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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 별 Oct 16. 2024

지금은 우리가 사랑할 시간

"엄마 잊어버리면 안 돼~~"

"응? 뭘?"

"내가 엄마 사랑하는 거"


아이의 기습 고백에 나는 넉다운이 된다.


아이를 키울수록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은 날로 커진다.

이 아이를 만약 잃게 된다면 더는 살 수 없을 것 같은 마음이 든다.

그런데 사랑하는 마음과는 달리 엄마라는 나는

"사랑해"라는 말보다

아이가 해야 하는 것, 했으면 하는 것, 하면 안 되는 것 들에 대해 더 자주 말한다.


오늘만 해도

이불정리 해, 로션 발라야지, 양말 신어

조심히 학교 가, 솔직히 이야기해야지, 골고루 먹어

놀이터에서 너무 오래 놀지 마, 손으로 먹으면 안 되지, 어지럽히면 안 돼.


하루 종일 이런 말을 들은 아이는 내가 아이를 사랑하는지 과연 알까?


아이를 잘 키우고 싶다.

성공도 하고 행복도 했으면 좋겠다.

예의도 바르고 말도 똑 부러지게 했으면 좋겠다.

건강도 하고 운동도 잘했으면 좋겠다.

엄마가 바라고 바라는 모든 바람을

아이가 다 할 수 없음을 알면서도

잘 키우고 싶은 욕심에 듣기 싫은 말, 지겨운 말을 또 하고 또 한다.


하지만 아이는 나와 다르다.

내가 아이에게 하는 것보다

더 많이, 더 자주

내게 사랑을 얘기한다.

세상에서 가장 많이 나를 좋아해 준다.

다가와 나의 냄새를 맡고 나에게 비비며 눈을 마주치고 사랑을 이야기한다.


아침에 어린이 집에 들어갈 때는 "엄마 사랑해요. 빨리 오세요" 하고

오후에 만날 때는 나를 꽉 끌어안으며 "엄마, 보고 싶었어요" 한다.

시도 때도 없이 품으로 들어와 "엄마, 사랑해요" 하고

보잘것없는 내 요리실력에도 "맛있어요. 엄마 최고!"를 외친다.

아이에게 나는 가장 특별한 사람, 가장 아끼고 가장 좋은 사람임을 단번에 알 수 있다.

아이의 사랑과 칭찬에 나는 날마다 가득가득 충천이 되고 다시 내일을 열심히 살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일상이 버거운 어떤 날이면 그런 아이를 살짝 밀어내기도 한다.

하루가 너무 고단하고 힘든 날에는 갑자기 짜증을 버럭 내기도 하고

반복되는 말에도 잘하지 못하면 성질을 내기도 한다.

나는 사랑받기에 한없이 부족한 엄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나를 엄마라고 자신의 마음에 가장 깊숙한 곳에 가장 넓은 곳에 나를 놓아준 아이에게 매일 조금씩 미안하다.


나는 안다. 언젠가는 엄마라는 나의 방이 아이의 마음에서 한쪽으로 밀리고 좁아질 것을. 그것이 숙명이라는 것을.

모든 자식은 부모에게서 독립하여 자신의 인생을 살아가야 한다.

나는 조력자일 뿐이다. 언젠가는 도와주지도 못하고 그저 멀리서 응원이나 하는 자리로 물러날 것이다.


그러니 지금이 참 애틋한 시간이라는 것을 잊지 말자.

우리가 진하게 아름답게 사랑을 나눌 수 있는 좋은 때라는 것을 기억하자.

아이도 나처럼 충분히 사랑받고 그래서 정말 행복하다는 것을 느끼게 해 주자.

그럴 시간은 지금이 유일하다.


한 번이라도 더 안아주고 더 웃어주고 더 사랑하자.

내가 오늘 아이에게 혹시라도 나도 모르게 짜증을 내거나 성질을 냈다 해도

그것이 상쇄될 만큼 꽉 끌어안고 사랑한다고 말할 것이다.

모순된 행동이라고 어쩌면 가식적인 나의 모습이라고 스멀스멀 이상한 생각이 들더라도

멈추지 말고 계속 사랑할 것이다.


어쩌면 이것이 엄마인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인지 모르겠다.



 

30화를 끝으로 [엄마들의 수다] 연재를 마칩니다. 그동안 읽어주시고 소중한 '좋아요' 눌러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 인사 드립니다. 또 다른 연재로 다시 찾아뵐게요.

오늘도 아이들과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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