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탐험해 볼 만한 곳

어디든지 갈 수 있는 세상에서

by 고요의 향기

요즘은 마음만 먹으면 어디든지 갈 수 있는 세상이다. 어디 가면 이것이 좋고 저것이 좋고 말들은 많지만 세상에서 가장 가볼 만한 곳은 바로, 자기 자신의 내면이다. 내가 어떤 상황이든지 관계없이, 언제 어디서든 가장 담담하게 나를 위해 준비된 나만의 아지트에서 그 어디서에서도 누리지 못하는 평화와 고요를 만날 수 있다. 사실 어디 가서 그것이 좋더라 하는 것도 실재로는 자신 안에서 경험하는 것이어서 그 밖을 계기로 내면을 경험하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파랑새를 찾아 온 세상을 다닌 사람이 결국 못 찾고 자기 집으로 돌아와 보니 거기에 있더라는 이야기와, 물고기가 이미 물속에 살면서 물의 존재를 모르고 물을 찾더라는 이야기도 같은 맥락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진정 행복하려면, 그리고 진정 자유로우려면 우리 마음속에 있는 본성을 알고 누리며 살 수 있어야 한다. 그 본성은 아무리 오래 살았어도 갓 태어난 새싹처럼 부드러우나 어떤 상황에서도 변치 않고 무너지지 않는다. 무너질 것이 없기 때문이다. 바람처럼 자유롭고 물처럼 가지 못할 곳이 없다. 실은 오고 감의 공간에서, 또는 세월로부터 자유롭게 언제 어디서든 존재하는 형태 없는 무한이다.


우리가 이미 가진 것에서 행복을 찾지 않으면, 영원히 그 행복을 만날 수 없다. 만났다 하더라도 그 행복은 순식간에 변해버리는 무상한 것이다. 이미 가진 것, 이미 있는 것일수록 우리에게 밋밋한 것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 밋밋한 것이 진정 본질적이라면 어쩌겠는가.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빨리 흐르는 이유는 새로운 경험을 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새로운 것을 자각하는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살던 대로 살면서 무의식적으로 행동하기 때문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밋밋한 본성을 느끼고 살아가는 사람은 존재 그 자체로 한계 없이 자유롭기에 그 자유로움을 바탕으로 살아가기에 그 삶은 그 자체가 경이이자 신비일 수밖에 없다.


무엇이 신비롭고 경이로운가. 아무리 과학기술이 발전하더라도 인간의 머리카락 하나를 만들어내기 어려운 이유가 바로 우리 존재 자체가 신비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이렇게 걷고 말하고 사랑하는 것, 이미 가장 평범한 존재 자체가 가장 본질적이자 경이로운 신비인 것이다.


그것을 못 느낀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밋밋할수록 본질적이다. 더 자극적인 경험을 쫓아가기 전에 이미 우리에게 현존하고 있는 삶 자체, 이 존재 자체를 탐구하고 발견하라. 가장 존귀한 보물은 저쪽 어딘가에 있지 않고 바로 이쪽 이 안에 있다. 이미 있는 것들에 기뻐하고 감사하면서 밋밋하고 담담한 것일수록 더 신비롭고 경이로운 것임을 자각하면서 말이다.


우리네 본성은 공기보다 더 밋밋하고 담담해서 공기를 인식할 수 있다. 텅 비어 있어서 그 무엇을 담을 수 있고 느낄 수 있다. 그 고요와 평화의 신비와 경이에 한 발 한 발 걸어가고 싶지 아니한가.


세상에 태어나 가장 경험해 볼 만한 최고의 경험은 자기 자신의 본성을 만나는 것이다. 본성이란 언제 어디서 어떤 상황이든지에 관계없이 본래 그렇게 있는 성품일 수밖에 없다. 그러니 동시에 언제 어디서 어떤 상황에서든지 관계없이 마주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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