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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파란 Sep 20. 2023

다행이다

우린 평화로워서


열 살 둘째와 대학로 횡단보도 앞에 섰다. 꽉 막힌 도로 중간에 갇힌 구급차가 내는 요란한 비명소리에 

신호를 기다리는 사람들 모두 한마음으로 조마조마한 눈길을 보내고 있었다.


내가 사는 혜화동에는 서울대학교병원으로 향하는 구급차의 사이렌 소리가 잦다. 

아무리 자주 들어도 익숙해질 리 없는 두근두근한 절규.      



“사람이 또 아픈가 봐요”


“그러게. 빨리 갈 수 없어서 답답하겠다”


“다행이다. 우리 가족은 평화로워서”     


열 살의 말이 끝나자 기다렸다는 듯이 신호등 초록 불이 들어왔다.

아이 손을 잡은 팔을 앞뒤로 대차게 흔들며 씩씩하게 말했다. 


“맞아. 우리 가족은 평화로워”      



오늘도 우리 가족은 평화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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