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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화 길 위의 쉼표, 레온

꿈이 이루어지는 길2

by 폴 클루니

프랑스 생장에서 출발한 산티아고길.
20일을 걸어 어느덧 대도시 레온까지 450km를 걸어왔다.
서울에서 부산의 420km보다 먼, 진주쯤 되는 거리다.
쉬는 날 없이 하루 평균 22.5km씩 걷고 또 걷다 보니, 몸도 마음도 꽤 지쳤다.


20일 차 오후에 드디어 레온에 닿았다.
21일 차는 온전히 쉬어가는 날로, 원정대 모두가 합의한 날이었다.
모두에게 재정비가 필요한 시기였다.

이틀간 머무를 공간도 공용 알베르게가 아닌 단독 주택을 선택해 미리 예약해 두었다.
간이침대가 아닌, 오랜만에 편안한 침대에서 쉴 수 있고
우리끼리만 사용할 수 있는 거실과 여유 있는 공간이었다.

도착하자마자 장을 보고 다양한 음식을 만들었다.
길의 절반을 걸으며 고생한 우리들만의 만찬 파티.
서로를 응원하며 웃음과 대화가 이어졌다.

오랜만에 평일 미사에 가고 싶어 레온 대성당을 찾았다.
미사 전, 성당이 보이는 카페에 혼자 앉아 커피를 주문했다.
진한 커피 향이 퍼지고, 눈앞에 고요한 성당 풍경이 어우러지니
대도시 레온의 모습에 들떠 있던 마음도 차분해지고
지나가는 여행객들의 평온한 얼굴도 보이기 시작했다.

그 순간, 산티아고 길을 걸으며 마음속에 맴돌던 생각이 다시 떠올랐다.
2033년 스마일드림 복지재단 설립을 꿈꾸며,
그전에 작은 실행을 하고 싶어 3년 전부터 뜻을 함께하는 분들과
매년 기부금을 모아 ‘스마일드림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다.
올해는 100명 가까운 분들이 모아준 500만 원 소중한 기부금을,
산티아고길 출발 전에 어려운 분들을 돕느라
최전선에서 애쓰는 사회복지사 분들에게 사용하면 좋겠다는 바람을 안고 걷게 되었다.


그리고, 오랫동안 잊고 있던 또 하나의 꿈이 되살아났다.
2010년 1월부터 마음속에만 담아둔 ‘제주 스마일비전하우스’ 만들기.
다시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진짜 제주도에 스마일비전하우스를 만들면 어떨까?’
20명쯤 머물 수 있는 게스트하우스.
걷기 여행을 하다 2~3일 편히 쉬고, 함께 밥을 먹으며 꿈을 나누는 공간.
무엇보다, 인생의 꿈이 담긴 보물지도를 그릴 수 있는 곳.

사는 게 바빠 ‘나’를 잊고 사는 사람들에게
잠시 멈춰 ‘내가 진짜 원하는 삶’을 그려볼 기회를 주고 싶었다.


그 마음을 안고, 용기 내어 제주에 사는 지인들에게
‘스마일비전하우스 구합니다’라는 제목의 메시지를 보냈다.

상상만으로도 벅찼다.
한편으로는 두려웠다. 과연 내가 할 수 있을까?
하지만 10년 넘게 걸려 이 길 위에 오기까지 배운 게 있다.
'진심으로 바란다면, 언젠가는 해낼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겼다.

경제적 여유만 된다면,
운영이 어려운 제주 게스트하우스를 임대하거나
제휴를 맺어 스마일비전하우스를 만들고 싶다.
사회복지사, 소방공무원, 환경미화원 가족들에게는 무료로,
다른 여행자들에게는 최소 비용의 기부금 형태로 운영해 보고 싶다.

누군가는 잠시 쉬고,
누군가는 자신을 다시 만나고,
누군가는 꿈을 다시 떠올릴 수 있는 곳.


길 위에 쉼표, 레온에서
또 하나의 길이 열렸다.




< 스마일비전하우스 구합니다 >


목적
제주도로 여행 온 이들이
일상에서 벗어나 쉬며
자신의 행복한 바람을 담은
보물지도를 만들 수 있는 공간


♧ 초대하고 싶은 분들
사회복지사, 소방공무원, 청소미화원 등
사회를 위해 애써주시는 분들
그리고 용기와 위로가 필요한 누구든


♧ 공간 조건
• 25명 정도 수용 가능
• 간단한 조리 및 식사 가능
• 소규모 세미나 진행 가능
• 공항과 가까우면 더 좋음 (희망사항)
• 무엇보다 저렴한 렌트 비용 (아주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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