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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에 서서

by 별하


꽃이 진 줄도 모르고
나무 아래 오래 앉아 있었다
치마 끝에 바람 몇 점
붙어 있다가
금세 젖어버렸다

참 묘한 때다
춥다고 하기도, 덥다고 하기도
입술은 반쯤 열려 있고
말은 좀처럼 나오지 않았다

동네 한 바퀴 돌아
다시 돌아온 그 자리
꽃잎 몇 장만
아직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여름이 오고 있었다
나는 아직
지지 않은 마음을 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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