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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 별 Aug 28. 2024

키가 크면 좋겠지만  지금은 그만 컸으면 좋겠어

안아 올리면 모찌같은 볼이 맞닿는다.

말랑한 그 감촉이 좋아 한참을 그렇게 볼을 맞대고 있는다.


아이가 두 팔로 나의 목을 감싸고 안으면 내 얼굴은 아이의 품에 폭 파묻힌다.

내 어깨에 올린 그 짧고 여린 팔의 무게가 좋다.

아이가 아무리 힘을 주고 끌어안아도 그 무게의 귀여움은 변하지 않는다.


왼쪽 볼에, 입에, 오른쪽 볼에

차례차례 옮겨가며 뽀뽀를 해준다. 침이 묻지만 그게 대수랴.

아이의 작은 입술이 가져다준 행복은 없던 기운까지 끌어올려 준다.


손을 잡으면 아이의 손은 내 손바닥으로 완전히 감싸진다.

내 손으로 온 세상을 품고 있는 이상한 기분이 든다.


아이는 내 손가락 하나를 잡는다.

고작 손가락 하나 잡혔는데 내 모든 걸 내어준 것 같다.


탱글탱글한 엉덩이를 씰룩거리며 걸어가는 뒷모습은

나를 웃게 한다. 저절로 웃음이 새어 나온다.


작은 손, 작은 발

툭 튀어나온 배와 볼

가느다란 솜털

맑고 반짝이는 눈

오밀조밀 코와 입


나는 아이를 계속 하염없이 눈에 담는다.

아이가 두 손으로 내 볼을 감싸고 빤히 쳐다보더니

"우와~엄마 눈에 도준이가 있네~" 한다.

"엄마는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눈에 넣어두지~ 그래서 도준이가 엄마 눈에 있는 거야."

하고 말해준다. 아이가 쑥스러워하면서도 좋아 빙그레 웃는다.  


나는 아이와 함께 느리게 걷고 있는 중이다.

평소보다 일찍 일어난 아이와 등원 준비를 빨리 마치고

아파트를 빙 둘러 어린이 집에 간다.


"엄마~ 여기 밟지 말고 이렇게(손을 둥글게 휘두르며) 둥글게 와~

이건 개미집이야. 밟으면 안 돼"

떨어진 꽃송이가 갈색으로 말라 땅에 들러붙어있는 걸 보고 아는 체 중이다.


"엄마 엄마, 나 높이높이 안아줘~ 나도 만져보고 싶어"

아이를 들어 올려 나무에 핀 꽃을 만져보게 했다

"꽃 만져보니까 어때?"

"엄마 냄새가 나~"

나도 모르는 나의 냄새가 있나 보다.


아이와 함께 있으면 평소에 내가 하지 않는 것들을 하게 된다

어느 것 하나 지나치지 않고 세세하게 관찰하고

평소에 보이지 않던 아이의 눈높이에 있는 것들을 보게 된다.

아주 아주 천천히, 세심하고 자세하게 세상을 마주한다.

나는 아이와 한참을 느리게 걷고 있다.


하지만 이 순간이 찰나라는 것을 나는 안다.

첫째를 키워보니 너무 잘 알겠더라.

아이는 정말 금방 자란다.


꼬물꼬물 몸짓 하나하나가 힘겨운

오동통한 귀여운 갓난아이 시절도 금방 가고


아장아장 한 걸음 한 걸음이 위태로워

심장이 덜컹덜컹 수없이 내려앉으면서도

어렵게 힘겹게 나에게 오는 모습에 눈물이 왈칵 나는 날도 한 순간이다.


한마디 한마디 내뱉은 단어들이 늘어나고

자신만의 발음과 말투로 내게 자신의 세상을 조잘조잘 이야기하는

지금도 어느 순간 지나가리라.


때마다 사랑스럽지 않은 순간이 없었다.

아이는 시절시절마다 색다른 귀여움으로 범접할 수 없는 예쁨으로

나의 눈을 사로잡는다.


계속계속 보고 있었으니까

크는 게 아까워서 자라는 동안 놓치지 않고 주시했다고 생각했는데

지난 사진들을 보면

"언제 이렇게 컸지?" 싶은 게

모든 순간을 놓친 것 같아 아쉬움이 생겨난다.


키는 많이 컸으면 좋겠는데

지금이 너무 좋아 그만 컸으면 하는

이상한 마음.


지금 이 순간이 멈춰버렸으면 좋겠다 싶을 정도로

행복한 순간을 아이와 보내고 있다.



오늘의 수다거리

아이와 있을 때 언제 가장 행복하세요?

아이가 가장 사랑스러운 순간은 언제인가요?

자식은 나이가 들어도 항상 어여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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