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는 각 발달 시기에 유의 깊게 관찰해보아야 하는 자폐스펙트럼장애 증상들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하고자 한다. 자폐스펙트럼장애의 증상이 가장 두드러지는 시기는 36~48개월로 아이들이 어린이집에 다니는 시기이다. 또, 이 시기에 언어발달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기 때문에 언어 지연도 뚜렷하게 관찰된다. 하지만 그 밖의 시기에도 자폐스펙트럼장애의 증상은 다양하게 관찰될 수 있기에 각 해당 시기에 보일 수 있는 증상들에 대해 안내하고 싶다.
영아기에 관찰 할 수 있는 자폐스펙트럼장애의 증상은 한정되어 있다. 특히 영아기는 정상적인 자폐적 단계로 자기 자신의 감각에 몰두하는 시기이기 때문에 발달적으로 정상적인 양상과 이상 징후를 적절히 구분하는 것이 필요하다. 영아기에 보호자로부터 자주 보고되는 증상들은 외부 자극에 대한 빈약한 반응성이다. 외부의 사회적인 자극에 관심을 잘 보이지 않는 편이고 애착과 관련된 행동들도 잘 관찰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눈 맞춤이 부자연스럽다.
영아기에 보호자들이 자주 보고하는 증상 중 하나는 눈 맞춤의 이상이다. 보통 생후 3~4개월부터도 아이들은 엄마의 눈을 바라보기 시작하며 표정의 변화에도 관심을 갖고 쳐다볼 수 있다. 하지만 자폐스펙트럼장애 아이들은 눈 맞춤이 모호해서 아이와 교류하는 느낌이 잘 들지 않는다고 이야기하곤 한다. 때때로 보호자와 눈을 마주치기도 하지만 긴 시간 동안 유지되지 못한다고 느끼며, 보호자가 재미있는 자극을 주어도 일시적으로만 눈을 마주치거나 거의 바라보지 않는 경우도 있다. 한편, 그와 반대의 증상을 보이는 아이들도 있다. 눈 맞춤이 유난히 부자연스럽다는 보고도 있는데, 아이가 상대의 눈을 지나치게 빤히 바라보기 때문이다. 보호자 외에도 이웃이나 주변 사람들로부터도 '아이가 너무 빤히 쳐다본다' 는 말을 자주 듣는다.
청력을 의심한 적이 있다.
아이가 소리에 반응을 잘 하지 않아서 혹시 청력 장애가 있는 것은 아닐까 걱정하게 되는 경우가 흔하다. 하지만 보호자가 부르는 소리에 반응을 보이지 않더라도 다른 청각적 자극, 즉 기계음이나 자동차 소리 등 생활 소음에는 반응을 보일 때가 많아 시간이 지나면서 청력에 이상이 없다는 판단을 하게 된다. 정확한 판단을 위해서는 병원에서 청력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청력에만 이상이 있는 아이들은 자폐스펙트럼장애와 뚜렷하게 구분되는 양상이 있는데, 청각 장애의 경우 아이가 소리를 잘 듣지 못하는 것이 명백하나, 보호자와 눈을 마주치며 시선을 따라오거나, 미소를 짓고 포옥 안기는 등 살가운 행동들을 자주 보이는 편이다. 하지만 자폐스펙트럼장애의 경우 어떨 때 보면 소리를 듣는 거 같고, 또 어떨 때는 전혀 못 듣는 것 같은 인상을 주며, 특히 사람의 말소리에 반응을 잘 보이지 않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살가운 행동도 자주 보이지 않는 편이다.
보호자에게 잘 안기지 않는다.
자폐스펙트럼장애 아이를 양육하는 보호자들 중에 영아기에 아이를 키우는 게 전혀 힘들지 않았다고 보고하는 경우가 있다. 보호자들은 '너무 순했다'고 표현하곤 하는데, 다른 아이들과 비교했을 때 손을 많이 타지 않는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안고 있다가 바닥에 내려놓아도 잘 울지 않고, 다시 안아주지 않아도 보채지 않는 경우가 많다. 어떤 경우에는 보호자가 안으면 몸이 뻣뻣하게 경직되어 밀어내기도 하고, 보호자에게 안기더라도 수동적으로 기대는 수준이어서 포근하게 안긴다는 느낌이 들지 않기도 한다. 하지만 앞서 여러 차례 언급한 바 있듯이 이와 다르게 보호자와의 스킨쉽을 좋아하고 다른 아이들 보다 유난스럽게 보채고 우는 아이들도 있다.
낯을 가리지 않는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12 개월경부터 낯을 가린다. 익숙하지 않은 사람을 봤을 때 빤히 바라보다가 울음을 터트리고, 낯선 사람에게 잘 안기지 않으려고 한다. 하지만 자폐스펙트럼장애 아이들 중 많은 경우 낯선 사람에 대한 불안감을 보이지 않는다. 처음 보는 사람이 다가오거나 만지더라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무관심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기질적으로 너무 예민하다.
어떤 아이는 지나치게 많이 울고 보채서 보호자를 힘들게 하기도 한다. 이유 없이 울음을 터트려서 응급실에 가보기도 하지만 별다른 문제가 없어 돌아오는 경우도 잦다. 수면도 불안정하고 섭식도 까다로워서 양육이 너무 힘들다고 보고한다. 일부는 우유와 이유식을 거의 먹지 않아 보호자를 안절부절 못하게 만들기도 한다.
모방 행동을 보이지 않는다.
도리도리, 잼잼 등 간단한 동작을 보여주면 아이들은 이를 보고 따라 하려는 시도를 보인다. 하지만 자폐스펙트럼장애 아이들은 이러한 단순 모방을 잘 보이지 않는다. 애초에 동작에 관심을 보이지 않기도 하고 동작을 보더라도 모방을 하지 않는 편이다. 아니면 어떤 때는 어느 정도 모방하지만, 어떤 때는 무관심한 표정을 보이는 등 일관적이지 못해서 아이가 모방 행동을 할 수 있는 건지 못하는 건지 애매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사회적 놀이에 잘 참여하지 않는다.
모방 놀이와 같은 맥락에서, 까꿍 놀이와 같은 간단한 사회적 놀이에 무관심한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어떨 때는 까르르 웃지만 어떨 때는 반응을 보이지 않는 등 비일관적인 양상을 보이기도 한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자폐스펙트럼장애 아이들이 사회적 놀이를 못하는 것은 아니다. 어떤 아이들은 까꿍 놀이를 아주 좋아하지만 성장하면서 이러한 사회적 반응성이 점차 줄어들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