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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 너머

by 별하


다 삭은 골목 안
돌계단이 반쯤 무너져 있고
누가 벗다 놓은 고무신 하나
이끼에 절어 있다

장독대 옆
빈 수레만 기웃대고
개 짖던 담 너머는
언제부터 불도 안 켜진다

문고리만
하도 만져 닳았는지
잠긴 문도 혼자 열렸다 닫힌다

그믐 지나면
누가 한 번쯤 다녀갈까
그 사람 말고도
누가 이런 데를 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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