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자면 끝도 없다
첫째 아이가 요새 저녁에 엄청 많이 먹는다.
첫째 아이는 제 또래 아이보다 키도 크고 몸무게도 평균치 보다 많이 나간다.
그렇다고 뚱뚱하게 보이거나 등치가 커 보이지도 않고 알맞게 건강하게 잘 자라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저녁에 밥을 3 공기 먹고 그 뒤로 떡도 2개나 먹고 빵도 먹고 싶어 한다.
아이는 커가면서 밥양이 줄었다 늘었다 패턴이 있었다.
한참 잘 먹을 때는 살이 찔까 봐 걱정하고 평소보다 잘 안 먹을 때는
어디가 아프진 않은지 걱정했다.
그러다가 일정한 패턴을 보인다는 것을 알고는
'아, 요새는 잘 먹는 시기이나 보다. 크려나 보네. 잘 먹여야겠다' 혹은
'먹는 양이 줄었네. 많이 권하지 않아야겠다'
하면서 아이의 상황에 따라 그때그때 걱정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그런데 자기 욕심껏 먹게 두었다가 결국 체하는 것까지 보니까 그냥 두고 볼 수만은 없었다.
아이가 워낙에 먹는 것에 욕심도 있고 먹고 싶어 하는 것도 많아서
처음에는 자제를 시켜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자제를 시키면 시킬수록 더 먹고 싶어 하는 마음만 키우는 것 같아서
평소에는 먹는 양에 대해서 크게 터치하지 않았다.
하지만 먹고 싶어 하는 음식들이 대부분 탄수화물 위주이고 이렇게 먹다가는 크게 살이 찔 거 같아
먹는 것을 자제시키고 있다.
사실 먹는 것을 자제시키는 것보다 아이가 뛰어놀고 운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더 좋은 방법이라는 것을 알고 있으나
나는 그저 말로 하면 되는 쉬운 방법을 택하고 있다.
말은 쉽다.
덜먹어야 해. 운동해야 해.
그렇게 먹으면 살찌는 체질로 바뀌어. 좋은 음식을 먹어야 해.
부모라고 어쩌면 값싼 조언을 잔소리로 쉽게 지껄이는 것은 아닌지 뜨끔하다.
나부터가 몸에 좋은 음식을 챙겨 먹지 않으면서
하루에 운동을 하지 않고 넘어가는 날이 널렸으면서
이렇게 저렇게 하라는 말은 결국 내가 내게 해야 하는 말들은 아닌가 반성하게 된다.
어떤 사람이 되었으면 하는 소망들이 부모로서 당연히 있다.
아이가 정리정돈을 잘해서 주변을 깨끗이 하고 청결했으면 좋겠다.
운동도 열심히 않고 몸에 좋은 음식을 챙겨 먹어 건강하고 다부진 체격을 가졌으면 좋겠다.
사람들 관계에서 싫은 건 싫다고 명확하게 말할 줄 알고 자신에게 해가 된다고 여기면 잘 끊어냈으면 좋겠다.
친구들이랑 잘 지내고 혹시 다투거나 일이 생겨도 스스로 잘 해결할 수 있는 현명함이 있으면 좋겠다.
하고 싶은 말을 마음에 담아두지 않고 담담히 조곤조곤 상대에게 말할 수 있으면 좋겠다.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야무지게 끝마칠 수 있으면 좋겠다.
실패할까 봐 두려워하지 않고 하고 싶다면 과감하게 도전했으면 좋겠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어떤 일을 해야 행복한지 알았으면 좋겠다.
일이 잘 풀리지 않아도 끈기 있게 할 수 있는 인내심이 있으면 좋겠다.
하나하나 열거하면 끝이 없는 리스트.
엄마의 욕심은 끝이 없다.
못해도 괜찮다는 마음보다 잘했으면 하는 마음이 크다.
그래서인지 잔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어떤 사람이 되겠다고 정하는 것은 자기 자신 스스로 일 텐데.
어떤 사람이 되더라도 그건 본인이고, 본인의 선택일 텐데.
나의 바람이 아이의 선택을 방해하고 싶지 않은데
부모의 욕심이 아이에게 부담이 되지 않기를 바라는데
엄마의 욕심을 내려놓기에는,
마음속 욕심을 표현하지 않기에는
아직 난 모자라고 어설프다.
네가 스스로 하는 거야
방임하지 않으면서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봐 주고 지지해 주는
부모가 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다시 한번 느낀다.
오늘의 수다거리
자식이 어떤 사람이 되길 바라나요?
평소에 어떤 잔소리를 많이 하세요?
자식 잘되라고 하는 행동이지만 결국 아이를 힘들게 하는 부모의 행동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