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그믐이면 다녀오소

by 별하


말없이 떠나는 이들에겐
대개 이별이 없다오

그믐이란 말도
남은 빛을 다 비운 뒤에야 생기지 않소

한 번쯤은
등 뒤의 어둠이 되어본 적 있겠지
누군가의 걸음을
묵묵히 따라가던 그림자처럼

당신이 그날
문턱을 넘을 때 나는 보았소
돌아선 발끝에
머뭇거리던 계절 하나

그러니 이 밤이 다하면
달이 지는 쪽으로
가만히 다녀오소

그대의 빈자리에
내 마음 먼저 놓아두었으니

keyword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연재
이전 14화살이 안 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