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비 오는데 포구라니

by 별하


비 온다 비 온다 또 비 온다
어젠 잠잠허드만 또 비 온다
고물 비닐을 우산 대신 쓰고
어시장보다 질퍽한 포구를 걷는다

해 떨어졌는데 멍게 하나 안 들어온 날
장화 벗기도 전에 땅이 먼저 날 삼킨다
우짜든지 물속은 뭣 좀 준다 허드만
요새는 바다도 삐져 붓는가

비에 절은 멸치망
비에 쪼그라든 내 어깨
에이씨, 이놈의 갯내 말고
좀 짭짤한 복 좀 오라카이

갯마을 사람들 눈빛은 다 젖어 있다
말은 안 해도 뭔 말인지 다 안다
비는 내리고 생계도 내리고
포구 끝에 앉아 있는 내 마음도 주르륵 젖는다

keyword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연재
이전 27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