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문을 열고 들어오기 전, 진료실의 빈 의자 앞에 앉아 지난날 함께 나눴던 이야기를 곱씹어보곤 합니다. 당신의 마음에 무게를 더하던 크고 작은 일들은 조금은 가벼워졌나요? 어색한 정적과 나란히 앉아 문을 열고 들어올 당신의 발걸음을 그려봅니다. 그 문 앞에 서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민과 두려움을 마주했을지. 하루에도 수없이 떠오르는 물음표를 애써 지워내며 여기까지 와준 당신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문이 열리고 정적이 떠난 자리에 당신이 앉으면 저는 조용히 인사를 건네고, 당신의 이야기 속 관객이 됩니다. 성난 파도 같은 고난에 함께 슬퍼하고, 때로는 작은 일에도 함께 기뻐하며 이야기 속 주인공인 당신을 만납니다. 지금은 잠시 어둡고 긴 터널에서 길을 잃고 헤매는 당신. 언젠가 분명 다시 만나게 될 밝은 빛을 향해 함께 걷기 위해, 마음의 조각을 모으고 모아 불을 밝힙니다. 이제는 용기 내어 일어나 다시 그 길을 걷기 위해 나를 믿고 문 앞에 선 당신에게. 고마운 마음을 담아 오늘도 인사를 건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