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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 별 Sep 11. 2024

일하는 엄마의 최대 난제

최근에 일을 다시 시작했다.

돈도 얼마 안 주면서 시간은 엄청나게 잡아먹는 일이지만 나는 이 일을 붙들고 있다.

왜냐하면 앞으로 일을 계속하고 싶은 나의 욕심 때문이다.

아이가 좀 더 크면 본격적으로 일을 하고 싶은데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가는 과정이기도 하고 커리어를 계속 유지하기 위한 장치이기도 하다.

그러니까 경력단절의 기간을 늘리는 대신 아주 작고 소소한 일이라도 근근하게 이어가 이력서에 한 줄이라도 남기고자 하는 애절한 전략이다.


이 일의 가장 장점은 재택근무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컴퓨터로 이미지를 작업하는 일이기 때문에 컴퓨터 작업이 익숙한 사람들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

시간의 제약이 없기 때문에 일의 시작도 일의 끝도 내가 정할 수 있다.

아이를 돌보는 나는 갑자기 아이를 데리고 병원에 가는 일도 생기고 수시로 아이를 픽업해야 하는 일이 발생하기 때문에 시간을 나의 마음대로 정해서 일할 수 있다는 것은 가장 큰 장점이다.

하지만 그래서 나의 근무시간의 끝은 언제나 새벽.

일의 양은 정해져 있고 낮에 아이들 때문에 일을 하지 못하면 아이들이 자고 난 다음에 일을 해야 해서 계속 새벽에 잠든다. 새벽에 잠들었다고 늦잠 잘 수도 없기에 일어나는 시간은 항상 고정. 그래서 피곤을 어깨에 짊어지고 산다.


일을 한다고 해서 해야 하는 살림과 육아의 양이 줄어들지는 않는다. 그저 '평소에 하던 것'에 플러스 '일'인 것이다. 거기다 일은 제대로 하지 않으면 타인에게 피해를 입힐 수 있기 때문에 소홀할 수 없다. 늘 꼼꼼하고 최선을 다해야 하기 때문에 결국 평소에 하던 살림과 육아를 소홀하게 된다.

청소를 몇 번씩 하던 걸 한 번밖에 못한다거나 빨래를 몰아서 한 번에 한다든가 집안이 좀 어질러도 그냥 눈감고 못 본 척하던가. 그렇게 살림을 제일 뒷전으로 미뤄둔다.


그리고 내가 일을 시작하면서 둘째의 하원이 늦어졌다.

둘째를 하원시키고 옆에다 둔 채 일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아이를 최대한 어린이집에 맡긴 후 어느 정도의 일을 끝내면 아이를 데리고 오는데 둘째 아이는 어린이집에서 거의 마지막으로 하원한다.

때때로 다른 친구들이 남아있어 봐야 1~2명이 고작이다. 아이가 맨 마지막에 남은 날은 나도 모르게 하원하는 길 내내 아이의 기분을 살핀다.

4시부터 친구들은 하원했을 텐데, 아이들이 한 둘씩 갈 때마다 이 아이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엄마가 오기까지 몇 번을 뒤돌아 봤을까?

아침 9시에 등원에서 오후 6시가 넘어 하원하면 어쩔 때는 나와 있는 시간보다 어린이 집에 머무는 시간이 더 많은 아이다.

아침마다 둘째 아이는 늘 "엄마, 일찍 끝나고 빨리 오세요" 하고 인사한다.

그 말이 내 귓전에 맴맴 돈다.

아이는 씩씩하게 나를 보고 웃지만 아이를 데리러 갈 때마다 미안한 마음이 한편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돈을 왕창 버는 것도 아니고

당장 이 일 안 한다고 큰 일 나는 것도 아니고

솔직히 내 커리어에 얼마나 도움이 된다고

나 좋다고 하는 이 일이

아이를 얼마나 외롭게 하는지 알면서도 계속하는 것이 맞는지

정말 매일을 고민한다.

일하는 엄마의 가장 큰 고충은 아마도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이 적어지는 것 아닐까?


사실 걱정도 된다. 아이와 엄마의 애착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으면 나중에 아이가 삐뚤어지고 엇나간다는데 혹시 그렇게 되면 어떻게 하지?

아이가 집에 돌아오면 저녁해서 밥 먹이느라 정신없고 이후에는 씻겨서 재우는 게 다인 생활이 이어지니 아이와 웃으며 행복하게 있는 시간이 계속 줄어든다.

그래도 함께 있는 시간만이라도 자꾸 안아주고 눈 마주치고 이 말 저말 귀담아들으려고 노력하지만

해야 하는 일은 산더미이고 내 몸은 피곤한 상태이고

사실 이런 과부하가 계속된다면 나는 작은 일에도 짜증 내고 화내는 날이 많아질 테지 하는 걱정이 든다.


'부모의 사랑 오롯이 받으며 행복한 아이로 잘 키워내고 싶은 마음'

'나의 일과 성공을 포기할 수 없는 마음'의 충돌.


일하는 엄마의 최대 난제에 해답은 뭔가요?



오늘의 수다거리

일하면서 아이들이 서운해하면 어떻게 해결하셨어요?

일과 육아 병행 중 가장 힘들었던 때는 언제인가요?

슬기로운 워킹맘의 자세와 마음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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