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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enet Nov 01. 2020

당신이 나의 종교였기에

기도는 믿음에서 비롯되지 않는다.

서로를 마주보는 왼손과 오른손이 적절한 균형점을 찾을 때 비로소 기도는 비롯된다. 한 손과 마주보는 손 사이의 올곧 게 선 90도의 각도를 무너트리지 않을, 딱 그만큼의 적절하게 밀어내는 힘과 적절하게 당기는 힘의 균형 있는 조화, 그 신뢰의 기울기가 기도를 만든다. 오른 손을 바라보는 왼손의 마음에 간절함이스며들어 믿음이 자라는 순간, 기도는 애원으로 전락한다. 애원하는 사람은 안다. 애원은 평생을 다 바쳐 애원해도 결코 구원이 될 수 없다는 것을. 그걸 알면서도, 믿음이 생긴 사람들은 평생을 다 바쳐 풀어내도 풀어내지 못할 뒤엉킨 울음 들을 성전의 제단에 얹어 놓곤 했다. 그렇게 무언가가 간절해서 믿음을 가졌던 사람들은 아무리 빌어도 응답을 얻을 수 없었다. 신을 신으로 신뢰하기 위해선 간절함을 숨겨야 한다. 왼손이 머리 몰래 다른 마음을 전하지 않도록 왼손을감시하고 다그치는 법을 배워야한다. 그래서 항상 무언가가 간절했던 나는 신을 믿을 수 없었다.  


애인이 마치 나의 종교처럼 느껴질 때 나는 그가 못 견디게 미워진다.  


(종교의 정의; 신을 숭배하여 삶의 의미를 찾는 행위, 인간이 자신이 처한 실존 상황을 견딜 수 없어 자유로부터 도피하는 행위, 분리경험에서 비롯되는 불안을 해결 하기 위해 임시적인 합일의 방법을 찾는 행위. 신; 인간이 스스로 무언가에 복종하기 위해 만들어낸 환상 이자 우상, 조건 없이 무한한 사랑을 베푸는어머니가 아닌, 아버지이자 대타자. 배타적인 아버지의 사랑을 강요하는 존재.)


너 죽은 사람 소원도 들어준다는데 산 사람 소원은 뭇 들어주’ 냐는 말 알지, 그 말 진짜 무서운 말이야. 왜 그런 줄 알아? 그건 결국 죽어야 소원을 들어줄 사람이 생긴다는 말이거든. 원래는 분명 ‘죽은 사람 소원은 들어준다는데 산사람 소원은 못 들어준다더라’ 라는 말이 였을 거야. 그 사실이 절망스러웠던 누군가가 실수인 척 ‘은’을 ‘도’로 써버린 거 아닐까. 믿음을 믿고 싶었던 거지.  왜 그렇게 생각하냐고? 그들이 보장하는 천국은 살아서 갈 수 없는 곳이니까. 죽어서얻을 수 있는 구원을 아무리 굳게 보장한다해도 ‘믿을 수’는 있지만 신뢰할 수 는 없는 거거든. 여기에서 명확한 건 딱 하나야, 죽음.


그러니까, 하나만 약속해줘. 내게 신이 되지 않겠다고. 너가 너무 간절해져서 내가 죽어버릴 수 도 있잖아. 너를 두고 간절함을 다그치는 일은 너무 어려운 일이야. 게다가 간절함때문에 죽어버린다 해도, 나는 죽음 뒤에 남을 너가 걱정돼서 제대로는 죽지도 못하고 어정쩡하게 죽게 될 거야. 혹여 나 다그쳐도 누수 되는 간절함 들을 목격하게 된다면 그 손을 맞잡아줘. 나도 너를 종교 삼지 않으려고 노력해 볼게. 그런데 잘 안될 수 있어, 왜냐고? 매 순간순간 너는 재해처럼나를 덮쳐서 무너뜨리고, 마치 신처럼 그 폐허들을 다시 근사하게 건설 해놓더라. 이런 너를 두고 어떻게 종교로 삼지 않을 수 있겠어, 노력은 하겠지만 그건너무 어려운 일이야.


그 강력한 경고에도 불구하고 그는 어느새 내 애원들의 틈새를 비집고 내 생의 정 가운데에 신으로 자리잡아 버리고야 말았다. 종교를 갖고 싶지 않아 기도할 수 밖에 없는 신자 되어버리는 일과 누군가의 교가 되고 싶지  않아 신이 되어버리는 일, 어쩌면 그런 종교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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