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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편지126

2022.8.21 문정희<나무학교>

by 박모니카 Aug 21. 2022

군산과 지척인 장항의 송림숲에 맥문동이 피어 장관을 이룹니다. 여러식물들의 식재를 보았지만 이처럼 바닷가와 어울리는 꽃단지는 처음인 듯합니다. 서해안 특유의 진회색 갯벌과 들고나는 바다를 풍경으로 늠름하게 서 있는 해송들의 기개와 넓은 품. 신비로운 보랏빛 맥문동 꽃의 사랑스런 애교를 지그시 내려보며 바다보다 넓은 자상함으로 안아줍니다. 습기 가득안고 내리는 장맛비로 우리들의 몸이 이내 습자지가 되어도 해송과 맥문동의 아름다운 궁합을 보는 즐거움에 마냥 아이들처럼 놀았습니다. 중년의 오십대를 장항솔밭에 다 던져버리고 반나절을 나무와 꽃으로 채웠지요. 솔나무의 껍질을 만지면서 순간 정재찬교수가 <나무학교>라는 시를 읽어주면서 했던 말이 언뜻 생각났지요. ’늙음은 젊음의 부족일뿐, 젊음의 사라짐 상태가 아닙니다‘ 일요일인 오늘, 맘을 쉬고 싶은 분들은 ’장항의 해송과 보랏빛 맥문동이 장관인 송림숲‘을 추천합니다.

오늘의 시는 문정희 시인의 <나무학교>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나무학교 -문정희     


나이에 관한 한 나무에게 배우기로 했다

해마다 어김없이 늘어가는 나이

너무 쉬운 더하기는 그만두고

나무처럼 속에다 새기기로 했다

늘 푸른 나무 사이를 걷다가

문득 가지 하나가 어깨를 건드릴 때

가을이 슬쩍 노란 손을 얹어 놓을 때

사랑한다!는 그의 목소리가 심장에 꽂힐 때

오래된 사원 뒤뜰에서

웃어요! 하며 숲을 배경으로

순간을 새기고 있을 때

나무는 나이를 겉으로 내색하지 않고도 어른이며

아직 어려도 그대로 푸르른 희망

나이에 관한 한 나무에게 배우기로 했다

그냥 속에다 새기기로 했다

장항해송과 맥문동 밭 - 정말 장관입니다장항해송과 맥문동 밭 - 정말 장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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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항 바다 전경- 섬과 갯벌 그리고 푸른회색빛 하늘과 외유내강의 바닷물장항 바다 전경- 섬과 갯벌 그리고 푸른회색빛 하늘과 외유내강의 바닷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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