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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날의 문 밖에서

by 별하


어린 날의 문밖에서


어릴 적 우리 집 마당엔
밤마다 별이 우르르 쏟아졌소

나는 그걸
등 굽은 대야로 퍼담는 흉내를 내곤 했지


반쯤 찬 별빛이
자꾸 발등을 적셔서 웃음이 났소

그 시절의 어둠은
무서운 게 아니었소

아버지의 기침소리,
어머니의 부엌불 소리,
그리고 내 숨소리 하나면
세상이 다 찼으니

지금 그 집은 없고
그 별들도 다 어디론가 떠났지만

문득,
어느 그믐밤엔 문밖을 오래 바라보게 되오


어쩌면 그때 그 웃음이
아직 그 자리에
나보다 먼저 다녀갔을지도 모르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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