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은 간다."
커버 이미지 : 영화 「시인할매 」 포스터
차창을 통해
바라본
눈부신 봄날
할머니 한 분이
허리를 숙여
쑥을 캐고 있다
차들이 지나가는
먼지 가득한 도로변
검은 봉지에
어린 쑥을 담는
할머니 손길이 바쁘다
등 뒤에 느껴지는
따스한 햇살이 좋아서일까
어린 시절
고향의 봄이 생각나신 걸까
하루 찬거리 위해
아픈 몸을 이끌고
나오신듯한 옷차림
봄날
할머니의 밥상에
추억을 선물할 쑥이지만
매캐한 매연 속
먼지 묻은 쑥은
마음을 무겁게 한다
논두렁이 아닌
도시의 도로변에서
쑥을 캐는
굽은 할머니의 등
그 위로
소리없이
떨어지는
화사한 꽃잎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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