 외출했을 때 자신이 걷지 못한다는 것을 잊어버린 것이 큰 문제다.

아침에 일어난 엄마는 잘 잤냐는 나의 말에 한숨도 못 잤다고 대답했다. 그러나 엄마는 여느날과 달리 새벽에 한 번도 깨지 않고 단잠을 잤다. 꿈을 꾸신 건지, 제사를 지내고, 그릇을 치우고, 마루를 청소하고, 바구니와 다라를 씻고, 밥을 가득하시느라 잠을 못 주무셨단다.

"엄마 제사를 몇 명 지냈어"

내가 맞중구를 쳤다. 엄마는 5명이라고 했다가 7명이라고 했다가, 시집올 때부터 할머니가 제사를 지내라고 한 분들은 빼놓지 않고 지내셨다고 한다.
"할머니 돌아가실때 제사 그만 지내지 그랬어"
"그라먼 안돼제 계속 지내야제"
그렇게 할머니 때부터 모시던 제사를 할머니 할아버지 제사까지 모시다 보니 7명은 넘앗을 거라고 생각 다.


전기밥솝의 밥에서 밥이 끊은 지지직 소리를 듣더니 엄마가 말했다.
"내가 밥 해놨는데 밥 하냐?"
그리고 다시 새벽에 본인이 제사를 지내느라 하신 일을  알려주었다.
아들이 엄마 드시라고  굴을 사 왔다. 나는 굴을 삶아 드렸다.
"꿀이 맛있다. 관산리 꿀이여야"
엄마는 젊은 시절 앞바다로 꿀을 캐러 다니던 시절을 기억해 내셨다. 지금은 논이 되어버린 바다인데 말이다.
"통발 보러 가야되는디"
갑자기 또  옛 기억으로 인도됐다.
"고깃국 끓여 먹어야 하는디"
엄마의 머릿속은 하루 종일 일을 하느라 바빴고 과거를 넘나 드느라 분주한 하루를 보냈다.

밤이 되었다. 엄마는  주무신다며 텔레비전도 불도 모두 꺼달라고 다. 거실 불만 남겨두고 모두 껐다. 그리고 나는 쓰레기를 버리러 나갔다. 잠시 공원 한 바퀴를 돌고 집으로 돌아왔다. 15분 정도 나가 있을 뿐이었다. 그 사이 엄마는 소변이 마려우셨는지 침대옆 소변기에 내려왔다가 간신히 침대에 엉덩이를 걸치고 있었다. 반대편 침대 난간을 잡고 있었지만 몸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기 때문에 조금만 더 늦게 왔다면 엉덩이가 침대에서 미끄러져 내려왔을 것이다.  지난여름 잠시 외출한 사이 혼자서 소변을 본다며 내려왔다가 다리가 부러진 전례가 있다. 그 후 절대 혼자서는 못 내려오게 당부를 하고 있다. 그러나 내가 외출을 하면 엄마는  혼자서 내려와 오줌을 누실 때가 있다.

엄마를 혼자 두고 외출을 마음대로 할 수가 없다.
오늘 낮에도 병원에 다녀온다고 이야기를 하고 나갔지만 집으로 돌아왔을 때 엄마는  불러도 아무도 없다며 혼자 무서워하고 있었다. 앞으로 외출할 때 단속이 더 필요하다. 지혜를 짜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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