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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 별 Oct 02. 2024

엄마의 자질

나의 워너비 덕목 3가지

1. 뒤끝이 없어야 한다.

아침형 인간이 아닌 나는 아침에 저기압인 경우가 많다. 일단 잠을 잘 자지 못한 탓에 비몽사몽간에 어쩔 수 없이 큰 아이 아침을 차린다. 다행히 큰 아이는 깨우는데 애를 먹이지도 않고 차려준 대로 아침도 잘 먹는다. 까탈스럽지 않아 주는 대로 잘 먹고 자기 할 일은 스스로 하기 때문에 큰 아이 등교는 무리 없이 잘 마무리된다.

그런데 힘든 건 둘째 아이. 둘째는 아침에 일어날 때 짜증 내면서 울고 일어날 때가 많다. 피곤하니까 그렇겠지 좋은 마음으로 최대한 친절하고 상냥하게 달래지만 나도 피곤한 상태라 둘째의 짜증 난 상태가 오래가면 나도 잘 못 버틴다. 달래기를 그만두고 스스로 그치기를 기다린다. 잘 그치지도 않는 아이를 어떻게 어떻게 달래고 나면 두 번째 관문이 온다.


둘째 아이는 차려준 아침을 한 번도 주는 대로 그냥 먹는 적이 없다. 아기의자에 앉기도 전에 까치발로 식탁에 차려진 자신의 아침밥을 보고는 "이건 싫어. 이건 안 먹어" 하며 싫은 것부터 골라낸다.

그래서 싫은 건 먹지 말라고 빼면 또 뺐다고 울기 시작한다. 안 먹는다고 징징댈 때는 언제고 이제는 먹는다고 운다. 그렇다고 바로 주면 울음을 그치느냐? 노노. 다시 안 먹는다고 우는 아이다.


이랬다 저랬다 정말 노랫말 가사처럼 나를 들었다 놨다 아침부터 나의 맨탈을 날려버리는 신기한 재주를 가진 이 녀석의 더 놀라운 능력은 엄마인 내가 화난 것 같고 자기 자신이 잘못한 거 같으면 "미안해요" 하고 바로 사과를 한다는 것이다. 그 사과하는 목소리며 표정을 보면 더 이상 화를 낼 수도 없고 완전 백기를 들고 항복하게 만드는 대단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나는 뒤끝이 작렬하는 사람이다. 어렸을 때부터 그랬다. 나를 놀리고 괴롭힌 사람에게 어떻게든 작은 복수라도 해야 마음의 뒤끝을 그나마 없앨 수 있었다. 받은 것을 되돌려 줄 때까지 어떻게 받아칠까를 열심히 생각하고 적절한 시기를 노리는 치밀함까지 갖춘 뒤끝이다.

전철에서 만난 쩍벌남에게 내릴 때 살짝쿵 실수인 척 발을 밟고 내린 적도 있고

내게 상처 주는 말을 한 사람에게는 기회를 노리다 똑같은 말로 상대에게 그대로 돌려준 적도 있었다.

그런 내가 아이의 "미안해요"라는 한 마디에 "괜찮아. 다음에 안 하면 돼" 하고 마음속 뒤끝을 철저하게 숨긴다.


엄마는 뒤끝이 길면 안 된다. 감정을 어떻게 무 자르듯 싹둑 없앨 수 있겠냐마는 아이를 키우면서 깨달은 것이 있다면 되도록이면 안 좋은 감정을 길게 가지고 가면 안 되겠다는 것이다.


아이는 실수도 잘못도 많이 한다. 뭐든 배우는 단계니까 당연한 것이다. 그 실수나 잘못이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잘못된 것임을 짚어주고 어떤 것이 올바른 것이 가르쳐 준 다음에는 잊어야 한다.

너 지난번에도 그랬잖아. 이번이 몇 번째야. 너는 항상 그래. 엄마 말을 안 들으니까 그렇지.

그런 말들은 엄마의 나쁜 뒤끝이다.

이번이 몇 번째든 다시 실수했다면 이번이 처음인 것처럼 다시 알려줘야 하는데 일단 그러려면 뒤끝이 없어야 한다.


뒤끝 작렬이었던 내가 제일 힘들어하는 엄마의 자질 중 한 가지다.  


2. 강한 인내심이 필요하다.

초등학교 5학년 때인가 담임선생님께서 내 통지표에 "인내심이 부족하다"라고 쓰셨다. 선생님께서는 나의 어떤 모습을 보고 그 말을 쓰셨는지 잘 모르겠지만 나는 그때부터 마음속으로 나의 단점이 인내심이 없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사실 성격상 싫증도 잘 내는 편이고 힘든 걸 잘 못 버티기도 하지만 살면서 딱히 인내심이 부족해서 피해를 입었다거나 혹은 타인에게 무례하거나 해를 입힌 적은 없었다.

그래서 5학년 담임선생님은 나를 잘 못 본거야 라고도 생각했었다.


하지만 아이를 키우다 보니 '아... 나의 인내심은 나의 생각보다 훨씬 더 강해야 하구나" 하고 느낀 순간이 많이 찾아왔다.


아이는 내 생각대로 움직이지 않고 나의 계획대로 따라주지 않았다.

뭔가를 익히는 데 한 없이 기다려야 할 때도 많고 계획대로 되지 않을 때 밀어붙이는 게 능사는 아니다라는 것을 알게 될 때도 많다.


마냥 기다리는 것만이 인내심이 아니란 것도 깨닫게 된다.

해내게 될 때까지, 익숙해질 때까지

끝없이 가르쳐주고 응원해 주고 격려해줘야 한다.

그야말로 '될 때까지' 다시 시도하고 또 시도하는 노력과 기다림이 있어야 한다.


내가 정말로 갖고 싶은 엄마의 자질 중 한 가지다.


3. 긍정적이면 좋다.

긍정적이라는 덕목을 갖추지 못한 나는 긍정적인 사람은 워낙에 낙천적이어서 희망적인 미래만 얘기하는 부류라고 생각했다. 일종의 질투이겠지만.

사실 데이터만 봐도 가능성만 봐도 답은 나와있는데 그래도 희망을 바라는 건 어리석지 않은가라고도 생각했다.

부정적의 최고봉은 찍을 수 있지만 긍정적은 손톱만큼도 가지지 못한 나는 아이를 키울 때 힘들었다. 언제나 밝고 긍정적인 얘기만 해줄 수는 없지 않은가, 현실적인 면도 필요하지 않나 하면서 어떤 포지션을 취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도 많았다.


부모는 아이를 지지해 주고 밀어주는 1순위 응원자라고 생각한다. 못 할 때마다 기운이 없을 때마다 힘들 때마다 위로해 주고 믿어주고 지지해줘야 하는 가장 가까운 사람.

그런 사람이 되어주기 위해서는 희망찬 메시지와 밝은 마인드가 필요하다. 다시 말해 긍정적인 사람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말뿐만 아니라 표정도 행동도 마음가짐도 긍정적이려면 정말 정말 마음속으로 그렇다고 믿는 마음이 필요한 것 같다. 그래서 흉내 낼 수는 있어도 진심으로 긍정적이긴 어려운 것 같다.


아이가 자유롭게 펼치는 상상의 나래에 찬물을 끼얹지 않도록

우울하고 힘든 마음에서 얼른 나올 수 있도록

긴가민가 헷갈리는 방황에서 확신이 설 수 있도록

힘이 되고 의지기 되는 엄마가 되고 싶다. 그러려면 긍정적인 것이 좋다.


내게 필요한 중요한 자질 중 한 가지다.


세 가지 이외의 많은 덕목들이 엄마로서 필요하겠지만 이 셋을 꼽은 건 아마도 내게 많이 부족한 부분이라 그런 것 같다. 나의 워너비 덕목  3종세트를 갖는 그날까지 아자아자!!!



오늘의 수다거리

부모에게 필요한 덕목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내게 모자란 덕목을 채우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시나요?

아이에게 어떤 부모가 되어주고 싶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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