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평소에 눈물이 많은 편이다. 기쁜 일, 슬픈 일 가리지 않고 흐르는 눈물에 때론 민망하기도 하다. 이런 나에게 결혼 전 가장 큰 걱정은 식 당일에 펑펑 울고 있는 내 모습이었다.
다른 사람의 결혼식에 가서도 신부 아버지가 사위에게 딸의 손을 넘겨주는 것을 보면서 펑펑 울고, 친정 부모님께 인사를 드릴 때는 두말할 것도 없이 울어버렸다.
다들 내게 "너는 결혼식 날 울 거야. 100프로 확신해." 라며, 혹시라도 울게 된 다면 바닥을 보고 울라고 했다. 눈물이 바닥으로 바로 떨어져 화장이 번지지 않게 말이다.
나보다 먼저 결혼을 한 절친한 친구가 충고를 해왔다. 양가 부모님의 인사보다 의외의 위기가 있으니 조심하라는 것이다. 바로 신부 입장을 하는 그 순간 아빠의 얼굴을 보지 말라는 것.
그런데...
예상치 못한 복병은 너무나도 빨리 찾아왔다. 바로 신부대기실에서였다. 신부 대기실에서 울었다는 신부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어서 생각도 못하고 있던 나는 그만 눈물을 보이고 말았다.
정신없이 많은 하객들이 오가는 신부대기실. 결혼식장에 도착해서 신랑과 사진을 찍고 이제 부모님과 사진을 찍을 시간이 되었다. 엄마 아빠와 웃으며 사진을 찍고 엄마와 둘이 사진을 찍는데, 사진사님께서 서로 마주 보라고 이야기를 하셨다. 아무 생각 없이 엄마와 눈이 마주쳤는데, 무슨 감정일지 모를 무언가가 훅 올라와 눈물이 터지고 말았다. 이 좋은 날에 대체 왜 눈물이 나지.
엄마의 마음속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기특한 우리 막내, 그 어린 딸이 이렇게 다 커서 시집을 가는구나. 넘치도록 많이 해주고도 더 해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엄마의 마음, 시집 가면 니 손이 닿지 않고는 집안일이 안 될 텐데 걱정하는 엄마의 마음. 그래도 좋은 신랑, 좋은 시댁 식구들 만나 결혼하는 막내를 보니 너무 행복하다는 엄마의 마음. 그 많은 마음들이 내게 한꺼번에 밀려왔다.
겨우 진정을 하고 시부모님과 사진을 찍으려는데, 또 2번째 눈물이 터졌다. 바로 어머니와 마주 보고 사진을 찍을 때였다. 우리 어머니도 나처럼 눈물이 많으시다. 마음이 여리셔서 며느리가 되는 나를, 30여 년 전 며느리가 되실 때의 그 마음으로 헤아려주시는 어머니. 그런 어머니의 마음속 소리도 들리는 듯했다. 나에게 이렇게 소중한 아들이 결혼하기로 한 너는 얼마나 소중한 딸일까. 잘 자라주고, 우리 아들과 그리고 우리 가족과 인연을 맺게 되어 고맙다. 앞으로 행복하게 잘 살아라. 이 많은 마음들이 또 내게 한꺼번에 밀려왔다.
7살 어린 동생에게 행복하게 잘 살라며 눈물을 훔치는 언니. 늘 어린애인 줄만 알았던 내가 이제 한 남자의 아내가 되고, 한 집안의 며느리가 된다니. 그 길을 먼저 걸어간 언니는 대견하면서도 나에 대한 걱정이 많이 앞섰나 보다.
신부대기실에서부터 나는 한 바탕 곤혹을 치렀다. 덕분에 신부 입장을 할 때에도, 친정 부모님께 인사를 드릴 때에도 펑펑 울지 않았고, 화장이 번지지 않을 정도의 눈물 한 두 방울 만을 또르르 흘렸다.
결혼 후 1년이 갓 지난 지금도 나는 자주 결혼식 영상을 본다. 예쁘게 꾸몄던 내 모습을 보는 것도 좋고, 닫힌 신부 대기실의 문 뒤에서 마음 졸이며 소리만 들었던, 그래서 더 궁금했던 신랑 입장의 순간을 보는 것도 좋다. 찾아와 준 친구들과 여러 하객분들의 모습을 다시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것 또한 즐겁다. 그러면서도 신부 대기실에서 마주 보며 울던 모습, 아버님께서 축사를 읽어 주실 때, 부모님께 인사를 하는 모습에 늘 눈물이 난다. 특히 신랑에게 내 손을 건네주고 걸어가는 우리의 뒷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며, 하객분들께 혼자 인사를 드리고 들어가는 아빠의 모습에 나는 늘 제일 많이 우는 것 같다.
결혼식 때 흘리는 눈물의 의미는 무엇일까. 한 없이 베풀어주신 부모님에 대한 감사함, 미처 부모님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던 철없던 어린 시절에 대한 죄송함, 이제 정말 부모님의 울타리를 벗어난다는 아쉬움. 정말 여러 가지 감정들이 교차했던 거겠지.
결혼을 앞둔 신부들에게 꼭 당부하고 싶은 것이 있다. 신부 대기실에서 부모님과 사진을 찍을 때 마주보면 울 수 있으니 되도록이면 눈을 바로 마주치지 말라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