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평화로워서
열 살 둘째와 대학로 횡단보도 앞에 섰다. 꽉 막힌 도로 중간에 갇힌 구급차가 내는 요란한 비명소리에
신호를 기다리는 사람들 모두 한마음으로 조마조마한 눈길을 보내고 있었다.
내가 사는 혜화동에는 서울대학교병원으로 향하는 구급차의 사이렌 소리가 잦다.
아무리 자주 들어도 익숙해질 리 없는 두근두근한 절규.
“사람이 또 아픈가 봐요”
“그러게. 빨리 갈 수 없어서 답답하겠다”
열 살의 말이 끝나자 기다렸다는 듯이 신호등 초록 불이 들어왔다.
아이 손을 잡은 팔을 앞뒤로 대차게 흔들며 씩씩하게 말했다.
“맞아. 우리 가족은 평화로워”
오늘도 우리 가족은 평화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