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17 문정희 <우리들 마음속에>
환경운동가 하면 어떤 모습이 떠오르나요. 갯벌 수서생물의 종과 수를 헤아린다고 허벅지까지 진흙 투성이가 되고, 철새와 텃새개체수와 거주기간을 살피느라 카운팅 기계에 손가락은 자동적으로 반사하고, 지역 개발현장터에 가서 경제개발논리에 늘 반역하는 사람이 되는 사람들... 적어도 저에겐 그런 사람들이 환경운동가 모습의 일부입니다.
'환경운동하는 사람들은 이슬만 먹고 사는가. 우리도 남들처럼, 비행기도 타고 크루즈도 타고 여행도 해보세."
육십을 맞는 남편의 제안을 한달 넘게 고민하다가 나선 여행. 첫 지역 부산까지 KT타고 환승도 하면서 노인부부처럼 느리게 느리게 부산까지 왔지요. 둘이 떠나는 여행의 가장 큰 장점은 뭐니뭐니해도 대화를 많이 나누는 일 인것 같아요. 저희 부부는 타 부부에 비해 상당히 말을 많이 나누는 사이인데도 여행길에 오르면 상식과 지혜가 넘치는 남편 덕에 즐거운
여행이 됩니다.
부산에 도착해서 잠깐 시간이 남아서 어디를 갈까 고민하는데, '부산 창비서점'을 딸이 제안하더군요. 부산역 바로 앞에 있고요, 정말 엔틱한 건물 속에 카페와 책방이 함께 있어요. 때마침 유홍준교수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30주년을 기념하는 방이 별도로 있어서 더 반가웠고요. 그곳에서 군산의 지인 들에게 편지를 쓰며 넟선곳울 탐하는 여행의 묘미도 즐겼습니다.
지금은 대만으로 가는 바다위에 있습니다. 섬과 바다를 사랑하는 제가 이렇게 너른 바다 위에서 아침편지를 쓰는 삶이 주어지다니 신기합니다. 어제밤에는 조난사고대비차. 비상훈련을 하고 구명조끼를 입고 구령에 맞추어 움직이다 보니, 얼마전 무안공항 사건도 생각나서 맘이 슬펐습니다.
오늘은 명사들의 강연, 음악공연, 환경관련 캠페인 등의 대중활동도 있다고 하네요. 저야 가져온 책 3권을 완독하는 것을 목표로 했으니 책도 읽과 사진도 찍고요. 다만 걱정스러운 것은 우리 복실이가 2일이나 혼자 있어야 해서 두려워 하는 복실이 맘이 느껴져요...
문정희 시인의 <우리들 마음속에>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우리들 마음속에 - 문정희
빛은 해에게서만
오는 것이 아니었다
지금이라도 그대 손을 잡으면
거기 따뜻한 체온이 있듯
우리들 마음속에 살아있는
사랑의 빛을 나는 안다
마음속에 하늘이 있고
마음속에 해보다 더 눈부시고 따스한 사랑이 있어
어둡고 추운 골목에는
밤마다 어김없이 등불이 피어난다
누군가는 세상은 추운 곳이라고 말하지만
또 누군가는 세상은 사막처럼 끝이 없는 곳이라고 말하지만
무거운 바위틈에서도 풀꽃이 피고
얼음장을 뚫고도 맑은 물이 흐르듯
그늘진 거리에 피어나는
사랑의 빛을 보라
거칠은 산등성이를 어루만지는
따스한 손길을 보라
우리 마음속에 들어있는 하늘 해보다
눈부시고 따스한 빛이 아니면
어두운 밤에 누가 저 등불을 켜는 것이며
세상에 꿈을 가져다 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