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의 길목에서
나는 오래된 풀잎 하나를 보았소
모두가 시들고
뿌리째 잠드는 계절이었지만
그 잎은 아직
무언가를 견디는 중이더이다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는 자리에서
말도 없이 초록을 품고 있는 것
그건 어쩌면 남은 것이 아니라
끝내 버려지지 못한 것
나는 그 풀을 지나며
나 또한 시들지 못한 마음을
하나쯤 안고 살아가는 중이란 걸
조용히 알았소
겨울이라 다 지는 것은 아니며
차갑다고 모두 사라지는 것도 아니오
그믐이면
나는 그 잎을 떠올리오
눈 속에서 끝내 푸르던
하나의 숨결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